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나와라 뚝딱!’ 방송화면
MBC ‘금나와라 뚝딱!’ 방송화면
MBC ‘금나와라 뚝딱!’ 방송화면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49, 최종회 9월 21일, 22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현수(연정훈)는 노블다이아몬드 사장에 취임하고, 성산백화점으로부터 새 브랜드로 입점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유나(한지혜)는 진숙(이경진)을 모시고 살겠다는 뜻을 밝힌다. 진숙은 순상(한진희)을 만나 용서의 뜻을 전하며, 덕희(이혜숙)와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을 권하고 이에 덕희는 청담동으로 돌아온다. 몽규(김형준)는 심덕(최명길)에게 용서를 구하고, 몽규의 모습을 본 심덕은 민정(김예원)을 며느리로 인정한다. 몽희(한지혜)는 임신한 성은(이수경)을 대신해 디자인 팀장이 되고, 현태(박서준)와 몽현(백진희)은 판교 영애(금보라)의 집으로 들어간다.

리뷰
모든 갈등을 잘 마무리했고, 그럴듯한 모습으로 따뜻하게 포장해냈다. 모든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는 주말드라마가 그러하듯 자연스럽고, 무리 없는 엔딩처럼 보였다. 제목처럼 ‘뚝딱!’하고 나타나 ‘뚝딱!’하고 갈등을 만들어내더니, 어느 순간 ‘뚝딱!’하고 갈등은 사라졌다. 마치 그 핀을 꽂아야만 분노를 가라앉히는 사람들처럼, 모든 캐릭터들은 어느 순간 꿈쩍할 것 같지 않다가도 아킬레스 건 하나만 건드리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모든 것을 용서했다. 드라마로서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겠지만, 50부작의 긴 드라마에 각 캐릭터의 깊이를 조금씩은 살려주길 바랐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결말인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초반 ‘금 나와라 뚝딱!’은 빠른 전개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감으로 추동력을 얻었다. 각기 다른 가정으로 입양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가 겪는 딜레마나, 한없이 상류층으로만 다가가길 바라는 중산층 심덕(최명길)은 결혼으로 어떻게든 딸을 상류층으로 보내보려는 이 땅의 수 많은 어머니들의 욕망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현실을 알면서도 가족의 기대감 때문에 희생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던 딸 몽희(한지혜)와 몽현(백진희)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악역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더라도,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유나(한지혜) 캐릭터에는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이 땅의 ‘타의적 청년 백수’를 대변하는 듯한 몽규(김형준) 조차도 어느 정도는 현실감을 안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드라마는 깊이와는 무관하게 드러나는 설정이 너무 강력하고 단단한 탓에 그 설정의 무게감에 짓눌려 버렸다. 캐릭터에 부여된 설정이 지나치게 강력하다 보니 극의 흐름이 캐릭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유나는 ‘필요에 의해’ 어느 순간 변신을 했고,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몽희 역시도 순식간에 현수(연정훈)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접는다. 현수 역시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몽희에 대한 마음을 선언한 탓에 결국 극 중 1년이라는 시간 간격이 필요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미나(한보름)를 향한 순정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던 현태(박서준)는 한순간에 몽현(백진희)을 향해 돌아선다. 언제까지나 회사 후계자로서의 욕망을 버리지 않을 것 같았던 현준(이태성)과 성은(이수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극은 캐릭터의 설정 때문에 끌려다니다가 극의 방향을 어느 순간 깜빡이도 없이 돌릴 수밖에 없었고 캐릭터의 현실감과 이해도는 빠르게 허물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시작에 비해 아쉬웠던 전개와, 급작스러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금 나와라 뚝딱!’은 여전히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공식이 ‘빠른 전개’와 ‘강력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임을 증명해 냈다. 초반 미니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빠른 전개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데 성공했고, 때론 비현실적이라 할 지라도 눈을 사로잡는 ‘센 캐릭터’의 등장은 극을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초-중반으로 이어지는 극의 흐름을 단단히 잡으면 그 이후에는 그 탄성으로 끝을 향해 갈 수 있는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금 나와라 뚝딱!’은 무사히 (시청률면에서) 무너지지 않고 끝을 지켜낼 수 있었다.

분명 시작이 매력적이었기에 그 전개와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다. 하지만 실험이 어려운, 6개월 긴 흐름의 드라마에서 ‘금 나와라 뚝딱!’은 오로지 드라마 자체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거기에 비교적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신,구 배우들의 조화가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냈다. ‘금 나와라 뚝딱!’이 비록 ‘막장’이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지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그 공로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라는 것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수다 포인트
- 막판까지 깨알 같은 ‘푼수 본능’ 보여주신 민영애 여사. 암요, 그렇게 세상은 좀 속없이 살아야 편하기도 해요.
- 세 커플이 행복한 물놀이에 빠져 있는 동안 흐뭇하게 바라보던 몽희에게 옆 텐트 총각이라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저 뿐인가요…
- 역시 드라마는 LTE급 전개죠. 드라마는 그래야 성공하는 거에요. ‘금뚝’ 연기자들이 괜히 통신사 광고를 찍은 게 아니랍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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