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름다운 것들’ 양희은의 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
양희은" />뮤지컬 <아름다운 것들> 양희은

조용필은 기자들에게 자기 이름 뒤에 ‘63’이라는 나이를 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양희은에 대해서는 나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조용필보다 두 살 어린 양희은은 이제 예순 하나. 하지만 뮤지컬 〈아름다운 것들〉에서는 환갑을 지난 여가수가 아니라 소녀였고, 친구였으며, 우리네 어머니였다. 양희은은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더 좋아지는 가수다. 하지만 가수로서 환갑을 넘기면 관록은 쌓일지언정 설 무대는 줄어드는 나이. 그런 면에서 양희은의 뮤지컬은 참 소중한 무대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양희은이 출연하는 뮤지컬 〈아름다운 것들〉이 공연 중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을 찾았다. 뮤지컬에서 양희은은 라디오 DJ를 맡아 각각의 에피소드 마다 특유의 따스한 입담을 전한다. 백미는 극 중간에 양희은이 직접 부르는 노래다. 사연을 담은 양희은의 노래는 음반, 콘서트와는 또 다른 위안을 전한다.

양희은은 활동 40주년이었던 재작년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를 통해 배우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양희은은 어린 시절 오빠들과 놀다 같이 서서 오줌을 싸 바지가 젖은 이야기, ‘고추’가 없어 반장이 되지 못한 것과 같이 소소한 경험담부터 생계를 위해 노래를 시작한 사연 등을 무대 위에서 연기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연기가 한층 수월했을 터. 〈아름다운 것들〉에서 양희은은 이야기를 전하는 중간자 입장이다. 하지만 가수 경력만큼 긴 DJ 경력 때문인지 그녀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양희은 본인은 가수보다 DJ에 더 애정을 쏟았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리뷰] ‘아름다운 것들’ 양희은의 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
" />뮤지컬 < 아름다운 것들>

〈아름다운 것들〉에는 ‘아침이슬’, ‘상록수’, ‘아름다운 것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세노야’, ‘들길 따라서’, ‘백구’ 등 양희은의 주옥과 같은 명곡들이 흐른다. 양희은이 “다복했던 가회동 세자매가 떠올라서 좋고, 나 떠난 후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질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고 말하는 노래 ‘백구’, 뉴욕에서 살던 시절 비엔나에서 유학 중이던 기타리스트 이병우를 불러다 밥 해 먹이며 만든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은 라디오 사연을 타고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결국 노래는 화자에게서 청자에게 전달될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운 것들〉에서 양희은은 노래에 대한 멍에를 떨쳐버린 듯 편안해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그녀는 ‘추억만 팔아먹는 가수’가 아니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