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의 기적(위)과 붕어빵 가족
해나의 기적(위)과 붕어빵 가족
해나의 기적(위)과 붕어빵 가족

” <너는 내 운명>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 게시판을 들여다보는데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시청자들이 올린 글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 글들은 단순한 시청소감을 넘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들 각각의 이야기들을 보는데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그건 제작자로서 일종의 희열이기도 했어요. 그래. 우리 방송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지고 있구나. 그 맛에 계속 하고 있습니다.”

2006년은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기존 휴먼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된 다큐를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한 지 1년이 되던 해였다. 지금은 MBC를 넘어서 국내 휴먼다큐멘터리 장르를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돼버린 <휴먼 다큐 사랑> 팀에 당시 처음 투입됐던 유해진 PD는 그 해 바로 히트작 <너는 내 운명> 편을 만들어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와, 그런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 한 남편의 사연을 담은 작품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3년, 유해진 PD는 <휴먼 다큐 사랑>에서 여러 편의 히트작을 만들어냈지만, “제작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어보자 <너는 내 운명> 즉, <휴먼 다큐 사랑>과 처음 만난 순간을 돌이켰다. 기억하는 것만으로 여전히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그날의 감동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의 달 5월에 <휴먼 다큐 사랑>이 방영되는 이유가 됐다.

지난 해에는 ‘엄마’라는 테마로 시청자들을 찾았던 <휴먼 다큐 사랑>은 올해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들여다보고자 마음 먹었다.

가장 먼저 오는 6일 찾아오는 <해나의 기적>(연출 유해진)편은 선청성 기도 무형성증을 안고 태어난 어린 해나의 기적과도 같은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다룬 작품. 제작진은 고민 끝에 2부로 방영키로 했다. 지난 4월29일 서울 여의도 IFC 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해진 PD는 “원래 시간에 잘 맞춰 편집하는 편인데, 해나의 이야기만큼은 도저히 70분으로 편집이 불가능해 80분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은 2부작으로 방영해도 부족함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출입기자들의 반응을 통해 제작진은 2부작으로 편성해도 무방하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특히 해나의 이야기는 MBC 촬영 도중 미국 방송사 NBC에서도 관심을 보여 2시간 짜리 다큐로 제작돼 방영을 앞두고 있다.

<해나의 기적> 다음으로는 6세부터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온, 그러나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해 세계적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김수림 씨의 특별한 인생을 담은 <슈퍼 수림>(연출 조준묵)이 방송된다. 언뜻 인간승리 류의 드라마가 될만한 소재로 비춰지지만,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는 보통의 일상 속 기적같은 드라마를 발견해온 <휴먼 다큐 사랑>의 전통적 결과 잘 어우러지는 에피소드들이 배치돼있어 눈길을 끈다.

뒤이은 40대 뒤늦은 나이, 재혼으로 만나 진정한 하나가 돼가는 이영근 임은정 씨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 <떴다! 광땡이>(연출 조준묵)와 9명의 아이를 공개입양해 기르는 김상훈 윤정희 부부의 자녀 사랑을 담은 <붕어빵 가족>(연출 유해진)이 방송된다.

워낙에 드라마틱한 <해나의 기적> 편을 제외하고는 ‘죽음’과 닿아있는 막대한 테마보다는 ‘가족’의 의미를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있게 만드는 소재에 집중했다.

휴먼다큐 사랑의 홍상운 CP 조준묵 PD 유해진 PD(왼쪽부터)
휴먼다큐 사랑의 홍상운 CP 조준묵 PD 유해진 PD(왼쪽부터)
휴먼다큐 사랑의 홍상운 CP 조준묵 PD 유해진 PD(왼쪽부터)

홍상운 CP는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프로그램이 케이블과 종편까지 합하면 10여개 정도된다. 그만큼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다. 따라서 얼마나 깊이 있고 밀도 있게 전달하느냐가 저희 제작진의 과제다”라며 “8년 전 2005년 팀을 처음 세팅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6개월 내지 일년 정도 품을 들여야 사람의 삶 속 스토리를 깊이 있게 찍고 전달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방송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환경에서 소재를 선택함에 있어 제작진으로서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비교적 손쉬워 보이는, ‘죽음’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반드시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올해의 다채로운 소재는 이들에게는 ”실험이라면 실험”이다.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삶 속에서도 기적같은 순간은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정서적 위안으로 자리잡은 <휴먼 다큐 사랑>. 결국 올해도 예외없이 기적과 마주한 우리는 감동의 눈물을 쏟고 말리라. 방송은 6일 밤 11시20분부터 매주 월요일 5주 연속.

글. 배선영 기자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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