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그 겨울> 싱글여기자 3인방의 아슬아슬 토크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스산한 날씨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열병과도 같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KBS 2TV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이하 그 겨울)에 열광한 이들도 있었지만, 시청률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법. 그래서 준비했다! ‘연애세포가 뭐야?’라고 머리를 긁적이는 아줌마 여기자(이재원)가 <그 겨울>을 밑줄 치며 읽은 싱글 여기자 3인방(장서윤 홍지유 배선영)에게 물었다. <그 겨울>에 빠진 이유에 대하여. 기자와 시청자에 반씩 발을 걸친 듯했던 이들의 아슬아슬한 토크를 옮긴다.

Q. <그 겨울>의 신드롬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선영 : 내용이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송혜교가 너무 예뻐서…
장서윤 : 그 동안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랑 다른 것 같다. 소외된 이들의 인간미에 초점을 맞췄던 전작들에 비해서, 이번에는 극단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했다. 죽고 싶어 하면서도 살고 싶어하는 이를, 그리고, ‘왜 살아야 하나’ 질문을 던진 것은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자살률이 높은 현재 우리나라에 화두를 던지는 느낌이었다.
홍지유 : 지금까지의 노희경 작가 작품은 스타일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데 초점을 뒀던 것 같다. 이번엔 시각장애인도 메이크업 클래스를 듣고 메이크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하이힐을 신고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여줘, 스타일을 잡고 가고 싶었던 마음이 엿보인다.

Q. 스타일리시한 면이라면 이번에 영상미도 달랐던 것 같은데 어떻게 봤나.
배선영 : 송혜교 눈에 비친 반사판이 상징하는게 많다(웃음). 조인성이 나중에 보였을 정도다.
장서윤 : 타사 드라마랑 비교되었다. 클로즈업샷이 굉장히 많았다.
홍지유 : 동창 앞에서 오수가 오영에게 프러포즈하듯 애틋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CF처럼, 여자라면 자신을 송혜교에 이입하지 않았을까.

Q. 이런…다들 송혜교에 푹 빠진 것 같다. 내용적으로 몰입한 부분은 없었나.
배선영 : 남매라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스킨십이 부담스러웠다(웃음). 문제의 장면을 신동엽과 이영자가 패러디하는 것을 보고, 그 장면을 뒤늦게 다시보기를 했다.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패러디가 과장된 게 아니었던 것 같다(웃음).
장서윤 : 한국 드라마에 없는 느낌을 첫 회부터 줬던 것 같다. 성 같은 곳에 사는 상속녀라든가, 배종옥의 캐릭터도 그랬다.
배선영 : 배종옥과 조인성이 서로 뭔가 숨기는 듯한, 갈등이 풀리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얽히는 긴장감도 즐거움이었다.

Q. 주변의 싱글 여성들은 모조리 <그 겨울>에 빠져 있던데,왜 여성 시청자들에게 매료되었을까.
장서윤 : 로맨스라인에서 백허그 장면이 자주 나왔다. 스토리는 극단적인데, 구현되는건 여성시청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었달까.
배선영 : 달달한 장면이 아니어도…오영이 떠날 때 오수가 버스를 타고 계속 쫓아오는 장면 같은 건, 여자로서의 로망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홍지유 : 지하철 역에서, 돈을 원한다면 자신을 죽이라는 오영을 오수가 강력하게 뒤에서 잡아당겨 안는다. (양 팔을 벌렸다 오므리며 잡아당기는 포즈로) 백허그!
배선영 : 반복되는 백허그!
홍지유 : 영화 <사랑과 영혼>의 도자기 빚는 장면도 떠오르고 말이다.

Q. 송혜교의 패션과 뷰티도 무척 화제가 됐다.
홍지유 : 사실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 감은 패션이었다. 얼굴이 예쁘기 때문인가.
배선영 :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모공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정말 도자기 피부다.
홍지유 : 하루에 물을 2리터씩 마시고 수분 크림을 항상 바른다고 하더라.

&amp;lt;아듀! 그 겨울&amp;gt; 싱글여기자 3인방의 아슬아슬 토크
Q. 여성들인데, 조인성보다 송혜교에 빠진 느낌인데 이유가 뭔가?
배선영 : 송혜교의 올킬이다. 송혜교로서는 <그사세>의 연기력 논란도 불식시키고, 화제도 되었고, 시청률도 올랐으니. 스스로 만족을 할 듯. 사실 <그사세>와 비교해 케미(케미스트리)는 별로 살지 않았다.
장서윤 : <그사세>와 대사 톤은 비슷했다. 아무래도 같은 작가이다 보니까. ‘오빠, 너’와 같은 대사는 <그사세>에서도 유행어 아니었나. 조인성은 처음 노 작가와 호흡을 맞추니 약간은 뜨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홍지유 : 조인성의 PPL이 조인성의 비주얼을 못 따라간 것 같다. 키가 크고 리액션이 좋은데, 사실 일반 남자들이 따라하면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Q. 연애세포가 실종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오빠를 사랑할 수가 있나?
배선영 : 여자는 죽고 싶어하는 사람, 남자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남자는 여자에게 지하철에서 공감을 한다. 스스로 항상 살고 싶어하는데,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발견한달까. 삶-죽음은 양극단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라고 본다.
홍지유 : 오영은 처음부터 (오수가 오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배선영 : 오영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삶을 살다 보니, 믿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한뼘한뼘 오빠를 만진걸까(웃음). 오수가 ‘너는 나랑 자려고 한 게 아니라 만지려고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어디까지 패러디이고, 어디까지 진짜일까.
홍지유 : 듣기만 하면 야한데, 드라마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하긴, “왜 자면 안 되지?”라는 오영의 말에 “오빠도 남자야”라는 답은 좀…
배선영 : 오영은 여섯 살에 멈춰있다고는 하지만, ‘제 정신인가’ 싶기도 했다(웃음). 만약 남자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에게 저런 여동생이 있다면? 큰 일이 나겠구나,란 상상도…(웃음).

Q. 왕비서(배종옥) 캐릭터는 어떻게 봤나?
홍지유 : 왕비서가 엄마라고 해도, 오영은 눈을 뜨게 되더라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보통 엄마라면 보고 싶어지는게 당연지사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성이었다.
배선영 : <그 겨울>은 뭔가 결핍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비뚤어지게 가지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왕비서는 오영을 완전히 소유하고 싶어서, 비뚤어진 방식으로 오영이 눈이 멀도록 내버려둔 게 아닐까. 극중 송혜교 조인성 배종옥, 모두 콤플렉스로 가져가는 부분에 공통점이 있다. 오수가 오영에게 “내가 너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면 안 되겠니?”라고 이야기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Q.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내 옆에 있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가능한 일 아닐까. 어쩌면 <그 겨울>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지?
홍지유 : 그 ‘한 사람을 만들어야지’ ‘저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게 한 드라마였다.
장서윤 : 누군가, 무언가를 향한 집착이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왕비서가 키워온 딸의 눈을 멀게 하고, 자신에게 의지하게 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힘을 삼았달까. 김태우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집착, 첫사랑의 상징같았다. 조인성을 미워하면서도 집착하는 모습에서 살아가는 힘을 이야기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 원작이 있다고 해도, 과거의 노 작가 작품과 일맥상통한 것 같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