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에요.”

서른다섯의 여배우가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정성을 들여 설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선배 배우는 “역할에 푹 빠져있네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현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김현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김현주. 미모의 여배우가 걷는 당연한 행보. 20대에는 청춘스타로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았고 그것을 돌이켜보는 30대에는 대표작이라 일컬을 만한 수편의 히트작이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고 있다.그런 그녀는 그러나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그 행복은 그녀가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어느 캐릭터에 대한 벅찬 만족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앞으로 또어떤 작품을 만나게 되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이 순간 찬란하고 만개한 꽃이었으면해요.”

김현주를 매료시킨 인물은 누구일까. 얌전, 인조의 후궁 소용 조씨가 되는 인물이다. 절세미인. 요염하며 영리한 인물. 소실의 딸로 태어나 태생 자체가 컴플렉스였던 이 여인은 사랑하는 양반댁 자제와의 혼인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궁궐로 던지고 만다.

“언젠가 대감마님께서 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게 될 겁니다.”

늘 자신을 모른 체 한 아비에 대한 원망,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억울함은 그녀로 하여금 운명 그 자체를 거역하게끔 만들었고, 운명을 거슬러간 욕망은 하염없이 커져만 간다.

김현주, 내 인생의 화양연화
김현주, 내 인생의 화양연화


10일 전라북도 부안에서 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극본 정하연, 연출 노종찬, 이하 꽃들의 전쟁)를 촬영 중이던 김현주는 “공중파 외 방송은 처음 해보는데 종편이라고 해서안일한 생각으로 덤빌 수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프로들만이 모인 곳이고 다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제가 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을 끊임없이 보이려고 하고있고 그것이 발전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매 답변마다 작품에 대한 긍지를 드러냈다.

“우리 드라마는 배경이인조제위기간입니다.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은 있었지만, 인조를 다룬 드라마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순간이어서 아무도 다루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그러나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그런 배경이기에그 안에서 꾸며지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게다가 다른사극들과 달리 궁중에서 일어나는일들을 겉핥기 식이 아닌 깊숙히 들어가 디테일하게 그렸던 점도 좋았고요. 표현을 더 현실적으로 하려고 감독님께서많이 노력 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지금껏 해보지 못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마냥새롭고요.”



얌전은 앞으로의 전개에서 더욱표독스러워지고 지독해질테다. 김현주는 “그녀의 독한 모습은 슬픔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해요.3자의 시각으로보면 나쁜 일들을 벌이지만,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얌전이 된 순간은못된 짓을 한다는 생각은 안해요. 지금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슬퍼져요. 그리고 독한 모습을 내면 깊숙이 감춰놓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저 역시도분명 그런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지금까지는 드러날 일도, 드러낼 일도 없었지만 분명 있다고 봐요”라며어느 새얌전과 혼연일체가 된 자신을고백했다.

서른다섯,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진. JTBC 제공

글.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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