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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16년, 1997년 버블 경제의 참혹한 화상이 드러나고 결국 한국 땅에는 6.25 이후 최대 국가위기가 찾아왔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우리 노동시장에는 평생직장과 같은 안정고용의 패러다임이 깨지고 비정규직, 일명 계약직이라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났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고용 형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노동 복지의 문제로 부상했다. 그 가운데, 이 마그마와 같은 비정규직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미스김이다.”(드라마 <직장의 신> 中)

KBS 2 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 속 슈퍼갑 비정규직 캐릭터 미스김(김혜수)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된 오늘날 사회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점심시간 사수와 칼퇴근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에게 큰 소리를 치고 제 업무만큼은 똑 부러지게 해내는 미스김 캐릭터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버텨내는 평범한 직딩들에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록 미스김처럼 124개의 자격증을 구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딱 부러진 이미지만큼은 따라잡고자 하는 전국의 평범한 오피스 레이디들을 위해 이른바 <미스김 패션 활용 설명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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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버드 MBA’ 장규직도 꿈쩍 못하는 미스김의 카리스마



많은 사람들 사이 한 걸음 한 걸음 또각또각, 바람을 가르며 걸어오는 미스김의 등장 순간이 기억나는가. 슈퍼맨이 하늘을 나는 순간이 연상되는 이 때 미스김의 카리스마도 최고조에 이른다. 미스김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된 의상은 바로 드라마틱한 컬러 매치의 롱 트렌치 코트. 김혜수 코디네이터 윤상미 실장은 “히어로와 같은 인상을 일부러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드라마틱한 효과 주기 위해 일부러 코트 안감을 레드 컬러로 매치했다. 바람이 부는 순간을 노린 설정이었다”고 귀띔했다.

사무실 밖에서는 롱 트렌치 코트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면, 사무실 내에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보여준다. 어떤 사연인지 절대 스커트를 입지 않는 미스김은 1990년대만 해도 오피스 룩의 대명사였던 와이드 팬츠만을 고집한다. 윤상미 실장은 “살짝 부츠컷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스김의 와이드 라인 팬츠는 예전에는 오피스룩의 대표적인 의상이었다”며 “요즘에는 스키니 라인이 유행하지만, 미스김 캐릭터의 성격 상 몸매를 부각하는 스키니 라인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와이드 라인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사무실에서 패션쇼란 있을 수 없다’는 미스김의 확고한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대에 뒤처진 감이 있는 이런 패션은 연예계 최고 패셔니스타 김혜수라는 존재가 주는 아우라와 드라마 속 미스김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맞물리며 그 자체로 고고한 품격이 느껴진다.

패션 TIP : 아직 바람이 찬 봄, 출퇴근 의상으로 제격인 트렌치코트를 고를 땐 이제 안감까지 눈여겨보자. 미스김처럼 레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반전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색상의 안감은 합격점. 단, 코트깃을 날릴 때 바람의 방향은 역풍이어야만 한다. 방향을 잘못타면 카리스마는 커녕,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전날 과음하셨나봐요”라는 말만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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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규직도 엄두를 못 내는 미스김의 빨간내복 프로정신



화제가 된 미스김의 패션은 <직장의 신> 6부 홈쇼핑 신에 등장한 ‘느라지아’ 빨간 내복. 같은 계약직 후배가 저지른 실수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미스김은 슈퍼우먼처럼 등장해 빨간 내복을 착용하고 홈쇼핑 모델로 나서게 됐다. 긴 팔과 다리를 쫙쫙 늘이는 것은 물론, 동공과 콧구멍마저 확장시켜 내복의 쫀쫀함과 유연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미스김.



물론 우리가 미스김처럼 회사 내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분투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스김의 빨간 내복을 입고 느라지아를 온 몸으로 표현한 김혜수의 고군분투는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기억해둘 필요는 있다. 윤상미 실장에 따르면, 미스김의 빨간 내복은 자체 제작한 의상으로 소재를 더욱 쫀쫀하게 표현하기 위해 100% 면이 아닌 폴리에스테르를 일부 섞었다고. 염색이 잘 안 되는 소재인 탓에 이 옷을 직접 입고 분투한 김혜수의 온 몸에는 빨간 염색약이 묻었다고 한다.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일하라고 말하는 미스김이지만 정작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풍덩 뛰어드는 그녀의 과감함과 이런 미스김을 연기하기 위해 데뷔 27년차 임에도 빨간 내복을 입고 투혼을 벌인 배우 김혜수의 프로정신은 실제 우리의 회사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패션 TIP : 미스김의 프로정신과 회사를 위한 희생정신이 돋보인 빨간내복 패션은 박수 받을 만 했지만, 안타깝게도 미스김의 완벽한 S라인 몸매가 없었다면 궁극의 목적인 ‘홈쇼핑 완판’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어쩌면 빨간 내복 완판의 진짜 원인은 미스김의 고군분투라기보다는 완벽한 몸매였을 수도. 그러니 직딩들은 미스김처럼 저녁엔 살사라도 추며 몸매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미스김처럼 ‘칼퇴!’를 보장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점심시간이라도 나가서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10분 일찍 출근해 미스김 체조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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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사를 떠난 공간에서는 철저히 여자가 되는 미스김의 반전 패션



사무실에서는 딱딱한 로봇처럼 일에만 충실한 그녀는 퇴근을 하고서는 화려한 프린트의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살사를 추는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다.

우연히 들르게 된 바(알고보면 미스김의 집 1층)에서 살사를 완벽하게 추는 미스김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장규직(오지호)과 무정한(이희준)이 미스김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리 있을까. 베일에 싸인 그녀의 또 다른 정체는 사무실 두 훈남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평범한 직딩들 역시도 비록 일에 찌들어 온 몸이 물 먹은 솜 마냥 처지더라도 하루의 어느 한 대목만큼은 미스김의 반전 미모처럼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당장 축 늘어진 티셔츠와 후줄근한 잠옷 바지를 벗고 S라인을 강조하는 화려한 란제리 하나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패션 TIP : 화려한 옷이라고 해도 꼭 고가일 필요는 없다.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인 김혜수 역시도 특정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2001년부터 김혜수와 함께 해온 윤상미 실장은 “김혜수 씨에게 박수를 보내는 대목은 옷을 옷 자체로만 판단해 라인이나 소재를 중점적으로 보지 선호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지 않다”며 “다만 옷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할 때는 본인이 뚜렷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많은 대화 끝에 의상을 선정하는 편이다. 셔츠 하나하나도 신경을 쓰며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전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부터 김혜수처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와 라인의 옷으로 옷장을 채워보자.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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