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뮤직]최범석,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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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함과 온화함이 공존하는 그,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저에겐 오감이 곧 ‘패션디자인’이예요. 사진, 그림, 영화를 봐도. 저에겐 음악마저도 텍스쳐로 다가와요. 소리마다 텍스쳐가 제각기 다르고 사운드의 걸죽함이나 보고 느끼고 만지는 그 모든 것들이 저에게 영감을 선사해요.”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모진풍파를 등지며 곱게 자랐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의외로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홍대와 의정부를 거쳐 동대문시장에 입문한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였다. “동대문에서 상인들에게 제 옷은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포켓이 오른쪽에 있는 옷이라면 저는 양쪽이나 왼쪽으로 달아 달라고 하는 등 디자인을 하나씩 차별화하면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죠.” 이후 옷을 만들어 팔며 차츰 디자인 감각을 키웠다. 2003년에 동대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컬렉션 무대에 섰고, 같은 해 압구정동에 ‘제너럴 아이디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프랑스 파리의 ‘오 프랭탕’에 입점하고, 뉴욕컬렉션에 오른 것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최범석은 아웃도어 브랜드, 가전제품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최범석은 최근 네이버 지식쇼핑에 ‘제너럴아이디어’를 론칭하기도 했고, 현재 준비 중인 콜라보레이션만 두 가지가 된다. 그 중 하나는 영화<애프터 어스>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5일 내한한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진행한 것으로 8일 <제너럴 아이디어>에서 콜라보레이션 행사를 가졌다. 이정도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SBS <패션왕>의 성공스토리가 떠오르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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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에 까메오로 출현한 최범석에게 “얼마나 자신과 비슷하냐.”는 질문에 “극 중 유아인의 객기”정도라고 한다. “혹시 연기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딱 잘라 “연기를 하거나 다른 분야로 갈 생각은 전혀 없어요. 패션디자이너로서 한 우울만 팔 생각이예요.”라고 대답한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최범석은 유일하게 MBC에브리원 <탑디자이너>에 심사위원으로 출현하며, 도전자들이 눈물을 보일 만큼 날카로운 독설을 날리곤 한다. “제가 굳이 방송이라서 독설을 한 것은 아니예요. 분명히 저 친구가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말들이 있는데 아무도 해주지 않으니까. 제가 하게 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패션디자이너로써 어느 정도 연륜이 묻어나는 그는 “이제 힘들어서 일렉트로닉은 더 이상 못 듣겠어요(웃음). 그래서 디자인하면서 저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음악들 중 다섯곡을 소개하려고 해요.”






[올댓뮤직]최범석,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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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et Baker의

음악을 듣노라면 그 선율이 텍스쳐로 느껴진다는 최범석은 음악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한다. “솔직히 노래를 잘한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트럼펫을 연주하면서 흐르는 그 멜로디에 심취해 자기방식대로 노래했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는 것이 저에겐 크게 다가왔어요.”라며 첫 번째로 꼽은 곡은 Chet Baker의 ‘Summertime’. 서정적이면서도 마약에 찌들어 순탄하지만은 않던 인생을 이겨낸 그만의 성숙된 표현력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쳇 베이커는 중학교 때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해 1952년에 찰리 파커에게 발탁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탔다. 제임스 딘을 닮은 수려한 외모와 부드러운 음색으로 팝 장르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발매한 정규앨범은 총 50여장에 달한다. 절제되면서 열정적이고 흘러가듯이 부드러운 연주가 듣는 이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쳇 베이커의 가녀린 노래는 연주보다도 더 유명하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서 전율이 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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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one Temple Pilots의
“앨범이 너무 좋고, 스타일도 마음에 들고, 무대매너도 너무 멋진데, 1집 내고 인기를 얻자마자 아쉽게 해체했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제 컬렉션에 쓰기도 했어요.” 최범석은 두 번째로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big empty’를 골랐다. 1990년대 그런지 록 열풍을 타고 등장한 스톤 템플 파일럿츠는 너바나, 펄 잼의 뒤를 이어 그런지 록 계의 스타로 군림하며 당시 큰 인모았다. 마약 문제에 휘말려 그룹이 해체됐다가 재결합하는 등 말도 탈도 많았다. 단독행동이 일삼았던 리드 보컬 스캇 웨일랜드는 슬래쉬 등 건즈 앤 로지스 멤버들과 함께 결성한 밴드 벨벳 리볼버로도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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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ufus Wainwright의

“내한한 적이 있는데요. 홀로 무대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왠지 모를 진한 감동이 전해졌어요.” 최범석의 컬렉션에도 올랐던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은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가 왠지 따뜻하고 잔잔한 여운이 남는 곡이예요.”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에게 생소하면서도 친숙한 뮤지션이다. <아이 엠 샘>, <슈렉>, <브로크백 마운틴> 등 영화 속에서 그의 노래를 한번쯤은 만나봤기 때문. 특히, 영화 <아이 엠 샘>의 ‘Across the Universe’를 통해서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이후 2007년 로 대중적으로 성공하면서 스팅, 엘튼 존 등 음악계의 거장들과 제이크 질렌할, 스칼렛 요한슨, 드류 배리모어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의 팬임을 자처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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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irdy의
“뭐랄까. 한번 들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몽환적인 매력을 지닌 것 같아요.” 최범석은 버디의 ‘Skinny Love’를 추천하며 수없이 “이 친구가 1996년생이래요.”라고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버디의 노래는 차분하면서도 살짝 떨리는 음색이 어쩐지 모르게 끌린다고나 할까.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을 그런 목소리를 지녔다. 1996년생인 그녀는 그 어린 나이에 음악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안다. 4세 때 처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7세 무렵에는 곡을 쓰기 시작한 버디. 12세 무렵에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관심을 받았다. “저 역시도 그 중 하나였죠.” 어린 나이에 이렇게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 타고난 재능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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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AP Rocky의

“당연히 음악도 좋지만 패션디자이너로서 라키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미국의 힙합뮤지션 중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로 손꼽히고 있거든요. 스트리트 패션와 명품을 맛있게 믹스 앤 매치하는 감각을 지녔어요.” 최범석이 A$AP Rocky의 ‘wild for the night’을 추천한 이유다. “이 음악을 지난 컬렉션 피날레로 썼어요.” 라는 최범석에겐 이보다 더한 칭찬이 없으리라. 곡 자체가 묵직하고 때론 비장함이 느껴지는데 그 사이사이를 스크릴렉스의 강한 사운드가 아주 맛깔나게 귀를 자극한다. 1988년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난 에이셉 라키는 래퍼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형이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라키는 분노를 표출이라도 하듯 여덟 살 때부터 랩을 갈고 닦다가 2007년 힙합 팀 ASAP(Always Strive and Proper)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정규앨범은 라키가 그간 갈고 닦은 랩을 읊으며 명품브랜드, 자동차 등을 노골적으로 부각시키는 라임을 가미하면서 적잖은 재미를 선사한다. 어린 시절 가난함을 겪은 라키와 최범석은 미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크리에이티브하게 꿈꾸는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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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패셔니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컬렉션이 있다. 바로 최범석이 이끄는 <제너럴 아이디어>. 특히 2013 F/W 서울패션위크에서의 ‘제너럴아이디어’ 컬렉션은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런웨이와 애프터파티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이는 이례적인 시도다. “저는 지금까지 서울컬렉션 런웨이에서 패션쇼를 한 적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클럽, 리틀앤젤스, 갤러리 등에서 했죠. 특히 이번엔 10주년이니만큼 좀 특별하게 해보자 싶어 핫한 장소를 선택하게 됐죠.”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가 스타디자이너이기에 가능한 것. 셀럽으로서의 최범석에게 인기란? “셀럽인가요?(웃음) 그냥 디자이너로서의 삶보다는 남들과 같거나 조금 밑에서 시작해 노력만으로 오르기 힘든 곳에 오르면서 사람들에게 ‘나도 설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열어 준 덕분 같아요.” 단지 그뿐이랴. 멋진 외모까지 겸비했다. 모든 것을 다 이뤘을 것만 같은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꿈이요? 제 브랜드네임을 건 매장이 제가 방문하는 나라마다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진정한 ‘글로벌 패션왕’을 그리고 있는 최범석, 그동안 ‘객기’를 제대로 부려왔던 당신이기에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글,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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