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맥심(류정한)에게 우연히 나타난 그녀(김보경).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맥심의 저택인 맨덜리로 향하는데, 그곳은 외양은 아름답지만 기묘하고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다. 이러한 이유는 오직 하나, 맥심의 죽은 전(前) 부인 레베카의 그림자가 저택 곳곳에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집사 댄버스 부인(신영숙)은 새로이 안주인이 된 그녀를 극도로 경계하고,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맥심부부를 압박해 오는데.

듀 모리에 VS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포스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포스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포스터.

뮤지컬 ‘레베카’를 언급하기 위해선 이 작품의 원작인 모리에의 소설과 히치콕이 연출한 영화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소설을 내용 그대로 영화화하기 어렵듯, 두 작품은 극 전개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 바 그건 불안, 의심, 죄의식이라는 내면심리가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서 복잡한 갈등상황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의 중심축은 이미 죽은 레베카를 중심으로 댄버스와 맥심 아내의 대립, 맥심 부부간의 불안 그리고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눈길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과 영화 모두 심리묘사를 디테일하게 하면서도, 극 전개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레베카의 죽음. 소설에는 맥심이 격분해 레베카를 총으로 쏴 죽이지만, 영화에는 맥심과 몸싸움을 벌이던 레베카가 실수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는 바람에 죽는 걸로 각색이 된다. 2급 살인이 사고사로 바뀐 것이다. 다음으로 소설에는 맥심부부가 맨덜리를 떠나 유럽의 호텔을 외롭게 전전하는 걸로 끝을 맺어 결코 해피엔딩으로 볼 수 없지만, 영화에는 맨덜리 저택이 불타면서 부부가 과거의 망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소설에선 특유의 복선이 깔린 반면, 영화는 라스트신에서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고전적 할리우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뮤지컬 ‘레베카’ 공연 장면.

‘레베카’는 히치콕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의 위치에 있다. 바로 그가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첫 작품인 동시에 처음부터 모든 앵글로 장면을 촬영하는 할리우드 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각본 단계에서 주요한 장면을 세세하게 설정해 불필요한 부분을 찍지 않았다. 바꿔 말해서 할리우드 첫 진출작부터 히치콕 스타일이 결정된 것이다. 또한 영화 속 맨덜리 저택은 로케이션이 아닌 미니어처로 처리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촬영방식이 저택의 존재를 더욱 신비롭게 보이게 했다.

반면 뮤지컬 ‘레베카’의 내용은 원작보단 히치콕의 영화와 유사하다. 맥심부부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라스트신에서 댄버스 부인이 자살하고 저택이 불타는 장면 모두 영화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뮤지컬 ‘레베카’는 히치콕의 영화에는 없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우선 다소 음울하고 칙칙한(?) 흑백 스크린의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무대 세트의 규모와 조명 장치가 아주 화려해서 볼거리가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세트와 영상을 교묘히 조합시켜 맨덜리 저택이 불타 허물어지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 간에 펼쳐지는 섬세하고 심도 있는 연기는 마치 연극무대를 떠올리고, 특히 댄버스 부인 역의 신영숙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열창은 객석 분위기를 일순간 긴장감과 환호성으로 바꾸었다. 게다가 이 공연의 메인 뮤직넘버 ‘레베카’와 ‘미세스 드 윈터’는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선율이다.

따라서 뮤지컬 ‘레베카’는 여타 공연에는 거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영화, 연극 그리고 뮤지컬 세 요소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뮤지컬이 바로 ‘레베카’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자 장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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