영화 ‘카운슬러’ 스틸 이미지
영화 ‘카운슬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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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갬빗’의 유쾌한 카우걸과 ‘카운셀러’의 팜므파탈 말키나로 돌아왔다. 어느덧 40대가 되었지만, 카메론의 마법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그녀의 웃음이 폭발하던 것은 15년 전이었다. ‘마스크’와 ‘필링 미네소타’ 등으로 주목을 받던 신인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는 화장실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카메론에겐 정말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백치미나 섹시함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유쾌함과 발랄함을 발산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녀는 늘 환하게 웃으며, 흥에 겨워 춤을 추었다. ‘미녀 삼총사’(2000)의 나탈리와 ‘슈렉’(2001)의 피오나 공주로 할리우드 정상급 여배우가 되었고,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2003)로 개런티 2,000만 달러를 받으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호우시절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1,000만 달러를 받은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2008)이나 ‘나잇 & 데이’(2010)는 카메론 특유의 ‘러블리’와 ‘펀’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의 전성기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엔딩 크레딧과도 같았다. 특히 ‘그린 호넷’(2011)을 보면서, 마치 ‘아이언 맨’ 시리즈에 출연한 동갑내기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처럼 카메론도 무너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퍼 히어로 영화에서 그녀들은 남자 배우의 들러리나 장식품으로 등장할 뿐이었다. 사실 풋풋한 엠마 왓슨이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있는데, 굳이 40대가 된 여배우를 주연으로 쓸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카메론의 전성기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 스틸 이미지
영화 ‘바닐라 스카이’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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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호했던 카메론 디아즈의 이미지는 그런 긍정 에너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차가운 표정으로 아주 못된 짓을 할 때, 그녀는 훨씬 섹시했다. 쉽게 말하자면, 여성들을 무장해제하는 나쁜 남자처럼 ‘나쁜 언니’로 군림할 때 그녀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애니 기븐 선데이’(1996)에서 돈과 승리가 전부라고 믿는 미식축구의 구단주 크리스티나로 나와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코치 토니를 괴롭힌다.또 ‘바닐라 스카이’(2001)에선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와 사랑에 빠진 데이빗(톰 크루즈)을 망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줄리로 나타난다.’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남성의 분비물(!)을 헤어 무스라고 착각하고 사용했다면, 여기선 “그걸 지금껏 먹은 게 얼마인데!”라고 19금 대사를 외치면서 옛 애인의 애정행각을 방해한다. 뒤끝 작렬의 화신처럼 섬뜩한 복수를 한다. 두 영화만 봐도, 그녀의 나쁜 짓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물론 막장의 ‘배드 티처’(2011)도 그렇다.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밖에 관심이 없는 엘리자베스로 등장했다. 초등학교 선생이지만, 늘 꽐라 상태라서 수업시간에 그냥 영화나 틀어 놓기 일쑤다. 교단에 버젓이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를 올려놓고, 선글라스를 낀 숙면을 즐긴다. 이를 테면 ‘선생 김봉두’의 할리우드 여성 버전이었다. 학생들과 세차를 하는 행사에서 몰래 돈을 챙기기 위해서, ‘미녀 삼총사’에 나올 만한 세차 샤워로 남자들의 심장을 훔치기도 한다.

영화 ‘갬빗’ 스틸 이미지
영화 ‘갬빗’ 스틸 이미지
영화 ‘갬빗’ 스틸 이미지

최근 극장가에 찾아온 ‘갬빗’과 ‘카운셀러’를 보면 카메론을 재발견하게 된다. ‘갬빗’에서 텍사스 카우걸 PJ로 등장한 그녀는 그동안의 코믹 이미지를 따르고 있지만, 심하게 사투리를 쓰면서 더욱 촌스러움을 강조했다. 반면 ‘카운셀러’에서는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강인함을 선보였다. 금발 단발머리 아래로 언더컷을 한 헤어스타일에 눈 밑에 애교점을 찍고, 등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치타 타투를 했다. 그런 스타일의 변화보다는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파격적인 행동이 더욱 놀랍다. 말키나의 ‘카와의 섹스(!)’는 가히 충격적이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왜 그녀를 가오리녀라고 부르는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명장면으로 남성들에게 거세공포를 유발하는 언니 계열에 합류한 셈이다.

어쨌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그녀가 벌이는 행동은 ‘보디 히트’(1981)나 ‘블랙 위도우’(1986)와 비교할만하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카메론은 상과는 인연이 없는 배우였다. 골든 글로브상에 4번 노미네이트된 것이 전부다. 아쉽게도 아카데미상 후보에는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카운셀러’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회가 진심으로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또 나쁜 여인을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디 어더 우먼’, ‘섹스 테이프’ 같은 코미디 영화를 줄줄이 촬영 중에 있다. 물론 그녀는 언제나 코미디에 특화된 강점을 지녔고, 그 길이 편안하고 안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채찍을 들고 나타나 남자들의 뺨을 강렬하게 때려주길 바란다.

글. 전종혁 대중문화평론가 hubul2@naver.com
편집.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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