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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도 관객도 감개무량했다. ‘Lonely Night’부터 ‘회상3’까지 부활의 주옥과 같은 히트곡들이 흐르는 가운데 관객들은 연신 ‘부활’을 외쳐댔다. ‘희야’, ‘사랑할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를 합창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싱얼롱 레퍼토리’를 많이 가진 록밴드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9년 동안 밴드를 이끌어온 김태원의 뚝심, 15년간 그 옆을 지켜온 드럼 채제민과 베이스 서재혁의 우직함, 그리고 8년차를 맞은 정동하의 젊은 열정이 부활을 콘서트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무엇보다도 부활 멤버들이 웃으면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할 때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개천절인 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부활의 단독콘서트 ’2013 부활 Live Tour Concert in 서울’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텐아시아 한경닷컴 부활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한국경제 KB국민카드 동성제약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후원했다. 작년에 전국투어를 시작해 올해 미국, 일본 등 해외공연을 가진 부활은 약 1년 만에 서울공연을 가진 것. 오후 3시, 7시 2회의 공연이 관객들의 열광 속에 성황리에 끝났다. 밴드의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보였다. 인트로가 지나간 후 ‘Lonely Night’가 흐르자 공연장에는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정동하가 “여러분, 우리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하자 2층 뒤쪽 관객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콘서트는 스탠딩공연으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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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가 이어지자 정동하의 가창력이 빛났다. ‘생각이 나’는 정동하를 세상에 알린 첫 노래. 이 노래를 하면서 정동하는 “2009년부터 부활은 꽃이 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전에 정동하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김태원은 “정동하가 들어오고 나서 발표한 넉 장의 앨범이 다 잘 안됐다. 망했다는 단어는 쓰지 말자”며 “이번에 들려드릴 곡들이 그 모음이다. 이 곡들은 밑거름”이라며 ‘추억이면’, ‘사랑’, ‘사랑이란 것’의 메들리를 들려줬다. 서재혁은 “‘추억이면’의 뮤직비디오에는 조승우가 특별히 출연해줬음에도 노래가 잘 안 되서 민망했다”고 회상했다. 부활의 열성팬이 아니면 생소할 수 있는 노래들이었지만 정동하의 가창력은 빛이 났다. 공연 내내 부활의 쟁쟁한 역대 보컬들을 위협할 정도로 완벽한 노래를 들려줬으니 말이다.

부활은 미국 투어를 돌고 귀국한 지 이틀만에 갖는 콘서트였음에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채제민은 “이번에 미국 4개 도시를 돌았는데 역대 해외공연 중 가장 흥행이 좋았다. 시차적응이 잘 안 돼서 조금 몽롱하지만 기분은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정동하는 자신의 노래와 함께 김재기가 불렀던 ‘사랑할수록’ 등 선배들의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또한 자신의 솔로무대에서는 뮤지컬 ‘잭더리퍼’에 삽입된 ‘멈출 수 없어’와 불후의 명곡에서 선보인 곡들을 노래하며 가창력을 뽐냈다. ‘비처럼 음악처럼’을 노래할 때에는 무대 뒤 스크린으로 김현식의 노래가 흘러서 가상 듀엣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채제민은 “예전에 현식이 형 담배 심부름하던 기억이 난다. 오늘 동하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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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서재혁, 채제민의 솔로 순서도 마련됐다. 김태원이 ‘거미의 줄’을 미성으로 노래한 후 ‘Jill’s Theme’로 이어지는 장엄한 솔로연주를 선보인 후 서재혁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삽입된 아름다운 테마와 펑키한 슬랩 주법을 이어갔고, 채제민은 레드 제플린의 ‘Moby Dick’을 연주하며 공연장을 뒤흔들어 놨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부활은 ‘1970’, 하드록 버전의 ‘희야’를 선보이며 하이라이트로 내달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가 연이어 흐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언제 들어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노래들.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자 부활 멤버들은 감동한 듯 환한 모습을 보였다.

서재혁은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여러분들과 만나게 돼 너무나 기쁘다. 단순히 오래된 밴드가 아닌 현재진행형 밴드로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은 “‘라디오스타’에 나가서 이상한 말(예능)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것이 벌써 5년이 흘렀다. 지난 5년 간 거의 쉬지 못했다. 지금도 공연이 끝나면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아야 할 것 같은데, 이 순간만은 너무나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곽소연(32)씨는 “부활의 발라드와 신나는 곡들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멤버들이 어려운 시간을 오래 함께 한 밴드답게 옛날이야기를 할 때는 끈끈함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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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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