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
부산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
부산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늘 웃는 얼굴이다. 영화 ‘소원’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거둬서 그런가? 한국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부산은 그에게도 뜻깊은 장소일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2년 전 “영화 ‘평양성’이 망하면 상업영화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 그가 ‘소원’으로 돌아왔다. ‘소원’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주변 사람들로 인해 치유 받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준익 감독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소원’은 따뜻함과 치유를 전달해준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준익 감독은 “나에게 부산은 마음속의 놀이터다”라고 말한다. 부산에는 영화도 있고, 비엔날레도 있고, 해운대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재밌는 놀이터일 터. 그는 “무엇보다 부산은 도시 문명의 화려함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곳을 활보하는 어른, 아이, 청소년의 표정들이 놀이터에 나온 사람들 같아서 나를 평안하게 해주고 응원해주는 거 같다”고도 덧붙인다. 생각해보니 그의 영화 속 배경은 주로 서울이 아닌 창원(‘소원’), 영월(‘라디오 스타’) 같은 변두리다. 또 이준익 감독은 어린아이(‘소원’), 어릿광대(‘왕의 남자’), 한물간 록스타 (‘라디오 스타’)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대부분 (모두)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상이 깨지지 않는 것, 평안함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이준익 감독이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소원’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경제 성장 체제가 너무 오래 가다 보니 모두 지쳤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어 소원이에게 아픔을 가한 그 사람처럼 “사회가 성장만을 추구하면 괴물이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성숙한 것은 일상이 깨지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라는 말하는 이유다.

부산=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부산=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