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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백년의 유산> 31회 2013년 4월 20일(토) 오후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주리(윤아정)는 채원(유진)이 세윤(이정진)의 차에 타는 것을 보고 분노해, 세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채원을 태우고 차를 운전한다. 극단적인 마음으로 운전을 하던 주리는 결국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둘은 다친다. 세윤은 퇴원한 채원을 향해 적극적인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채원은 ‘자신이 없다’며 세윤을 밀어낸다. 한편 철규(최원영)는 채원과 세윤의 사이가 가까워 지는 것을 우려해 자살소동을 벌이고, 이를 말리려 등장한 채원은 ‘간통’으로 오해를 받는다.

리뷰
세윤(이정진)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데, 아직 채원(유진)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캐릭터나 극의 방향에서 세윤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거의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잡았다. 하지만 채원은 여전히 ‘용기가 없다’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뒤로 물러선 ‘답답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철규(최원영)의 사랑만 믿고 결혼 생활을 이어나갔던 지난 3년 동안 방회장(박원숙)의 집에서 겪었던 수모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더구나 방회장의 패악질을 이어가는 설주(차화연)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더욱 그럴만도 하다. 그런 면에서 31회는 적어도 채원이 ‘저한테 왜 이러세요’만 반복하던 지루한 상황에 최소한의 설득력은 부여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세윤을 향한 호감이 없지는 않다는 의미다. 채원은 그 의미에 최소한의 갈등조차 부여하지 못한 채 평면적인 캐릭터로 나아가고 있다. 그토록 밀어내던 철규(최원영)의 자살 소동 한 번에 어렵게 한 걸음 나아간 상황을 모두 뒤로 돌려버릴 정도로 돌부처 마냥 묵직하게 자리만 지키며 여전히 채원은 요지부동이다.

문제는 이렇게 묵묵히 돌부처가 된 채원으로 인해 극은 오히려 중심이 잡히지 않고 산만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채원과 세윤 쪽으로 중심이 맞춰져야 할 이야기는 활기 넘치는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국수집의 풍경이나 방회장에 이은 설주(차화연)의 음모와 춘희(전인화) 사이에 숨겨진 비밀에 꽂혀 있다. 철규나 방회장, 설주나 주리(윤아정)의 움직임이 없으면 채원과 세윤 역시 그 어떠한 상황도 끌고 갈 수가 없다. 주인공이 사건의 발단이자 절정이 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백년의 유산>이 갖고 있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집중력’과 ‘몰입도 높은 캐릭터’마저 흔들고 있다.

긴 시간을 끌고 가야 하는 드라마가 아무래도 중반을 넘어서며 이야기의 힘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시간 끌기에 돌입한 <백년의 유산>이 문득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한 두 명의 시청자의 생각은 아닌 듯 하다.

수다 포인트
- 주말엔 푼수 막내 며느리로, 주중엔 백년객관의 안주인으로, 비로소 김희정씨의 전성시대인가요?
- 유산 받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진 삼남매, 의외로 꿈이 소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인가요.
- 풍선 꽃 한 송이에 철규에게 반한 홍주, 이제 곧 철규는 채원의 기분을 느끼게 되겠군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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