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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그냥 읽으세요.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려고 하면 다 못 읽습니다(웃음).”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서울디지털대 겸임교수,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편집위원, 비례대표제포럼 운영위원. 이철희를 수식하는 수많은 타이틀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썰’을 풀고 있는 그의 말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그의 말 속에는 그가 살아오며 축적해온 지식의 내공이 적절히 스며있기 때문이다.

평소 독서광으로 알려진 이철희는 “대중이 정치에 한 발짝 가까이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다음 스케줄도 잊은 듯 ‘독서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늘 곁에 두고 즐겨 읽는다는 이철희의 서재 속 필독 도서 몇 권을 여기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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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 – 폴 크루그먼

이철희: 폴 크루그먼은 진보의 양심이다.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는 미국 사회를 역사적으로 정리하면서 ‘미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는 책이다. 첫 장을 넘기고 나니 책을 덮을 수가 없어서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경제학자가 ‘문제는 경제다!’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정치다!’고 외치는 게 무척 흥미롭다. 불평등도 정치의 산물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질 거다.

책 소개: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실천하는 진보주의 경제학자 그리고 대표적인 케인스주의자인 폴 크루그먼이 중산층 몰락과 소득 양극화, 의료보험체계의 모순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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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치의 발견’ – 박상훈
이철희: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정치를 가볍게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정치란 무언인가?’하는 딱딱한 접근이 아니라, ‘언제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보이게 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면 정치와 우리의 삶이 무척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 소개: ‘정치의 발견’은 민주주의의 가치에 상응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진보의 길을 강조하며, 진보 안에서 정치와 민주주의가 잘못 이해되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강의 형식으로 들려준다. 더불어 정치의 중요성부터 정치가 무엇인지, 어떤 정치를 실천해야 하는지 등 기초적인 이야기와 함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법’을 주제로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관점과 시각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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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로피언 드림’ – 제러미 리프킨
이철희: 일단 재미가 있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미래의 사회를 예측하기 어렵다. 유럽이 채택하고 있는 정치·사회 모델은 무척 흥미롭다.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 소개: ‘유로피언 드림’은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부의 축적과 자율성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히고, 반대로 공동체 의식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로피언 드림의 덕목이 어떻게 유럽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가당착에 빠진 포스트모더니즘을 대신해 등장한 것이 바로 유로피언 드림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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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절반의 인민주권’ – E.E. 샤츠슈나이더
이철희: 만약 나에게 정말 한 권의 책만 뽑으라고 한다면 이 책을 소개하겠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잡는 최고의 방법은 대안을 제시하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을 정치학적으로 분석한 ‘절반의 인민주권’은 ‘정치 전략이 무엇이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책 소개: ‘절반의 인민주권’은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며, 대중과 민주주의를 이상화하는 그 모든 이론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현실주의 민주주의론의 구축을 분명히 한다. 또한, 이른바 ‘운동정치론’와 같은 민주주의 이해 방식과는 매우 다른 민주주의론을 개진하며 오늘의 한국적 맥락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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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 이덕일
이철희: 책을 고를 때 중요한 부분은 ‘이 책이 나에게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이다. 책을 보며 저자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는 역사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미려한 문장도 읽는 맛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책 소개: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는 영남 지역이 기반인 동인과 남인의 종통 퇴계 이황, 기호지역의 기반인 서인의 종주 율곡 이이, 서인 영수 우계 성혼, 동인 영수 성암 김효원, 북인 대북 영수 아계 이산해 등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선의 당쟁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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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철희: 언뜻 보면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하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책 속의 인물 조르바는 현장에서 몸으로 경험하며 지혜를 깨친 인물이다. 반대로 화자는 인테리 계층에 속한 청년인데, 그는 조르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정치도 인테리의 입장에서만 접근해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 예컨대 ‘북 스마트(Book Smart)’와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가 있다면, 정치 문제는 ‘북 스마트’만으로는 풀 수 없다. 조르바의 이야기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책 소개: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이야기는 젊은 지식인 ‘나’가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60대 노인이지만 거침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책벌레’라는 조롱을 받은 후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하여 크레타 섬의 폐광을 빌린 ‘나’에게 조르바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나’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서 함께한 생활을 그린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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