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을 내려올 때도 만난다
“하하하하.” 느닷없는 웃음소리. 그녀가 혼자서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손을 허리춤에 얹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며 척척 포즈를 취하더니 개그 프로그램이라도 시청하는 듯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셔터 소리가 바트게 돌아갔고, 호수처럼 깊고 동그랗던 그녀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바뀌며 아기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만들어낸다. 기상캐스터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한 박은지. 프리선언 1년만에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새침하고 도도할 것만 같은 그녀는 누구에게나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다가서는 털털한 성격이었다. tvN 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모습들에 대해 “아름다운 섹시”라고 눙칠 수 있는 이유는 열정과 자신감이었다. 평소에는 캐주얼을 즐겨 입는 그녀, 대학 때부터 꿈꿔왔던 길을 열정을 다해 달리고 있는 그녀. 톡톡 쏘는 상큼한 레몬 소다수처럼 순식간에 주변에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Q. 최근에는 쉬는 날이 없을 것 같다. 지난해 MBC 시트콤 <스탠바이>, 예능 <세바퀴>, SBS <강심장> 등 지상파는 물론이고, 최근 tvN , XTM <남자의 기술>, KBS W <손태영의 W>, 채널A <웰컴 투 돈월드> 등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까지 종횡무진이다.

요즘은 쉬는 날이 없다. 한동안 쉴 때는 푹 쉰 적도 있다, 하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이쪽 일이라는 게, 일이 확 들어왔다 확 나가지도 않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기상캐스터를 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연예인들과 섞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눈에 띄게 활약을 하고 있다. 밝고 명랑한 성격 덕분일까.

작년에 예능을 처음 출연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부담을 가지면 더 안 되더라. 날씨를 할 때에도, 몇 년 뒤에 다시 방송을 보면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내 눈에 다 드러나 있다는 게 스스로에게도 보였다. 예능은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Q. 다른 연예인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헛바람 든 것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 정형돈 오빠랑 Jtbc 프로그램이랑 SBS<고쇼>에 같이 출연했다, 나중에 그러더라. ‘나는 네가 그냥 연예인 하고 싶어서 나온 아이인 줄 알았다. <고쇼>에서 춤 추는 것을 보니, 안쓰럽더라’라고 말씀하셨다.

Q. <고쇼>의 뻣뻣한 웨이브 말인가. 준비는 어떻게 했나.

춤을 3주일간이나 연습했다. 문제는 운동화를 신고 연습했다는 것. 녹화장에서 처음으로 힐을 신고 춰 봤다,하하. 다행히 그 모습을 예쁘게 봐 주셨다. 고현정 언니도 크게 박수쳐 주시고…

Q. <세바퀴>에서 쟁쟁한 패널들 틈에서 자리를 잘 잡아가는 비결도 궁금하다.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좋게 봐 주셔서 고정이 되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더 어려우니 편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경실 언니랑 카스(카카스토리) 친구다. 언니에게 그냥 납작 엎드렸다,하하.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

Q. 놀라운 속도로 적응해가고 있는데, 지난해 2월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스물세살부터 기상캐스터를 시작해 7년간 쳇바퀴를 도는 생활을 했다. 입사 8개월만에 MBC <뉴스데스크>에서 날씨를 전하게 되었다. 너무나 빠른 성취였다. 3년은 날마다 혼나고, 울고… 9시 메인 뉴스이지만, 하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메인을 한다는 이유로 일요일에서 새벽 4시 일어나 6시 방송을 해야 했다. 또 기상캐스터가 할 수 있는 그릇, 혹은 파이가 작은데 한 사람이 계속 하는 것도…

박은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을 내려올 때도 만난다
Q. 일 외에도 지치는 부분들도 있었던 것인가.

퇴사할 때까지 9시 뉴스를 했는데,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하다보니 잘 한다는 평도 들었지만, 더 이상 개발해도 나올 것이 없었다. 기상캐스터 시절 국군방송 등의 MC도 같이 했는데, 진행하며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게 재미있더라. 그쪽으로 진로를 바꾸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Q. 앞서서 기상캐스터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한 안혜경에게 상담을 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MBC 들어갈 때 나가셨지만, 많이 챙겨주셨다. 소속사(싸이더스HQ) 만나기 전, 혼자 있을 때는 “캠페인 제안이 들어왔는데, 얼마 받아야 할까요?” 등의 자문을 많이 구했다, 하하. 현실적인 것의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이다.

Q.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호흡을 맞춘 MC들과는 어떻게 지내는가.

신동엽 오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채널A 진행할 때 제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옆을 보면, 꼭 TV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10명을 혼자서 상대하며, 흐름을 끊고 이어가고 정리하고… 분위기를 눌러줬다, 느꼈다가… 출연료를 받으며 공부하는 느낌이랄까.

Q. 과외 선생님을 옆에 둔 기분일 것 같다. 조언을 구하기도 하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 제가 새침해보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라고, 조언도 해 주신다.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이 내려갈 때도 만나는 사람이다”라면서. 가끔 녹화가 길어져 지치면, 따끔하게 “영혼을 실어서 방송을 하라”고도 한다. 우리를 만나러 찾아온 사람들이고, 다시 만날 수 있고, 우리는 선택받는 사람들이니까, ‘선수’니까 다들 아니 잘 하라고.

Q. 신동엽과 함께 출연하는 에서의 섹시한 분위기도 화제였는데, ‘섹시하다‘는 평엔 어떤 기분이 드나.

연출을 잘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갇혀 있는 이미지보다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섹시’라기 보다는 ‘망가져야지’라는 기분도 있었던 것 같다. 다음날 기사에 좋은 평도 있었지만, ‘박은지 왜 이러나’ 식의 글을 봤을 때는 ‘아, 이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섹시’라고 봐 달라.

Q. 긍정적인 마인드다. 자기만의 성에 갇히는 일부 연예인과 다른 것 같다.

섹시하다는 것? 연예인이라면 자신을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예능에서는 캐주얼 밖에 안 입는데… 저에 대해 궁금해들 하시는 것 같다. 샵에서 ‘박은지처럼 머리를 해 주세요’라는 손님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예능은 파급효과가 워낙 커서, 조심히 잘 하면 좋은 것 같다.

박은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을 내려올 때도 만난다
Q.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하다 기상캐스터로 진로를 바꿨는데.

의상디자인과가 미대 소속인데, 생각과 좀 달랐다. 소묘를 하고, 디자인을 하다 대학에 가니 재단을 하고, 재봉틀을 밤새 돌려야 했다. 내가 돈을 벌어 옷을 사 입자,고 생각을 바꿨다,하하. 팀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발표를 많이 했는데, 그게 적성에 맞아 보였다.

Q. 발표를 잘 했나보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학교에 가면 맨 앞에 앉아서 질문을 많이 해라. 질문이 많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고 하셨다. 키가 큰데도 맨 앞에 앉아 질문을 해 대니, 선생님들도 좋아하시고, 반장도 많이 했다. 학생 때는 사실 ‘범생이’(모범생)였다. 엄마가 12시면 ”어서 자라“고 하셨고, 연예인이나 남자친구에 관심도 없었다. 과외도 안 시키려고 하셨는데, 중학교 때 한 남학생의 어머니가 팀으로 묶어서 과외를 하자고 해서 한 적이 있다. 남학생 어머니도, 내가 공부만 할 학생으로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덕분에 수학 점수가 올랐었다.

Q. 학창시절 연예인에 관심을 갖지 않기도 어려운데.

친척언니는 MBC 공채 20기 강민아다. 큰 이모 딸인데, 우리집과 이모집이 같은 아파트여서 자주 만났고, 언니가 감우성 형부랑 결혼해 연예인이나 MBC가 특별한 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기자나 PD를 하고 싶었는데, 아나운서는 생각을 못 했다.

Q. 진로를 바꾸고 어떤 노력을 거쳐 기상캐스터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미스 유니버시티에 출전했는데, 하나도 떨리지 않더라. 내 길이 맞다고 확신했고, 학원을 끊고 리포터 등을 하다 일본의 기상회사에 들어가 1년간 일본에서 살았다. 안혜경 선배가 MBC를 그만두며 티오가 나서, MBC로 옮겼다.

Q. 일본 생활은 어땠나.

당시 <겨울연가>로 한류가 폭발할 때라 덕을 많이 봤다. 배용준 덕도 많이 봤다,하하. 회사에서도 한국 여자라고 예쁘다고 하고. “다들 최지우처럼 예쁘냐”고 하면 “그렇다”고 답해주기도 했다. 메신저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로를 가르치기도 하고. 나중에 나도 일본어를 좀 알게 되었을 때는 극우파에서 한국을 무시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Q. 학교 졸업 전에 일을 시작한 것인가.

대학 3학년 때인데, 그 때 마침 신정아 사건 때문에 학력 문제가 민감했던 터라 MBC와 학교를 같이 다녀서 겨우 졸업했다. 당시 학교에서 회사 생활을 이해해주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몇 년 뒤 학교 신문에서 나를 찾아오게 할 거야’라고 다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Q. 기상캐스터가 되었지만, 미술과 의상을 전공한 만큼 패션에 대한 관심도 클 것 같은데.

트렌디한 패션화보를 찍어보고 싶다. 뉴스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에서 머리를 자연스레 내리고 화보를 찍어보면 어떨까. 그런지하고 빈티지한 느낌으로. 트렌디한 것, 클래식한 것 말고.

박은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을 내려올 때도 만난다
Q. 평소 패션은 어떤가.

캐주얼하게 입고 다닌다. 진팬츠를 롤업해 입고, 운동화에 야상이나 청재킷을 박시하게 입는 걸 좋아한다. 박시한 T에 레이어드해도 좋고. 오늘 입은 청재킷은 김준희 언니가 준 것인데, 아는 사이라 입은 게 아니라, 너무 예쁘지 않나. 쇼핑은 백화점에서 ‘신상’을 사는 일은 거의 없다. 외국 브랜드를 바잉하는 언니를 아는데, 패밀리 세일이나 샘플 세일에서 왕창산다. 아니면, 여행에서. 명품 화이트 티셔츠도 결국 한 해 지나면 색이 변하니까…백화점은 잘 안 간다.

Q. 여행지는 어디를 선호하는가.

태국 방콕이 참 좋았다. 음식이 맛있고, 먹고 자고, 쉬기에 좋더라. 미국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아직 못 가 봤다. 시간이 2주일 정도 나와야 할텐데 말이다. 지난해에도 런던 올림픽에 함께 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Q. 쉴 때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경기도의 개척교회를 다닌다. 기타를 잠깐 배웠고, 요즘은 우크렐레를 배워보려고 한다. 6개월 정도 배우면 대부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Q. 쉬지 않고 배우는 것인가.

개인기로 쓰려고…하하. 지금은 배우는 단계니까, 재미있게 하면서도 배우려고 한다. CJ의 일들을 하고 싶었던 게, 케이블채널이지만 ‘빵’ ‘빵‘ 터트리는 모습을 보며, ’왜 하는 것마다 잘 될까?‘ 궁금했고, 그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방송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Q. 30대에 접어들었고, 프리랜서 전향에 성공했다. 앞으로 10년 뒤에 자신을 그려본다면.

목표는 김원희 선배다. 꾸준한 게 좋다. (서)경석 오빠도 그렇고. 30대를 당당히 살고 싶어서 20대를 열심히 살았다. 20대엔 위축되고 힘들었다. 30대엔 안정되고, 40대엔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지만, 열심히 하면 40대에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도 답은 없는 것 같다. 부딪혀야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