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쇼케이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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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드레스와 빨간 립스틱. 오지은의 첫 등장 모습이었다. 사방이 어두운 작은 소극장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유독 눈에 띄는 그녀의 빨간색 입술로 자연스레 모아졌다. 14일 오후 서울 홍대 에반스라운지에서 열린 정규 3집 앨범 <3>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공백을 깨고 돌아온 오지은을 만났다.

오지은은 직접 편곡까지 해내는 드문 싱어송라이터다. 서정적인 가사와 묵직한 사운드로 사랑 받아왔다. 3집 <3>에서도 오지은만의 가사와 한층 더 풍부해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날 오지은은 수록곡 ‘어긋남을 깨닫다’, ‘그렇게 정해진 길 위에서’, ‘서울살이’, ‘고작’을 라이브로 불렀다. 노래에 담긴 감정에 취해 온 몸으로 노래를 표현했다.

정규 3집 <3>은 4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이다. 오지은은 “나이가 드니 예전에는 좋고 싫고 단순하게 생각하던 일들이 복잡하게 느껴지더라. 복잡한 기분으로 노래를 만들려니 힘들었다. 그렇지만 한곡씩 마음을 녹이내고 그것이 시간이 좀 걸려서 예상보다 늦게 앨범이 나오게 되었다”며 앨범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사이 오지은은 20대에서 30대가 됐다. 오지은은 “이번 앨범을 통해 30대의 입장에서 20대의 사랑을 정리해보고 싶었다”며 현재형의 사랑 노래를 불렀던 이전 앨범과의 차이점을 말했다. 타이틀곡 ‘고작’은 무거운 감정으로 시작해 그 무게만큼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출하는 노래다. 오지은은 “‘고작’은 1집 ‘화’, 2집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에 이은 완결판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처럼 나만의 트릴로지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앨범 이름도 <3>으로 붙였다”며 타이틀곡에 대해 설명했다.

오지은 쇼케이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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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노랫말은 더 비관적으로 변했다. 오지은은 “오지은과 늑대들로 신나는 노래를 하면서 그동안 어두운 노래를 하며 쌓은 스트레스를 다 풀었다. 그래서 더 어두운 노래를 돌아왔다”며 “어쩌다보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안정적인 연애를 하게 되었고 그동안 헤어지거나 혼란스러운 경험이 없어서 더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연인인 스윗소로우 성진환에 대한 언급도 덧붙였다.

4년차 커플인 오지은과 성진환은 이번 앨범에서 ‘테이블보만 바라봐’라는 노래로 합께 입을 맞추기도 했다. ‘테이블보만 바라봐’는 숙맥인 커플이 만나 어색하게 테이블보만 바라보는 광경을 담은 노래다. 오지은은 “솔직히 말하면 안정적인 연애가 오히려 내 음악이 변하게 하지 않을까 겁을 먹었다. 열애 기사가 나온 뒤로 사람들이 나를 누구의 여자친구로 보는 게 무서웠다. 1년 정도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곡을 쓸 때 솔직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며 연애 이후 더욱 성숙해진 자신을 드러냈다. 오지은은 “사실 ‘테이블보만 바라봐’는 2011년에 이상순과 컴필레이션 앨범을 작업할 때, 이상순의 연애하는 모습이 어떨까 상상하며 만든 곡이다. 후에 이상순이 이효리와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상순은 이 곡의 편곡을 맡았다”는 앨범 후일담도 전했다.

오지은 쇼케이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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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이상순뿐만 아니라 신윤철(서울전자음악단), 윤병주(Lowdown30), 용린(디어클라우드) 등 실력파 연주자들과 이이언(MOT), 정인, 린(Lyn)과 같이 평소 절친한 음악 동료들이 대거 참여했다. 오지은은 “이번 앨범은 나의 ‘Dreams come true’다”며 “앨범 작업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은퇴해도 여한이 없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제 음악의 히어로들이 모두 앨범에 참여했다. 수록곡마다 색깔이 달라 한 연주자에게 전 트랙을 부탁하기가 까다로웠다. 각각 다른 느낌의 스페셜리스트에게 연주를 부탁하고 함께 작업을 하니 금메달리스트랑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으로 활발한 활동도 예고했다. 우선 7월 20일에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각종 여름 페스티벌에도 출연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거라 자주 뵙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의욕을 보인 오지은은 “소극장 장기공연도 구상 중이다.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는데 예전처럼 적은 사람들을 두고 편하고 깊게 노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홍대마녀’ 오지은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마술을 부리려고 다시 돌아왔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제공.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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