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강지환,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데뷔 11년차에 연기 인생 2막을 연 느낌이다”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극본 장영철, 연출 유인식)을 마친 강지환(36)의 눈빛에는 ‘한숨 돌렸다’는 안도감이 서려 있다.

복수극을 중심으로 코미디와 스릴러 등이 어우러진 <돈의 화신>은 탄탄한 극본과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로 호평받으며 막을 내렸다. 극중 비리 검사였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에 나서는 이차돈 역으로 분한 그는 액션과 멜로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코믹한 모습으로 여장에 도전하거나 반대로 처절한 슬픔을 표현하는 등 촬영 내내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갔다. 개인적으로도 전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겪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새롭게 연기 인생을 시작하는 듯한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Q.<돈의 화신>은 오랜만에 탄탄한 극본에 배우들의 연기도 물이 오른 주말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지환 : 11~12회 정도를 넘어가면서 ‘다른 드라마와는 차별화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이 해 주신 것 같다. 처음에는 사실 그다지 기대작도 아니었고 제목에서 오는 느낌 때문에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란 오해도 받았지만 점차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좋은 평가가 많이 나온 것 같다. 특히 중견 배우 선배님들의 충실한 연기가 작품을 빛나게 해준 것 같다.

Q.정극과 코미디, 멜로와 액션을 오가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것 같다

강지환 :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극에서 유독 튀는 역할이었다. 한 인물의 희노애락을 다 펼쳐놓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이 꼭 그랬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지더라. 내가 너무 오버스러우면 선배님들에게 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수위 조절을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 초반의 밝은 모습부터 복수심이 절정에 치닫는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계산을 많이 했다. 대본을 분석하면서 스스로 기승전결 구조를 만들어 다가가는 치밀함이 필요했다.
강지환,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강지환,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Q.극중 어머니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여장을 하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됐는데 직접 생각해냈다고 들었다.

강지환 : 예상보다 더 단아하고 고운 모습으로 나와서 기분 좋더라.(웃음) 여장은 처음 해봤는데 내 안에 개구쟁이같은 면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Q.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종종 내는 것 같다.

강지환 : 대본을 늘상 끼고 있다. 똑같은 대사를 앉아서도 보고, 누워서도 보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탁 하고 건져지는 생각이 있다. 그걸 현장에 가서 상황와 장소에 맞게 제안하곤 한다. 70%는 대본을 보면서, 30% 정도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Q.정신병원에서 어머니의 죽음 후 오열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강지환 : 순간적으로 슬픔에 감정을 집중시킨 채 온몸에 힘을 주고 울며 대사를 하다 보니 나중엔 경련이 일고 빈혈이 오더라. 새벽 내내 감정을 발산시키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결국 잠시 정신을 잃기도 했다.

Q.눈물 연기가 적지 않았는데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가

강지환 : ‘남자니까 눈물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에 눌러 뒀던 감정을 연기를 통해 승화시킬 수 있는 것 같다.

Q.원래 스스로를 ‘멜로 연기 전문’으로 칭한다고 들었다

강지환 : 내가 생각하기엔 분명 멜로 배우인데 자꾸 코미디 연기로 더 주목 받은 것 같다.(웃음) 곧 진한 멜로 연기로 다시 찾아올 날이 있겠지
강지환, 연기 인생 2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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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작품 합류 전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는데

강지환 : 소송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로 승부를 보는 것 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 이 작품을 찍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는데 믿고 끝까지 기다려 준 제작진에게 무척 감사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한(?) 같은 게 분출돼 감정 표현에는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마음껏 뿜어냈단 느낌이 든다.

Q.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갈 예정인가

강지환 : 아마 차기작은 영화가 될 것 같은데 5월 말에서 6월 정도부터 준비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강렬한 액션도 해보고 싶고 정통 멜로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데 마음 고생했던 만큼 이젠 쉼없이 일하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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