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곽경택 감독
2001년 영화 ‘친구’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었다. 흥행을 둘째치고라도 영화 속 대사와 장면은 입에서 입으로 전국 곳곳에 퍼졌다. 영화를 봤던, 보지 않았던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고선 배기지 못했다. 그 당시에도, 12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거론될 수밖에 없는 작품 중 하나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속 대사가 줄줄 나온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2년 전 친구들이 다시 만났다. 동수의 죽음으로 ‘친구’는 끝을 맺었지만, 동수의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친구2’란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됐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은 근 10년 만에 ‘친구’를 위해 뭉쳤고, 김우빈과 주진모 등이 새로운 멤버로 가세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곽경택 감독의 딸조차 “왜 만들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했을까. 대중도 마찬가지일 터. 이미 드라마 ‘친구’로 한 번 우려먹었기에 ‘또 친구’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곽경택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날카롭게 가해질 시선에 그 누구보다 떨고 있을 곽경택 감독을 만나 ‘친구’ 그리고 ‘친구2’를 이야기했다. 오전부터 잡힌 인터뷰 일정에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허허’ 웃으면서 “이거라도 하니까 그나마 살겠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할 일도 없고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한다. 농담처럼 웃음이 더해졌지만, 이 말이 지금의 심경을 잘 대변하는 듯했다.

Q. ‘친구’를 보지 않은 관객이 있을까 싶다. 당시 어려서 보지 못했더라도 ‘친구’란 영화는 다들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친구’의 그림자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부제 정도로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곽경택 감독 : 과연 ‘친구’란 제목이어야 하나란 생각을 살짝 했다. 굳이 ‘친구2’란 제목이 필요할까요 했더니 동료, 투자자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깜짝 놀라는 거다. 그래서 그다음 말은 꺼내지도 못하겠고. (웃음). 후광효과는 분명 기대했던 것 같다.

Q. ‘친구’를 떨쳐내는 작업 그리고 더하는 작업, 이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곽경택 감독 :
글을 쓰고,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 있는 결정이 중요했다. 빨리 방향을 설정하고, 디테일을 채우지 않으면 고민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근데 결정을 해놓고, 그 결과는 한참 있다가 나오니까 속이 탄다. (웃음). 편집 마지막 순간까지도 맞게 결정한 건지 고민이었다. 우선 캐스팅이다. 영화적으로 이야기하면 캐릭터인데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가 핵심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은 준석과 성훈이다. 두 사람의 갈등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을 선별했고, 이 갈등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다 뺐다. 결국, 1편에 나왔던 주요 인물들이 테두리 밖으로 나가게 됐다. 콘셉트에서는 ‘향수’는 이제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뭘 잘하는지를 생각했고, 내가 제일 잘하는 걸로 승부하자고 마음먹었다.

Q. 지난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유오성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속도의 문제였고, 지금은 방향의 문제라고 했는데 어쩌면 그 말이 ‘친구’와 ‘친구2’를 구분 짓는 핵심 아닐까 싶다.
곽경택 감독 :
둘 다 인생에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뚜렷하게 그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영화에 표현된 것 같다.

곽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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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산영화제 가는 길에 ‘친구2’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리게 됐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딸마저 ‘왜 만드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곽경택 감독 :
생각해보면, 이야기꾼의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본능이 꿈틀거리면 내가 나를 냉정하게 제어를 못 하는 것 같다. ‘미운오리새끼’도 그래서 한 것 같다. 아직 머리보다는 가슴 쪽이 좀 더 비율이 높은 것 같다.

Q. ‘친구’는 조폭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친구들 간의 진한 무언가를 담고 있다. 남자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친구2’는 조폭 누아르 성격이 더 강하다. 방향 전환처럼 느껴진다.
곽경택 감독 :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업’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다. 업이라는 게 준석과 성훈의 관계도 만들었고, 이철주의 업이 준석 같은 아이를 낳은 것 아니겠나. 3명의 주인공은 그다지 좋은 업을 못 쌓은 사람이다. 이철주는 우리 아버지 세대인데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을 한 사람들이다. 생존을 위해 겪어내야만 했던 거다. 그리고 우리 세대라고 하면,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변화는 과정에 놓여 있던 세대인 것 같다. 불과 1~20년 전인데도 정신없이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손에 든 건 막상 몇 개 없지만 말이다. 준석은 지금 내 심정을 대변하기도 한다. 우리 다음 후배 세대, 성훈 이야기인데 취재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좋은 가정에서 잘 성장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소위 말해 비행 아이들을 보면 IMF와 연계돼 있었다. 한국 가정이 급속도로 깨지는 시점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뭐든지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즉, 돈이 인생에 목표점처럼 될 수밖에 없는 세대인 거다. 그런 것을 성훈을 통해 해보고 싶었다.

Q. 성훈의 친구를 스님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였겠다.
곽경택 감독 :
맞다.

Q. ‘친구’는 감독님 자신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에도 들어가 있는 건가. 그런 지점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곽경택 감독 :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면 글이 강하게 나온다. 상상은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 ‘친구’ 끝나고 12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와중에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너무너무 후회하는데 연민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분이 해준 이야기가 극 중 인물을 통해 대사화됐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들 사이에서도 사람이 죽는 건 일종의 사고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평생 불구 만들어 놓으면 되는 건데 누가 죽으면 사건이 커진다. 준석과 동수도 마찬가지 아니었겠나. 준석이도 동수가 ‘니가 가라 하와이’ 같은 소리만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 됐던 거니까. 그런 모티브가 ‘친구’의 사건 재구성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사물의 다른 방향을 보게 된 셈이다.

Q. 알려졌다시피 유오성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렇다면 굳이 유오성이 아니라 유오성의 아들과 장동건의 아들 이야기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꼭 유오성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
곽경택 감독 :
미워도 좋은 연기자란 건 알았다. 그리고 신인들만 데리고, ‘친구’란 영화의 무게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유오성은 무조건 있어야만 했다.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무조건 해야 할 것은 오성이와의 화해였다. 그게 전제가 됐다. 갑자기 ‘영웅본색’ 2편이 생각나면서 쌍둥이로 할까도 싶었는데 이건 너무 심한 것 같았다. 아들도 조금 걸리는 거였으니까. (웃음).

곽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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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는데 유오성의 속내는 어땠을까. 또 ‘친구2’를 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감독님 못지않게 유오성도 기분이 묘했을 것 같다.
곽경태 감독 :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지난날 속상했던 게 남아 있어도 작품을 하면 신 날 것도 같고. 화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이 ‘똥개’ 원작자다. 그리고 오성의 처다. 보이지 않게 애를 많이 써줬다. 남편의 자존심을 잘 지켜주면서 나와 화해를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Q. 어찌 보면 유오성이란 배우도 참 풍파가 많았다. 감독님도 근 1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그는 어떤 배우가 돼 있던가.
곽경택 감독 :
여전히 에너지를 잃지 않은 배우였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내가 살리면 배가 되겠다는 자신감이 확 붙었다. 첫날 영동교도소에서 혜지(장영남)와의 면회 신을 찍었는데 당시 혜지는 대사가 많고, 준석은 단답형이었다. 대부분 한두 번에 다 끝났고, 더 갈 필요가 없었다. 그때 자신감이 확 몰려왔다.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았던 것은 여러 힘 빠지는 일이 많았음에도 자기 악기의 조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거다. 몸을 만들어놓은 상태라든가, 속상함을 다독거리는 방법이라든가. 그런 경우는 굉장히 반가운 거다.

Q.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유오성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오래간만에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 반가웠다. 거칠고, 야성적인 냄새에 세월까지 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곽경택 감독 :
우리끼리 그런 말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건달 연기는 당대 최고라고. (웃음).

Q. 김우빈은 좀 애를 먹지 않았을까 싶다. 김우빈만의 거친 매력은 돋보이는데 초반엔 약간 떠 있는 것 같았다.
곽경택 감독 :
성훈의 등장 장면을 순서대로 찍은 게 아니다. 초반 성훈이 등장하는 사찰 장면은 영화 제작 시점에서 3분의 2지점에 찍은 거다. 그러면서 고민을 하긴 했다. 초반부라 오버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고민을 잠깐 하다가 일부러 좀 더 오버하는 것처럼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준석이 핵이라면, 성훈은 그 주위를 정신없이 도는 전자 같은 거다. 캐릭터적인 것을 좀 더 부각해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도록 설정했다.

Q. 사실 김우빈은 감독님 조카가 아니었다면 선택 대상에는 없었을 배우이지 않나.(지난 ‘친구2’ 현장공개 당시 곽경택 감독은 고등학생인 조카한테 ‘김우빈 주인공으로 하면 안 돼요’라는 문자를 받고, 즉시 김우빈을 찾아갔다고 밝힌 바 있다.)
곽경택 감독 :
맞다. 그 조카가 이번에 수능 시험을 봤다.

Q. 수능 선물로 김우빈 만나게 해줘야 할 것 같다. (웃음).
곽경택 감독 :
이미 예전에 만나게 해줬다. (웃음).

곽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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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이 나온 김에 김우빈은 어떤 배우인가.
곽경택 감독 :
장점 중 하나는 얼굴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헤어스타일 바꾸고, 분장 달리하고, 조명에 따라 여러 가지 얼굴이 나온다. 촬영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표정 하나를 건졌을 때, 그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감독한테는 그게 최고다. 그리고 성훈은 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분수령 중 하나다. 성훈이 마지막에 울 때 공감을 해주냐 못하냐가 포인트다. 그 결과에 마음 졸이고 있다.

Q. 한 가지 궁금한 건 성훈은 왜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곽경택 감독 :
가장 큰 정서는 서러움이라 생각했다. 첫 정을 느꼈던 인물인데 그 사람이 내 원수라는 서러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 여겼다. 그래서 조금 쿨하게 처리하려고 했고, 울먹거리질 않길 원했다. 그런데 첫 테이크에 우빈이 울먹거리는 거다. 놀래서 그게 아니라 좀 더 쿨하고 냉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편집을 해보니까. 울먹인 게 맞는 거다. 첫 테이크에 울먹거리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얼마나 고맙던지. (웃음). 그렇게 건진 게 또 있다. 친구가 죽고 나서 골목을 혼자 걷는 장면인데 그때 콘디션이 좋지 않아 집중도가 흐트러졌다. 그래서 감정 설명을 제대로 못 해주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골목 끝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거다. 설명도 안 했는데 기막히게 하는 거다. 별로 한 것도 없이 한 장면 건졌다. (웃음).

Q. 무엇보다 ‘친구’의 주요 출연진은 한 번쯤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레인보우가 궁금했다. 분명 그들이 등장할 여지가 보이기도 했다. 섭외를 아예 하지 않은 건가.
곽경택 감독 :
레인보우도 나이가 많이 들었을 거다. (웃음). 드라마를 풀다 보니 틈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 나이 든 모습을 궁금해할 거란 생각에 몇 신을 할애 했다가 다 뺐다. 갈 길이 더 급했다. 레인보우를 얘기하시는데 레인보우란 영화를 만들까요?

Q. ‘친구’에선 레인보우 멤버처럼 여자 캐릭터도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여자 캐릭터가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다.
곽경택 감독 :
시퀀스 하나가 없어지면서 더 그런 것 같다. 원래 이철주 분량에서 준석의 엄마가 나오는데 그 시퀀스를 들어냈다. 그러면서 부드러운 부분이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내 결정이기 때문에 후회해봐야 늦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여자는 혜지 역의 장영남이다. 그런데 그 캐릭터도 삶에 있어 가장 바닥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장면을 공들여 찍었는데 결국 없어졌다. 편집 중간에 고민 많이 했다.

곽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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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투리 부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친구’ 때도 부산 지역 사람이 아니면 정확한 뜻을 100%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 전달과 함께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기자로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곽경택 감독 :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미치겠네’ 하는 부분이 성훈의 마지막 대사다. 준석과 성훈이 마지막에 차에서 대화하는 장면 말이다. 사투리에 감정이 실려 있다 보니 그 느낌만 약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제대로 대사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대사여서 고민하고 있다.

Q. ‘친구’가 부산이라면 이번엔 울산이다.
곽경택 감독 :
울산은 성훈의 도시다.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메탈’이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탈 때도 멋있는 길이라기보다 공단 길을 선택한 거다. 성훈의 공간들은 그다지 따뜻한 냄새는 없다. 화면에 제대로 보이건, 멀리 보이건 그런 배경을 선택한 이유다.

Q. ‘친구’는 곽경택 감독 개인을 넘어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록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친구’까지는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봐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번엔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곽경택 감독 앞길도 사실은 백척간두에 놓여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곽경택 감독 :
정확한 말이다.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진짜 다음이 없는 것 같은. 그런 심정으로 영화를 찍었고,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욕은 덜 먹는 것 같아서 조금 안심된다. 물론 그게 다음 행보를 확보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리고 나로서는 이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아니면 다시 궤도에 진입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런 위기감이 있었고, 해내고 싶었다.

Q. 언론 시사회 끝나고, 개봉을 앞둔 딱 이 시점이 그 어느 때보다 떨릴 것 같다.
곽경택 감독 :
맞다. ‘친구’ 후반 작업 할 때도 그랬지만 웬만하면 후반 작업 하면서 다음 작품 시나리오를 쓴다. 그 이유는 지금 당장 찍은 영화에서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른 것에 빠져있어야 새롭게 보이는 게 분명 있다. 그래서 자꾸 글에 손을 대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 된다.

Q. ‘친구2’를 왜 하느냐고 했던 딸은 영화를 봤나. 뭐라고 하던가.
곽경택 감독 :
2시간 30분 분량의 현장 편집본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줬다. 어차피 모니터링도 할 겸해서 같이 봤다. 그때 한마디 했다. ‘내가 만들지 말라 그랬는데 잘 만들었어. 만들기 잘했어. 아빠’라고. 그래서 ‘진짜’냐고 되묻기도 했다. 끝까지 잘 붙들고 가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정도로 봐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우빈을 잘 따라가는 것 같았다.

Q. 여러 편의 영화를 개봉시켰지만 이번만큼은, 이전과 달리 뭔가 바라는 게 있을 것 같다. 그게 평가든, 흥행이든.
곽경택 감독 :
‘친구’의 3분의 2만 했으면 좋겠다. 그럼 대만족일 것 같다. 결코, 쉬운 숫자가 아니다. 만약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다면 ‘친구’ 만들어서 흥행적으로 실패한 감독이 된다. 평가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1편보다는 아쉽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지 않나. 1편을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평가는 인색할 게 당연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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