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②
-<탈출> 김지원, 정범식 감독, 고경표(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김지원, 정범식 감독, 고경표(왼쪽부터)

(1부에 이어) Chapter 2. 팀워크
정범식 감독, 고경표, 김지원. 이렇게 세 명을 모았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 겉으로는 ‘친분’을 과시하고, ‘촬영 현장이 정말 좋았다’며 호들갑을 떨곤 한다. 하지만 ‘진짜’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탈출>의 경우 고경표와 김지원이 극 중 전화기로 대사를 주고받을 뿐 서로 만나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촬영 기간도 작품의 특성상 짧을 수밖에. 하지만 이들에게 ‘벽’은 없었다. 서로의 눈만 봐도 웃음을 터뜨리고, 사진 촬영할 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망가진다. <무서운 이야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만들기 위해 ‘고경표 김지원 열애설을 내자’란 말에도 ‘좋다’며 웃을 정도다. 단점을 물어도, 결국 칭찬으로 되돌아가는. 이들의 팀워크, 거짓이 아닌 진짜였다.

Q. 이렇게 뭉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정범식 감독 : 지원이의 경우 이견은 없었다. 인물의 이름도 처음에는 지원이었다. 내가 너무 고마운 건 진심으로 그 역할에 빠져서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줬다는 점이다. 웃기고야 말겠다는 기술적 접근은 거부감을 줄 수 있고, 귀엽고 깜찍한 느낌을 줄 수 없다.
고경표 : 감독님 말씀처럼, 착한 영화인 것 같아요. 착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범식 감독 : 고병신 역할은 고민이 많았다. 성향을 잘 아는 친구 한 명이 고경표를 적극 추천하더라. 사실 TV를 잘 보지 않아 고경표가 누군지 잘 몰랐다. 친구가 메일로 보내준 영상 클립들을 보고 결정했다. 무표정하면서 언밸런스하게 웃기는 능청이 있더라.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 기대보다 20배는 더 잘하더라. 첫 테이크에 바로 ‘OK’다. “어릴 때 TV를 많이 봐서 그렇다”고 하더라.

Q. 감독님 말만 들으면 고경표 씨는 ‘천재’다.
고경표 : 지원이가 오면 천재 세 명이 되는 거지. 하하. (정범식 감독, 고경표가 먼저 도착해 이야기를 나눴고, 김지원은 그 후에 합류했다.) 여하튼 다행이다. 영화 보고 나서 다들 좋게 얘기해주시더라. 일하면서 그런 대우를 받아 본 적 없다. 언제 그런 평가를 받겠나. 감독님이 은인이다. 아직 꿈같다.
정범식 감독 : ‘천재’ 고경표, ‘천사’ 김지원, ‘천민’ 정범식이겠죠. 하하. 촬영 당시 경표가 일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 입장에선 솔직히 우리 작품에만 집중해주길 바라게 된다. 그런데 경표도 어쩔 수 없으니 촬영장에서 조금씩 잔다. 그렇게 잠시라도 자고 나면 감정선이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짜 신기한 건 경표는 그게 티가 안 나더라. 그리고 경표는 눈 근육, 입 근육이 엄청 좋다. 딱 내가 필요로 하는 만큼만 근육을 움직여 준다.
고경표 : <탈출>은 기존 공포와 다른 시나리오다. 그런데 원래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던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천재’라고 할 것 같다.

Q. 혹시 고경표 주연의 차기작을 같이 하기로 이미 결정했나? (웃음)
정범식 :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게 있긴 하다, <탈출>보다 더한 거. 하하.

[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②
-<탈출> 고경표, 김지원 (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고경표, 김지원 (왼쪽부터)

Q. (뒤늦게 합류한 김지원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원 씨는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지원 : 단기간에 모든 게 이뤄져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는 대본 리딩하면서 캐릭터 분석이라든지 대사 접근법을 많이 배웠다. 경표 오빤 진짜 배울 점이 많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힘든 촬영도 너무 즐겁게 했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 힘들었다고 말할 법도 한데 말이다. 희미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감독님이랑 얘기하면서 뚜렷해지는 게 나라면 경표오빤 이미 뚜렷한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와서 감독님과 얘기를 하더라. 그건 참 배우고 싶은 점이었다. 코믹연기야 뭐 독보적이니까 말할 것도 없고. 무슨 장르를 말했을 때 딱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게 힘든 건데 그게 됐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Q. 그리고 ‘TV를 많이 봤다’는 건 무슨 뜻인가.
정범식 감독 : 나도 진짜 궁금하다. 하하.
고경표 : TV를 많이 봐서 그렇다는 건, 음. 연기는 모방이라 생각한다. 한 배우가 어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그 표정을 하면 관객들이 내가 그때 받았던 느낌을 받을 거라 예상하는 거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Q. 한편으론 ‘천재’라기 보다 서로 취향이나 코드가 맞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 보니까 두 사람, 은근히 비슷한 코드 같다.
고경표 : 우리끼리도 그런 말을 하긴 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너무 좋은 게 디렉션이 구체적이다. 그러다 보니 연기하기에 되게 편했다.

Q. 지금은 신인이라서 그렇지 나중 되면 귀찮아질 텐데?
정범식 감독 : 나중엔 내가 안 그러겠지. “경표씨 좋습니다~” 그러겠지.
일동 : 하하하.

Q. 영화 속에서도 처음에만 잠시 만나고 그 뒤론 마주치지 않는다. 김지원 씨는 ‘먼저 연락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친한 것 맞나. 너무 친해 보이니 오히려 의심이 생긴다.
정범식 감독 : 우리가 먼저 지원이에게 말을 건다. 지원이가 청순하게 나온 사진이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보내기도 하고.
김지원 : 두 분이 너무 잘 챙겨주신다. 내가 연락을 안 해도 먼저 해주시고.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경표 오빠의 경우엔 촬영이 끝나면 ‘잘 들어갔냐, 고생 많았다’는 연락도 핸드폰으로 꼭꼭 해주셨다.
고경표 : 근데 나 그런 거 다른 사람한테는 진짜 안 한다.
김지원 : 그래요?

Q. 이쯤해서 실시간 검색어 1위 만들어 보자. ‘고경표 김지원’ 열애설이나 결혼설 어떠냐. 물론 마지막에 ‘다음 작품에서’라고 꼭 넣어주겠다. (옆에 있던 홍보 관계자는 ‘좋다’는 반응, 소속사 관계자도 의외로 ‘괜찮다’며 웃음이다.) 각자 이상형부터 가자. 하하.
정범식 감독 : 전 아내입니다.(웃음)
고경표 : 어리광부리고, 자기 일 못하고 매달리는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 좋다. 지원이는 보기와 달리 털털하고 착하다.
정범식 감독 : 지원이 정말 착하지.
김지원 : 난 포용력이 좋고 이해심 많은 사람. 그리고 착한 사람이 좋다.
고경표 : 지원이는 특히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 보면 괜한 멋 때문인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더라. 지원이는 그런 게 없어서 안 그래도 예쁜 애가 더 예뻐 보였다.

[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②
-<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Chapter 3. 미래
이들에겐 현재보다 한 발 더 나아갈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감성호러’ 전문이었던 정범식 감독은 ‘병맛호러’ 이후 방향 설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 고경표는 ‘병맛’ 캐릭터를 얻은 과 그것이 강화된 <탈출>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김지원은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다. 정범식 감독은 습관처럼 “정상에서 만나자”는 말을 했다. 세 명이 이야기하는 각자의 정상이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다.

Q. <탈출>이 장편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정범식 감독 : 생각해 둔 게 있다. 장편으로 간다면, 지옥에서 바로 안 죽고 그 뒷내용이 있다. 원래 분량이 좀 더 길었는데.
고경표 : 개인적으로는 ‘왜 탄희가 이렇게 됐을까?’ ‘병신이는 어떻게 교생이 됐을까?’ 하는 부분들이 추가됐으면 좋겠다. 캐릭터에 대한 부연설명이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정범식 감독 : 예를 들면 경표가 지옥에서 죽지 않고 피해 있는데 그 순간 떠내려 온 욕조에서 탄희가 나온다든지.
고, 김 : 오오오~ 소름 돋았어.
김지원 : 오려면 입에 오줌 물고 와야겠네?
정범식 감독 : 아니면 얄밉게 하려면, 뱉어도 되겠다.
김지원 : 탄희라면 뱉었을 거야.

Q. 차기작에서 세 명이 장편영화에서 만난다면?
김지원 : 난 감독님과 멜로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잡히는 건 없는데, 좀 쓸쓸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 감독님은 그런 거 잘 하실 것 같다.
정범식 감독 : 그래, 나하고 하자. (웃음)
고경표 : 난 <탈출> 같은 장르를 좀 더 확장시켜서 해 보고 싶다. 외국엔 <이블 데드>같은 영화들이 몇 편 있는데 한국 영화에서는 드물다. 칸 마켓에서 바이어들이 ‘탈출’을 보고 그랬다더라. 한국에서도 호러에 코믹을 섞는구나. 우리가 획기적인 시작인 거다. 그러니까 다음 작품을 한다면 아예 쐐기를 박고 싶다. 감독님은 더 재밌는 생각들 많으시니까.
정범식 감독 : 내가 <탈출>을 찍으면서 느낀 건 경표는 이해력과 표현력이 특히 좋다는 것과 지원이는 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게 만든다. 둘 다 웃기거나 귀여운 것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장르에서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상에서 만나자. 중간에도 한번 보고.(웃음)

[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②
-<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Q. 정범식 감독은 동생(정식 감독)과 또 같이 찍을 계획은 없나.
정범식 감독 : 둘이 만나면 사실 시너지가 좋다. 그런데 계속 엇갈린다. 박찬욱 감독님도 동생과 함께 ‘파킹 챈스’란 브랜드를 만드셨더라. 그걸 보고 ‘정가형제’도 분발하자고 동생한테 말했다. 이번 <탈출>도 고민하고 있으니까 동생이 “옛날에 놀던 대로 찍으면 될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 그때 너무 ‘병맛’으로 놀아서 관객들이 웃어줄까 했는데 그에 대해 응원을 많이 해줬다.

Q. 셋 다 경력이 그리 오래 된 감독과 배우들은 아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경표 : 지금의 ‘병맛’ 이미지든 다른 역할이든 무조건 열심히 하고 싶다. 어영부영 하는 건 싫다. 예능에 나가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런닝맨> 같은 곳에도 출연해 보고 싶은데, 제의가 안 들어오더라. 군대 가기 전까지 인지도를 많이 쌓고 싶다.
김지원 : 다른 작품도 보고 있긴 한데,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내면적으로나 연기적으로 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걸 위해서 좀 더 노력을 할 생각이다. 작품이 좋다면 장르나 역할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경표 : 내 생각엔 지원이가 비밀리에라도 연애를 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스무 살 때까지 행복하게만 살았는데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정신적 충격을 경험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뭐, 지원이가 잘 알아서 하고 있을지 그건 모르는 거지만.
정범식 감독 : 난 이번에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고 <탈출> 반응을 보면서 좋았다. 특히 ‘아, 관객분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있구나’는 걸 알게 돼서 너무 희망적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영화를 찍되,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슬픔이든 공포든 관객들이 푹 빠질 수 있는 몰입도가 높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상에서 만나자. 물론 중간에도 한번 만나고. 하하하.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