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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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의 귀환이다. 10월 9일 첫 방송된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로 이민호가 돌아왔다. 장동건과 현빈을 더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로 덧입혔던 미다스의 손 김은숙 작가와 함께 말이다. 스타 배우와 스타 작가의 폭발하는 시너지를 이미 목격한 우리로서 이민호의 김탄(배역 이름)을 어찌 손꼽아 기다리지 않으리.

텐아시아는 ‘상속자들’의 미국 LA 현지 촬영을 앞두고 잠시 이민호와 마주 앉았다. 김탄이 돼가는 문턱에서의 이민호 말이다.

한없이 맑아 여린 느낌마저 번지는 눈동자는 날카롭고 강직한 코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얼굴의 듬직한 각은 어엿한 청년의 그것이다. 전 아시아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그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기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다부진 태도,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적절한 자신감이 그를 아름다운 배우 이상의 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랜만에 연기 이야기를 신나게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하는 배우 이민호와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다. ‘전격 공개!’

Q. 마침내 이민호가 김은숙 작가와 만나게 됐다. 첫 만남, 스타 배우와 스타 작가는 어떤 대화들을 주고받았을까.
이민호 : 솔직히 고등학생 역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도 내년이면 스물여덟인데 무리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작가님은 ‘부담 갖지 말고 지금 모습 그대로 하라’는 말씀 을 해주셨다.

Q. 데뷔 초반 학생 역할을 많이 했지만, ‘꽃남’ 이후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가 오랜만에 교복을 입게 됐다. 부담이 됐음에도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민호 : ‘꽃남’ 이후 어린 티를 벗고 싶어서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하며 갇혀 지내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사이 나는 어른이 돼가고 차분해지더라.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밝은 역할을 해봐야 겠다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결과다.

Q. 최근에는 tvN ‘몬스타’가 그러했고, 요즘 청춘물들의 배우들을 만나면 다들 ‘꽃남’의 구준표를 참고로 했다고 말한다. 구준표를 직접 연기했던 이민호는 어떨까. 김탄을 연기하면서 역시 구준표를 참조하게 될까.
이민호 : 신경을 안 쓰려고 하지만 구준표는 모든 로맨틱 멜로 장르 남자 캐릭터의 복합적인 캐릭터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신들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지금의 저와 많이 변했다. 따라서 의식하지 않고 임하려고 한다. 나는 원래 캐릭터를 만들 때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를 생각하며 맞춰 가는데, 이번에는 많이 비우고 딱 처음 봤을 때 느꼈을 때 감정 위주로 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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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말은 연기에 임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민호 : 과거에는 나를 버리고 캐릭터에 맞추는 편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는 애를 많이 먹는 편이었다. 그 캐릭터가 완전히 입혀지기 전까지 연기하기에 어색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임했기에) 첫 촬영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Q. 그렇게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탄이 이민호와 닮은 지점이 많아서였을까.
이민호 : 그렇지는 않지만, 말투나 연기하는 톤에서 작가님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나와 맞는 지점들이 많았다. 어색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기존에 비해 그래서 적은 것 같다.

Q. 캐릭터를 잡아갈 때, 배우들마다 각자의 방법이 있다. 이민호는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이민호 : 기본적으로 캐릭터에게 중요한 질문을 50가지 정도 던진다. 그것을 가지고 기본 틀을 만든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하고자 한다. 또 연습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어색해져서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탄다. 상대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Q. 요즘은 배우들에게 ‘메소드 연기’를 질문하면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 돼버려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연기에 임하는 하나의 오랜 방법이다. 사실 이민호 역시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철저히 그런 캐릭터가 되려한다는 점에서 메소드 연기를 해온 것 아닌가.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런 방식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임했다는 말이다.
이민호 :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예컨대, 공효진 선배의 연기처럼 말이다. 그런 시도도 해보고 싶었던 차였다. 또 하나 이번에 맡은 역할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내가 지나치게 그런 점을 의식하고 연기를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봤다. 고등학생이라는 캐릭터의 설정보다는 나의 밝은 모습을 끄집어내는 식으로 접근하자 마음먹었다.

Q. 그렇지만 김탄에게는 다크한 면도 있다고 들었다.
이민호 : 아직은 초반이라 어떤 느낌일지 훅 다가오지 않았지만. 그렇다. 김탄의 아픔이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것을 제시하고 시작한다. 따라서 극중의 내가 웃더라고 슬퍼 보이는 장치들이 있다. 내가 지나치게 그 감정을 연기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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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로 이민호의 연기가 가진 강점이 그것이다. 지나치게 연기하지 않는다는 점. 슬프다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슬퍼 보이는 그런 연기 말이다. 명확한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있지만 막상 캐릭터가 되면 이민호가 보이지 않는 이유도 그런 애쓰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민호 : 연기를 할 때,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 철저하게 캐릭터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을 보면 헤어스타일이 같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도 하고, 또 어떤 배역을 연기하기로 한 순간부터 나는 평소에 다니면서도 ‘이 인물은 이 상황에서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며 고민하고 있다.

Q. 그런 생각들이 축적되면서 문득 캐릭터와 일체되는 순간이 있다.
이민호 : 그렇다. 눈빛의 변화만으로도 인물의 변화를 표현할 때처럼 말이다. ‘신의’에서는 29세이던 최영을 연기하다 회상신을 찍었는데, 눈빛만으로 어려 보였던 순간이 바로 그랬다.

Q. 최영의 엔딩신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민호 : 나는 수염이 기억에 남아있는데(웃음). 그래, 그 엔딩신은 정말이지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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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의 연기가 구별이 되는 점은 브라운관은 명확하게 감정을 드러내야 해서 도드라지게 연기를 하는 반면 스크린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 그러나 이민호는 브라운관에서도 스크린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다. 그래서 스크린이 더 적합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민호 : 나는 ‘나 슬퍼요. 알아주세요’ 라고 연기하는 것이 오그라든다. 물론 그런 것이 필요할 때도 있고, 요즘 드는 생각은 그런 신에서는 감정을 더 드러내는 것이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기본적으로 과한 것보다는 절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는 ‘꽃남’ 끝나고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아직은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을 못 만났다. 그래서인지 이제 영화 쪽에서는 이민호가 영화를 안 한다는 소리도 돈다고 하더라. 그러나 아니다.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웬만하면 영화를 하고 싶다.

Q. 현장에서 분위기는 어떤가. 김성령과는 두 번째 호흡인데 모자(母子)로 만났고, 또 현장에서 나이가 제법 많은 축에 속하게 됐다.
이민호 : 김성령 선배와는 재미있다. 현장에서는 케미가 산다는 평이 있으니 기대해주시길(웃음). 그리고 그래 맞다. 학생을 연기하는 배우 중에는 내가 가장 나이가 많더라. 부담스럽다. 전작(‘신의’)만 해도 (김)희선이 누나와 열살 차이가 났는데 이제는 다 동생들이다.

Q. 생각하기 나름인데, ‘꽃남’과 비교해보면 내가 이만큼 이뤘다는 것의 증거처럼 여겨질 것 같기도 하다.
이민호 : 첫 촬영을 시작할 때 어리바리하지 않고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카메라 감독님이나 감독님과 대화도 주고받는 식으로,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나를 발견할 땐 정말 그런 것을 느낀다. 하지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의 나이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실제 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
이민호 : 자유분방했다.

Q.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민호의 자유분방한 또 다른 모습을 볼 기회가 많이 없었으니까. 예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민호 : 예술적인 부분에서 타고난 것이 없다. 연기 외에 다른 것들에는 자신이 없다. 쉽게 용기를 못내는 편이다. 자신 있고 잘 하는 것 위주로 하고 싶다. 어찌됐던 인기를 얻고 나서 해외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다보니 팬미팅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팬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까지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팬미팅 자리에서는 능숙하게 노래를 하기는 한다(웃음).

Q. 하지만 방송에 나가 노래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민호 : 그 정도의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못한다(웃음).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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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인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이민호는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 신인시절부터 줄곧 칭찬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민호 : 전혀. 어렸을 때는 정말 감독님한테 욕을 많이 들었다.

Q. 하지만 김수로가 ‘6개월 안에 국민배우가 될 재목’이라고 칭찬했다고 하던데.
이민호 : 연기 때문은 아니었다(웃음).

Q. 그렇다면 만약 ‘꽃남’을 안했더라면 지금의 이민호는 어디쯤 와있을까라는 생각, 혹시 해본 적 없을까.
이민호 : 과거에 한 적이 있다. 만약에 안했더라면 조연으로 몇 작품 더 하다가 지금쯤에야 주연을 할 수 있었을까.. 뭐 그 정도의 생각.

Q. ‘꽃남’이 확실히 스타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입힌 것은 사실이다.
이민호 : 그것을 굳이 벗겨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분명 내가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테고 그 부분을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연기생활을 길게 보고 있기에 애써 지금 벗으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천천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싶다.

Q. 모두가 궁금해 할 이민호의 일탈을 이야기해볼까?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일탈이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이 왔다. SNS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웃음)?
이민호 : 그렇다. 하지만 외국에 가도 똑같다(웃음).

Q.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쌓이면 해소를 어떻게 하나.
이민호 : 다행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해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누나와 25년 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누나가 ‘너는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니’ 라고 하더라. ‘없다’고 하니까 ‘이런 이야기 안하면 어떻게 살았니’라며 신기하게 생각하더라. 그만큼 표출도 하지 않고 분출도 하지 않는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랬다. (옆에 있던 매니지먼트 관계자가 ‘정말이지 쌓아놓는 성격도 아니라서 한 번에 폭발하지 않는다’라고 증언했다.)

Q. 아니, 성격마저 좋다는 거네!
이민호 : 하하하. 물론 연기하면서 분노하는 장면 등에서 표출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 같긴 하다. 또 작품에서는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연애도 할 수 있고.

Q. 음주도 안 하겠다?
이민호 : 소주를 원래 안 마신다. 그리고 술을 잘 못한다. 예전에 매니저가 술을 줘서 마셔봤는데 못하겠더라. 반전이지 않나. 술 잘 먹게 생겨가지고.

Q. 그렇다면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운동?
이민호 : 드라마 1~2회는 다 챙겨보고 영화도 보는데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 잘 못본다. 액션이나 스릴러, 특히 반전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리고 운동은 실은 작품 들어오기 3개월 전부터 한다. 게으른 편이다. 자기관리 잘 못한다. 운동도 덜 하고 피부과도 안 간다.

Q. 아니, 정말 남자군(웃음).
이민호 : 그런가? 하하하.

Q. 이민호는 정말 완벽한 왕자님 같다. 인터뷰에 앞서 여자들이 왜 이민호를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시티헌터’나 ‘신의’나 ‘꽃남’ 때처럼 늘 결국은 돌아 돌아 내 앞에 나타나줄 것 같은 왕자 같은 이미지에 열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미지로 사랑받는 것은 기분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오글거리는 설정을 싫어한다면 다른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민호 : 드라마 상에서 백마 탄 왕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 특성상 늘 엔딩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작품은 선택을 잘 했고 후회는 없다. 항상 하면서 많이 배웠고 나는 꾸준히 계속 다른 역할을 했고 또 그럴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김영준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정혜진/어시스턴트. 임혜림, 이새로미/헤어. 강호(강호 더 레드카펫) 메이크업. 유혜마(강호 더 레드카펫) 의상협찬. 마코스루퍼 by 톰그레이하운드, 빅터앤룰프, 맥큐, 디디에두보, 디스퀘어드 2, 페르드르알렌느, 뉴발란스, 조셉, 크리스토퍼 레번, 마우드런던

*이민호에 관한 더 풍부한 내용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0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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