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봉 높고, 복지 끝내주고, 야근은 없는데, 생리휴가일은 꼬박꼬박 챙겨주는 ‘신의 직장’은 원하는가? 그딴 거 없다. 그런 직장을 찾아 헤맬 시간에, 스스로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편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모르겠다면, 영화 속 ‘직장의 신’들에게 직장생활 비법을 한 수 배워보자. 면접을 앞둔 사회초년생,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인턴, 이직을 준비 중인 직장인들은 특히 주목하시라!

‘아부의 신’ <아부의 왕> 혀고수

즐감!직장의신 ㅣ “이런 직장의 신들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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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아부 따위 하지 않는다. 멋있다! 부럽다! 그래서 멋모르고 따라했다간? 실업급여일을 기다리고 있을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억해 두자. 미스 김이 아부에서 자유로운 건, 124개의 자격증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증은커녕 제대로 된 토익점수 하나 없다면, 직장생활에서 위풍당당 할 수 없을 터. 이럴 땐 적당한 아부와 처세술이 약이 되기도 한다.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아부를 했다가는 <직장의 신> 정주리(정유미)처럼 상사에게 아이디어만 뺏기고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최악의 직장동료’를 뽑는 한 설문조사에서 ‘티 나게 아부하는 동료’가 1위에 선정된 바, 아부에도 격이 있고 전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분야 최고의 능력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고수를 소개하니, <아부의 왕>의 혀고수(성동일)되시겠다. 백과사전은 아부를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의 혀고수는 아부를 “감.성.영.업!”이라 재정의 한다. 혀고수가 자체개발한 ‘침묵의 법칙’, ‘3,4,5의 법칙’, ‘반가사유상 미소의 법칙’, ‘동조와 맞장구의 법칙’ 비법에 넘어간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시의 적절한 아부 한마디가 직상생활을 바꿀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영업철칙 : “자존심이란 놈은 잠시 냉장고에 넣어 둬!”
대표저서 : <감성 영업의 정석> <내 능력의 99%를 채우는 아부의 심리학>

‘이직의 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앤드리아 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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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직자에겐 저마다 취직하고 싶은 꿈의 직장이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현실은 시궁창이다. 적성과 맞지 않은 곳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경우가 많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처럼. 저널리스트를 원했던 그녀가 인턴으로 들어간 곳은 팔자에도 없는 패션계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국만큼이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뉴욕에서 재고 따질 수만은 없었을 터. 일단 들어가고 봤는데, 아뿔싸. 그 곳엔 악마가 살고 있었다. 전세계 패션계를 떡 주무르듯 하는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는 공산주의자만 아닐 뿐, 김정은 저리 가라 하는 독재자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앤드리아의 마음은 “나 완전히 새됐어!!” 슬픔 마음에 위로를 얻으려 아트디렉터 나이젤을 찾았는데, 그가 예상 밖의 말을 한다. “넌 노력하고 있지 않아, 징징 대고 있을 뿐이야!” 그 말이 앤드리아를 자극, 그날 이후 그녀는 ‘독기라는 이름의 옷’을 입고 이 끔찍한 생활을 능동적으로 해쳐나가기 시작한다. 샤넬 드레스를 입기 위해 66사이즈의 몸매를 55로 줄이는 모습은 혀를 내두를 지경. 그 결과 그녀는 미란다의 마음에 드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엔딩이었다면, 앤드리아는 ‘직장의 신’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거다. 그녀가 대단한 건 현실에 적응을 잘해서가 아니라, 녹록치 않은 현실을 다음 단계로 가는 발판으로 만들었다는데 있다. 패션계를 떠난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퉁명스러운 추천(“그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준 비서다. 하지만 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멍청이다”)에 힘입어 자신이 원하는 신문사에 취직한다. 결국 그녀가 첫 직장에서 얻는 건, 뭐? 그건 바로 ‘든든한 빽’이다. 이것이야 말로, 고단수 ‘이직의 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업철칙 : “마이너스 통장 앞에 초연해지자”
대표저서 : <악마는 자존심을 입는다> <이직, 이렇게 하면 만사 오케이!>

‘면접의 신’ <행복을 찾아서> 크리스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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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파는 일을 했다. 팔리는 것 보다 집에 쌓이는 게 더 많았다. 순식간에 알거지가 됐다. 집도 잃고, 아내도 잃고, 신용도 잃고. 아~ 가난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 왔다. 남은 건 다섯 살 난 아들과 몸뚱이 하나. 지하철 화장실에서 아들과 생활하던 중 투자회사의 무보수 인턴십에 통과, 이후 독립회사 CEO 자리에 오르며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노숙자에서 백만장자가 된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인물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성공비결을, 절망의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집념과 열정에서 찾는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긴 한데, 어째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만큼이나 식상하다. 사실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진실 아닌가.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진짜 성공비결이 뛰어난 ‘임기응변’에 있음을 간파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가 60대 1의 면접 경쟁률을 뚫고 회사 중역들을 사로잡은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허름한 옷차림의 크리스에게 면접관이 묻는다. “자네라면 면접에 셔츠도 안 입고 온 녀석에게 뭐라고 할 건가? 그리고 내가 그를 고용한다면 자네는 뭐라 할 건가?” (당신이라면 정말 뭐라고 할 텐가.) 크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속옷은 진짜 멋진 걸 입고 왔었나보군!” 아, 이런 센스 있는 ‘말 빨’을 봤나. 만약 뛰어난 면접스킬이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비싼 돈 지불하고 구매한 면접비법책에 목매고 있다면, 그건 오늘 당장 냄비 받침대로 사용하시라. 면접의 비법은 ‘기업면접족보’가 아닌, 고정관념을 날려 버리는 열린 마음에 있음을 ‘면접의 신’ 크리스 가드너가 증명했으니 말이다.

영업철칙 :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대표저서 : <노숙자의 패기> <나는 HOMELESS지만 HOPELESS는 아니야!>

‘성과의 신’ <월 스트리트> 증권가의 대부 고든 게코

즐감!직장의신 ㅣ “이런 직장의 신들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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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를 맡는데 이만한 ‘개 코’가 없다.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가라사대, “탐욕은 선이다. 탐욕은 효과를 낸다. 탐욕은 옳다…” <월 스트리트> 속 금융의 귀재 고든 게코의 이상적 스승은 애덤 스미스임에 틀림없다. 각자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가 발전한다,는 뭐 그런 이론. 물론 탐욕의 대가는 참담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감옥행! 그러니, 부정부패의 화신으로 평가받은 게코가 ‘직장의 신’으로 선정된 것에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오늘도 ‘제2의 게코’가 되기를 꿈꾸며 주식시장을 어슬렁거리는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을 보면, 그가 또 다른 의미의 직장의 신임은 확신할 수 있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돈에 대한 탐욕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게코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가난한 청년들에겐 하나의 로망이다. 속물이기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비즈니스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도 월가에는 고든 게코 신화가 구전동화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의 유령이 떠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를 ‘성과의 신’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영업철칙 :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탐욕은 좋은 것.”
대표저서 : <너는 죽고 나만 산다!> <내가 따지 않는 것은 내가 잃는 것을 의미 한다>

‘해고의 신’ <인 디 에어> 라이언 빙햄

즐감!직장의신 ㅣ “이런 직장의 신들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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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만연한 사회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처음으로 빼어드는 칼이 정리해고다. 여기저기에서 칼에 찔린 사람들이 속출한다. 누군가는 그래서, 작금의 사회를 해고자들이 죽어가는 사회라고 했다. 이런 사회에서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1년 322일을 출장 다니는 그는 해고전문가다. 인원 감축을 추진 중인 기업 및 경영자의 난감하고 불편한 상황을 대신해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일을 한다. 출장에서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비행기. 연 평균 35만 마일을 날아다니는 그의 꿈은, 1,000만 마일(달까지의 거리 250만 마일의 4배)의 마일리지를 수립하는 것이다.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마일리지 적립’과 ‘골드카드 모으기’, ‘짐 싸기’ 이니, 그에게 이만한 천직은 없다 싶다. 일은 또 어찌나 능수능란하게 하는지, 해고통보를 받고 곧 죽을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들 앞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대신 설득과 회유로 실직자가 조금 더 편하게(?)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작자에게 빙햄이 하는 말. “당신이 꿈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 회사에서는 얼마를 지급했나요? 언제 이 일을 관두고 좋아하는 일로 복귀할 생각이었습니까? 지금 당신에게 기회가 온 것입니다. 이건 부활이에요.” 약장수 뺨치는 허풍 가득한 멘트지만, 이것이 상대에게 먹히니 신통방통할 따름이다. 오너들에겐 더 없이 고마운 ‘직장의 신’, 하지만 ‘직장의 신’을 꿈꾸는 많은 직장인들이 피하고 싶은 ‘직장의 신’ 되시겠다.

영업철칙 : “인생사 공수래공수거”
대표저서 : <짐 싸는 게 가장 쉬웠어요!> <공항 100배 즐기는 법>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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