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그늘진 이면, 이제는 치유해야할 때
연예계 그늘진 이면, 이제는 치유해야할 때
터키 대학생들까지도 한국 아이돌을 줄줄 읊고 있다는 오늘의 한국 연예계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산적해있다.

연예계 기획사와 실연자 간 불공정거래를 비롯해 연예인들이나 관계자들의 마약, 음주운전, 사기, 협박 사건, 또 성상납을 횡행하는 스폰서의 존재나 방송사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실연자의 캐스팅을 제한하는 등의 부당 관행,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기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대중문화산업종사자들과 예술인들의 단체들이 나섰다. 한국 대중문화산업종사자 및 예술인 분야를 대표하는 12개 대중문화 협, 단체들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중문화산업 윤리강령 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한 연구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터키의 한 대학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내게 한국 연예인의 사진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세계 어느 시골구석을 가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나도 모르는 아이돌 스타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우리 대중문화 예술산업은 발전과 더불어 글로벌라이징이 됐다”는 말로 한국의 대중문화 예술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한상희 교수는 “이렇듯 성장한 대중문화 예술산업은 일반 사람들의 하루하루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데 중요한 결정인자로 작용하게 됐다”며 “그러나 사례조사를 통해 밝혀졌듯 수많은 언론기사에서 대중문화 예술산업에서 나타나서는 안 될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 같은 사건들은 곧 대중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예계 그늘진 이면, 이제는 치유해야할 때
연예계 그늘진 이면, 이제는 치유해야할 때
또 한 교수는 “산업의 구조화는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정해진 규격 속에 규율을 마련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한 틀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며 “현재는 어떠한 일탈 부분이 발생하는데 사건 당사자의 잘못으로 넘겨버리거나 나 몰라라 하며 흐지부지 덮고 넘어가는 수준에 멈춰있어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하 문산연)의 발의에 의해 기초적인 골격형성 노력이 시작된 것은 고무적이다”고 전했다.

한상희 교수는 이처럼 윤리강령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산업내부의 문제가 치유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윤리강령 자체도 효력이 있지만,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련자들 스스로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게 되고이를 치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또 집행에 대한 논의를 열성적으로 한다는 것은 곧 자율규제를 해야겠다는 윤리적 각성이 내부에서 일어나는 토대가 형성된다고말했다.

한상희 교수의 발제에 이어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최승수 부회장은 현실 연예계 종사자로서의 조언을 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승수 부회장은 “혼탁한 시장에는 외부적인 규제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율규제가 훨씬 더 강한 집행력을 발휘한다”며 “미국의 경우 배우조합이 자국 배우를 강하게 보호해 회원사들이 협회에 대해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이에 굳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사적인 단체의 소속된 등급위원회가 만들어놓은 등급분리시스템에서 소속회원사들이 정당성을 승인한다. 강력한 협상력과 이익보호를 해주고 있다보니 그 협회의 규율에 대해 강한 규범집행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라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또 최 부회장은 “그러나 이 같은 자율규제는 반드시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어떤 배우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협회 차원에서 앞으로 그 배우는 쓰지 말자고 일종의 담합을 했는데 이는 법적으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부당거래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법적인 자문을 구한 뒤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현실적 조언을덧붙였다.

뒤이어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공진 부회장은 “윤리강령 제정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올 상반기 중 윤리강령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각 협회 전체의 의견을 취합하고 법리적인 방향성을 개선하고 발족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광부 측의 긴밀한 협조를 받아 정책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다”고 알렸다.

이날 보고대회를 기점으로 문산연 12개 협, 단체들은 문산연 단위의 윤리강령제정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대중문화산업계 자체의 윤리강령제정, 윤리규정의 집행, 분쟁의 조정과 중재, 윤리규정의 교육과 홍보, 윤리정책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성장 속 드리워진 그늘은 기름진 토양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사진. (사)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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