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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메디컬 탑팀’ 11회 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광혜그룹의 자금운영본부장인 태형(전노민)은 광혜병원의 경영 컨설턴트로 들어와 ‘메디컬 탑팀’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태신(권상우)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낸 주영(정려원)은 태신을 찾아가고, 태신은 복귀한다. 한편 혜수(김영애)의 부탁으로 주영이 수술한 허동민 환자는 위기에 빠지고, 승재(주지훈)의 시술을 통해 위기를 벗어난다. 모두가 주영에 대해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주영은 혜수가 허동민 환자를 수술하게 한 이유를 알고 충격에 빠진다.

리뷰
‘메디컬 탑팀’이 극 중 병원에서도 별종 취급을 받는 것처럼, 이제는 보는 이들 역시 이들의 세상을 이해하기란 더욱 쉽지 않게 됐다.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 즉 ‘탑팀’ 혹은 ‘광혜대학병원’만의 세상 속 룰에 지배당하고 행동한다. 일상이 아닌 특수한 환경을 다룬 메디컬 드라마라 하더라도 정서적인 측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있어야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그들의 룰로만 드라마를 풀어나간다. 덕분에 보는 이들은 여전히 이들이 왜 이런 판단을 내리는지, 이러한 행동을 해야만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극을 따라가야 한다. 어렵사리 깔아둔 복선도, 의뭉스러운 눈빛에 담긴 혜수(김영애)의 음모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밝혀지는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긴장감 마저 붙들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최소한 인물들의 행동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순인 셈인데 덕분에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추고 있던 캐릭터들 조차 이해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 주영(정려원)은 스스로 자신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방식으로 혜수(김영애)에게 동조한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현명하게 처신하는 듯 보였던 주영은 분명 속셈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맹목적으로 혜수의 지시에 따른다. 적어도 그 동안의 주영이라면 자신이 수술하는 환자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장용섭 과장이 검색 몇 번으로도 알 수 있는 정도의 정보)라도 하며 자신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을 법도 하지만, 순진한 눈빛으로 혜수의 지시를 따른 주영은 난데 없는 환자의 정체에 ‘멘붕’에 빠진다. 또한 천재적인 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고집과 독선에 찬 판단을 내렸던 태신(권상우)이 위기를 겪으며 한 풀 꺾이기가 무섭게 주영은 마치 태신이 그랬던 것처럼 무리한 시도를 하고도 스스로를 합리화 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매력적이던 캐릭터 마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여타 인물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불필요한 에피소드들의 도구로 소모당한다. 혜수는 갑자기 전형적인 ‘악역’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그 외 인물들은 잠시 잠깐 등장해 분량을 만들 뿐 전체적인 내러티브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간다.

거기에 ‘메디컬 탑팀’은 한승재(주지훈) 캐릭터가 혜수와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태형(전노민)을 투입하며 혜수와 갈등 구조를 맞추려 하고 있다. 순진한 방식으로 혜수와 대립하는 승재로서는 혜수와 극적 긴장감을 맞출 길이 없기에 긴급하게 처방된 듯 보이는 태형은 애써 그 어느 쪽의 편에도 서지 않은 척 불안감을 조성하며 갈등을 만들어 내지만 이마저도 이미 리듬을 잃어버린 극에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한다.

그나마 믿을만하던 캐릭터의 일관성 조차 놓치고, 긴급히 새 인물을 투입해 반전을 노리며 ‘마치 숨겨진 무엇인가가 더 있는 척’ 해 보지만, 이미 상황이 다급해진 ‘메디컬 탑팀’은 이미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돌아볼 시간도 잊은 듯 보인다. 혜수가 주영에게 감췄던 허동민 환자의 정체는 허무하리만치 크지 않은 사안이고, 주영을 통해 혜수가 이루려던 야심 또한 혜수가 그 동안 보여준 노회한 전략가의 모습에 비하면 유치한 수작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 실체적 갈등은 없는 상황에서 긴장감만 조성하려다 보니 결국 긴장감의 정점에 있어야 할 이야기들은 맥없이 풀어져버리고 허무함 마저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 이어지는 진부한 방식의 연출과 인물들을 그려내는 시각은 가뜩이나 새로울 것 없는 드라마의 최소한 볼거리조차 놓게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비치는 혜수와 주영의 표정이나, 불필요하게 클로즈업되어 부각되는 태신 생모의 표정. 그리고 애써 의뭉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태형의 모습 등은 이들을 보는 시선 조차 이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한 느낌마저 준다. 카메라의 시각이 그러할 지경인데, 이를 보는 이들이 어떻게 인물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의학 드라마의 ‘흥행 불패’ 신화를 무참히 깨버린, 어떠한 의미에서는 드라마계 역사에 한 자락 남을 드라마가 될 ‘메디컬 탑팀’은 드라마가 결국 소재에 안일한 마음을 먹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이야기의 문제다. 산만한 갈등에 매력 없는 인물들까지. 어느 하나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에 애써 손을 들어줄 사람들은 없다. 더 이상 ‘불패 신화’란 없는 시장에서, ‘메디컬 탑팀’은 그 ‘불패 신화 없음’의 희생양으로 남게 되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다 포인트
- 전 주에 지분 몰빵하시더니, 지분 몽땅 잃으신 성우 쌤. 이제 안 나오시는 건 아니죠?
- 시민운동가 한 명으로 ‘로열메디컬센터’ 건립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시다니, 부원장님이야 말로무척 순진하시네요
- 떡밥은 많은데 정작 물고 싶지 않은 건, 그게 그냥 낚시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죠. 뻔히 보이는 낚싯대를 물 만큼 눈 먼 물고기가 요샌 많이 없더군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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