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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계의 큰 별이 졌다.

디스크자키, 음반 및 공연 기획자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종환 씨가 30일 오전 서울 하계동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지난 2011년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아왔다.

이 씨는 지난 반세기 동안 〈별이 빛나는 밤에〉〈밤의 디스크 쇼〉 등 당대의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DJ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알렸다. 음반, 공연기획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해 그가 발굴한 가수들은 소위 ‘이종환 사단’이라 불렸다. 특히 70년대에는 영미 권에서 유행하던 포크음악이 국내에 정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폐암 진단 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꾸준히 DJ로 활동하며 많은 음악을 소개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종환 씨는 음악감상실 ‘디쉐네’의 DJ로 활동하다가 1964년 MBC에 입사해 〈임국희의 한밤의 음악편지〉 PD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탑튠-퍼레이드〉의 PD와 DJ로 활동하면서 특유의 지적이면서 거침없는 진행, 낮은 톤의 목소리로 청취자를 매료시켰다. ‘인기 DJ’란 신조어를 생겨나게 한 것도 그. 이후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디스크 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을 통해 라디온 전성시대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2011년까지 〈이종환의 마이웨이〉를 진행하며 50년 가까운 세월을 DJ로 활약했다. 고인은 2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인기 DJ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수상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종환 씨가 1973년 종로에 창업한 ‘쉘부르’는 ‘세시봉’과 함께 70년대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문화의 산실이 됐다. 이곳을 통해 김정호, 쉐그린, 어니언스, 하덕규, 남궁옥분 등 당대의 포크가수들이 등장했다. 이수만, 허참, 주병진 등도 쉘부르를 거쳐 갔다. 지난 5월 11일에는 쉘부르 출신 가수들이 모여 이 씨의 방송 50주년과 쉘부르 탄생 40주년을 함께 기리는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한때 가요계에서 고인이 가지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씨는 “1960~ 80년대에 걸쳐 방송, 음반, 공연 등 대중음악과 관련된 거의 전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DJ 외에도 음반 기획 쪽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아는 많은 가수들이 이종환의 손길을 통해 데뷔했다. 가령 70년대에 이종환이 기획한 시리즈 앨범 〈별밤에 부치는 노래〉를 통해 다운타운에서 활동하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공식으로 음반 데뷔를 하게 된 것”이라며 “백순진과 이수만의 듀오 4월과 5월을 포함해 다운타운에서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을 발굴해 데뷔시켰고 이를 ‘이종환 사단’이라고 했다. 이로써 70년대 가요계에서 포크음악 신이 중요하게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씨는 당시 모음집 형태 음반 제작의 유행도 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규성 씨는 “이종환의 시리즈 음반들이 히트를 치면서 다른 기획사에서도 ‘히트송 시리즈’ 앨범을 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유행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낭송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이종환 씨가 직접 팝송의 가사를 번안해 낭독한 음반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월 1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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