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P 힘찬, 종업, 영재, 대현, 방용국, 젤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B.A.P 힘찬, 종업, 영재, 대현, 방용국, 젤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B.A.P 힘찬, 종업, 영재, 대현, 방용국, 젤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똑똑’. “지금 시계 보고 있죠?” 사진기자가 인터뷰 시간이 한참 초과되었음을 알리며 방문을 열지 않았다면 가속도가 붙은 이야기는 끝없이 질주했을 것이다. 방 안 하얀 커튼 사이로 스민 레몬 빛 햇살 같았던 여섯 소년과의 대화는 평소 인터뷰 시간의 2배 이상을 할애하게 했다.
10월 4일 금요일 11시, B.A.P를 만났다. 조금은 차분하고 약간은 조용했던 소년들은 시간이 흐르자 문장 끝에 자연스러운 웃음을 더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이야기 위에 다른 이의 절묘한 대답을 포개어 재미있는 화음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며 느꼈던 멤버들 각자에 대한 인상 그대로 방용국, 힘찬, 대현, 영재, 종업, 젤로는 자신들의 매력을 화보 촬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와, 여기가 스튜디오인가요?” “꼭 집에서 촬영하는 것 같아요”라며 촬영 현장을 신기해하던 방용국의 묵직한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꺼내 보았다.

# 우린 예쁜 꽃 느낌 아니깐
거실에서의 단체 촬영.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면 된다고 사진기자가 말했다. 그러자 수줍음과 장난기를 동시에 지닌 종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액션을 취했다. (리더 방용국의 꽃병을 제외하고) 주변에 있던 꽃을 하나씩 자신의 앞으로 끌어모으더니 꽃병으로 작은 원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살포시 들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꽃을 파는 소년이 되었다. 인터뷰 때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임을 알 수 있었던 방용국은 또 한 번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꽃꽂이 외길 인생 24년을 걸어온 장인처럼 자연스러운 포즈로 꽃을 병에 넣었다 뺐다 하며 촬영에 집중했다. 꽃잎과 줄기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것 같더니만 이내 꽃 한 송이를 꺼내 오른쪽 귀에 슬며시 꽂았다.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그야말로 ‘상남자’의 얼굴을 하고는.

# 거울 앞 네 얼굴, 사과처럼 예뻐
“방용국은 빨간 사과, 젤로는 사탕…” 멤버들에게 촬영 소품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잠깐의 쉬는 시간, 멤버들 각자 음악을 듣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방용국이 테이블 근처로 다시 와서 사과를 집어 들었다. 스튜디오에 흐르는 평온한 공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려는 듯, 아주 조용히 그리고 살며시. 그러더니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아주 작은 각도로 틀어가며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사과 한 번, 얼굴 한 번, 사과와 얼굴을 동시에 한 번.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드디어 방용국의 개인 촬영. “섹시하게 먹어봐요”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저기…섹시하게 먹는 게 뭐죠?”라며 방용국이 쑥스럽게 물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에서 사과를 ‘앙’ 베어 물기도, 터프한 남자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좋았던 건 ‘방용국다운’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 배우하셔도 될 것 같아요
“바닥에 누워서 진짜 쉬어도 돼요?” 실제인지 연기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방용국, 힘찬, 젤로, 세 명이 촬영할 때 힘찬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보통은 기껏 만져 놓은 머리가 망가지거나 옷이 구겨질까 봐 몸을 사리기 마련이었다. 힘찬은 이런 것쯤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듯 정말 단잠에 빠진 사람처럼 눈을 감고 연기에 몰입했다. 음료수를 마시는 개인 촬영 때에는 마시는 척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에이, 진짜로 마셔야죠!”라며 음료수 캔을 따더니 ‘콸콸’ 목으로 쏟아 부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당장에라도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음료 한 캔을 꺼내 마시고 싶게 하는 리얼함이 전해졌다. 사실, 스튜디오로 처음 들어섰을 때 힘찬이 가장 말이 없었다. 방 한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 누구보다 활기를 띠었고 화보 촬영 때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팡’하고 힘차게 터뜨렸다.

# 로션은 야무지게 발라야지
맨발로 사진을 찍는 콘셉트는 현장에서 정해졌다. 갑작스럽게 양말을 벗어 속살 아닌 속살을 노출해야 했던 멤버들은 몇 초간 고민하는 눈치였는데 그것도 잠시, 모두 ‘훅훅’ 양말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로션을 가져와 달라고 말한 유일한 멤버가 있었으니… 바로 대현이다. 자신의 두 발에 꼼꼼하게 로션을 다 바른 후에서야 촬영에 들어갔다. 인터뷰 직전, 방 안에 놓인 향수에 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현은 언제 또 맡아봤는지 “아, 향기가 다 좋더라고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섬세한 것에 더해 붙임성 또한 좋았는데, 현장에 있는 스태프에게 가장 많이 말을 건네며 웃어 보였다. 게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인터뷰 시작부터 “네” “네”라며 쉬지 않고 호응을 해주어 조금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 떠오르는 차세대 기억력 주자
인터뷰 중 가장 기억력이 좋은 멤버로 힘찬이 꼽혔다. 머리가 좋아 웬만한 일들은 다 기억해내서 그 앞에선 실수도 못 한다고 대현이 귀여운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 힘찬이 뽑은 차세대 기억력 주자가 영재다. 힘찬의 지명에 영재가 “여러분~저 조심하세요~”라며 그림처럼 옆으로 길게 뻗은 눈을 반쯤 접어 보이며 웃었다. 거실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땐 알아서 척척, ‘똑똑이’가 따로 없었다. 다리를 대현에게 향했다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다가, 장난스럽게 힘찬의 발을 만졌다가, 포즈도 자유자재다. 조금은 급하게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였던 영재는 단연 포토제닉이었다. 컵케이크 하나만으로 섹시함, 귀여움, 발랄함 모두 표현해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사진기자가 말했다. “민트색 니트 입었던 멤버(영재), 볼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귀여워!”

# ‘우두두두’ 초콜릿 먹는 토끼
“어, 토끼 옷 입었네, 토끼 옷” 방용국이 종업의 옷을 가리키며 빙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토끼를 닮은 것 같다 말하니 종업이 윗입술을 위로 올리고 아랫입술을 이로 눌러 토끼 이빨을 만들어 보였다. 종업 덕분에 모든 이들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초콜릿을 먹는 개인 촬영에선 “초콜릿 먹으면 여드름 난다고 했는데…”라며 누구도 듣지 못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한 후 자세를 잡았다. “이거 다 먹으면 천 칼로리도 넘어요!”라고 알려주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에이, 어차피 배도 고픈 김에 그냥 먹어버려요!”라고 말하니 여드름 난다고 걱정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우두두두’ 한 줄을 잽싸게 먹어 치웠다. 그러더니 하는 말, “아, (이거 먹어서) 밥 못 먹겠다…” 마냥 사람 좋게 웃으며 귀엽기만 해 보였던 종업은 알고 보니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남자였다.

# 열여덟, 그리고 열아홉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생각이 많아 보였던 소년, 젤로. 하지만 자신이 아직 어린 만큼 서두르지 않고 무엇이든 천천히 이뤄가고 싶다며 말간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어갔다. 송지은의 ‘Vintage’ 피쳐링에 참여했던 그에게 열여덟이 소화하기엔 가사가 조금 어렵지 않았냐 묻자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계속 부르다 보면 어느새 이해가 된다는 프로다운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새하얀 눈밭 위에 핀 연분홍 꽃처럼 예뻤던 젤로는 화보 촬영 때에는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이었다. 사진기자가 혓바닥을 살짝 내밀며 롤리팝을 먹어보는 건 어떻겠냐 말하니 쑥스러워하는 기색 따위 전혀 없이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꿔 지켜보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순백의 천사 같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섹시해 보이는 매력까지 지닌 묘한 막내였다.

[인터뷰 번외편 - 장난꾸러기 청개구리]
Q. 어제 진주에서 있었던 ‘한류드라마틱 콘서트’에서 머리에 반다나 한 모습을 봤다. 팬들도 좋아하던데.
방용국: 사실 헤어샵에 가서 머리를 다 했었다. 그런데 자는 바람에 산발이 되어버려서… (웃음) 즉석에서 내가 급하게 막 한 거다.

Q. 그런데 팬들이 (용국이) 머리를 짧게 잘라서 일부러 가린 건 아니냐고 걱정도 하더라.
방용국: 음… 그 말을 들었으니깐 다시 잘라야겠다.

Q. 아니 왜? 안.된.다!
방용국: 반대로 하는 걸 좋아해서. (웃음)

Q. 그렇다면… 혹시라도 슬퍼할 팬들을 위해 ‘자른 게 낫다!’고 정정하겠다!
방용국: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그냥 내버려 두겠다. (웃음)
일동: (폭소)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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