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방송화면 캡쳐
‘왕가네 식구들’ 방송화면 캡쳐
‘왕가네 식구들’ 방송화면 캡쳐

KBS2 ‘왕가네 식구들’ 21, 22회 2013년 11월 9일, 10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수박(오현경)은 SNS를 통해 전 애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직장으로 출근하기로 한다. 세달(오만석)은 계속해서 호박(이태란)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이에 화가 난 호박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 상남(한주완)이 사귀는 여자가 광박(이윤지)임을 알게 된 대세(이병준)는 둘의 만남을 반대한다. 상남은 대세를 설득하려 하나, 광박의 집에서 자신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광박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리뷰
‘왕가네 식구들’ 중 다음의 설명이 가리키는 인물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배우자를 무시한다. 배우자 외의 이성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정답은 허세달이었다.

그런데 왕수박도 정답이 되었다. 사업에 실패한 민중(조성하)에게 함부로 대하고 앙금(김해숙)과 짝을 이뤄 호박을 괴롭히던 수박이 이번에는 전 애인을 만나고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택배 업무로 순정(김희정)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마음에 걸려 더 이상 순정의 집에 들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민중과 대조되며 더욱 나쁜 행실로 비춰졌다. 호박을 위해 미란(김윤경)에게 통쾌한 복수를 해 약간의 호감으로 돌아섰던 수박은 전 애인의 등장으로 도덕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이제 도저히 예뻐할 구석이 없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 캐릭터의 특성이 세달을 통해 이미 계속 보여져 왔던 것이라는 데 있다. 그리 권장할 만한 사항도 아닌데 반복해서 또 보여짐으로써 짜증을 유발시킨다는 데 있다. 드라마가 등장인물의 24시간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에피소드만을 골라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많으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취사 선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물에 대한 고찰을 게을리 한 제작진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유리가 말했다. 자신과 김나영의 캐릭터가 겹친다고. 그래서 김나영이 거절한 자리는 자신에게 섭외가 들어 오고, 자신이 거절한 프로그램은 낸시랭을 섭외한다고. 예능프로그램에서조차 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데, 인간의 면면을 보여주어야 하는 드라마에서 왜 보기 불편한 캐릭터를 중복해서 보여 주는 것인지. 제작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수다 포인트
- 무서운 모성 본능: 영달(강예빈)아, 울지 마라. 너 찬 녀석의 아버지 머리를 이 에미가 홀라당 태워주었다.
- 영달의 섹시 댄스에 헤벌쭉한 돈(최대철). 수박의 눈웃음 섞인 댄스에 헤벌쭉한 거래처 고객. 22회가 21회를 표절한 거 아니냐고요? 장르의 유사성일 뿐, 상상력의 빈곤 탓은 절대 아닙니다.
- 그래서 미스코리아 예선 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가요?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고 맛있는 떡밥도 하루 이틀이지.

글. 김진희 (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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