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9′ 하휘동이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 있다
‘댄싱9′ 하휘동이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 있다
‘댄싱9′ 하휘동이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하휘동, 인생 자체가 춤이 돼버린 사람만이 뿜어내는 기운을 느꼈다. 그에게는 특유의 동작이 있다. 얼굴을 가리고 나온 무대가 있었다. 그러나 등장 순간부터 단번에 그를 알아보게 됐다. 춤이 곧 그였기 때문이다.

사실 하휘동은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스트리트 댄서계의 레전드 같은 존재였다. Mnet ‘댄싱9′에서 그가 첫 등장한 순간을 기억하는가. 마스터들도 그의 무대는 별다른 평을 얹지 않았다. 숨죽이며 그의 무대를 바라볼 뿐. 무대를 쥐락펴락, 서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간의 공기를 그의 것으로 전환시켜버리는 존재감을 발하는 그는 올해 서른다섯이다. 여전히 그의 얼굴과 가슴에는 푸릇한 청년이 숨 쉬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의 무대를 보기도 전에 나이를 말하곤 했다. 그는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대중 앞에 무대 속 자신을 꺼내보였다.

“서른 중반이 되고나서 ‘아직도 비보이를 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물론 어렸을 때보다 힘은 좀 더 들지만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깨고 싶었고, 나이가 많을 때 할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농담처럼 ‘댄싱9′을 하면서 신체적으로는 힘이 들 때도 있었고 아무래도 30대가 되고나니 비오기 전날 관절이 아프더라며 웃기도 했지만, 그의 무대에서 우리는 관록의 영웅을 느꼈지 노쇠한 장수를 느끼지는 못했다.

어쩌면 하휘동의 인생은 곧 한국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하휘동에게도 ‘댄싱9′이 특별했던 이유는 숱한 국제적 대회에서 우승을 할 때에도 순간 알려지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어도 꽤 많은 사람들이 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춤을 사랑하는 분들이 있었고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좋았던 점은 스트리트, 현대무용 등 특정한 장르에 국한해 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춤 그 자체를 사랑해주시는 것. 나는 그것이 좋았다.”

댄서 하휘동이 텐아시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댄서 하휘동이 텐아시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댄서 하휘동이 텐아시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세계적 수상경력만 12년인 댄서 하휘동은 ‘댄싱9′ MVP 보다 그가 속했던 레드팀의 우승이 더욱 간절했고 기분이 좋았노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찰나의 반짝임은 그의 인생에 반복적으로 있었던 일이긴 했다.

“레드팀이 우승할 때는 그냥…그냥 좋았다. 사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점수 차도 사실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나 때문에 퀼리티가 떨어진 것 같아 우현영 마스터께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승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내가 MVP가 됐을 때는, 글쎄…우리는 다 그랬다. 누가 돼도 상관없다고. 그렇지만 역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댄싱9′을 돌이켜보면, 무대에서 그렇게 노련했던 그는 유난히도 많은 눈물을 쏟았었다.

“참 이상했다.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무슨 상황만 생기면 눈물을 흘렸다. 5년 치는 운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의 눈물의 의미를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 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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