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지난 14~15일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이하 UMF)이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선남선녀들은 DJ의 음악에 맞춰 마음껏 몸을 흔들어댔다. 강남클럽, 홍대클럽 ‘죽순이’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음악과 함께 레이저 조명이 경기장 구석구석을 뱀 혀처럼 훑고 지나가는 가운데 야한 의상의 여성들과 이글대는 눈빛의 남성들은 땀으로 젖은 몸을 흔들며 불금의 밤을 이어갔다. 관객들은 음악을 귀로 듣지 않았다. 온몸으로 듣고 반응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즉석에서 브레이지어만 남긴 채 상의를 탈의하는 여성들도 보였다.

‘UMF’는 세계적인 DJ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비치, 아민 반 뷰렌, 칼 콕스, 아프로잭, 크루엘라 등 정상급 DJ들은 현란한 비트로 관객들의 정신을 빼놨다. 이외에도 하마사키 아유미, 박명수, 바다, 샤이니, 손담비 등 스타들이 자리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최근 미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3인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그룹 크루엘라를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아름다운 자매 DJ 자한(Jahan)과 야스민(Yasmine), 그리고 남성 프로듀서 레인맨(Rain Man)으로 이루어진 크루엘라는 섹시한 무대를 펼치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Q. (록밴드 ‘툴’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자한에게) 자한은 툴 팬인가?
자한: 툴은 15세때부터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Q. 툴, 또는 툴과 같은 헤비한 록 음악도 리믹스를 하곤 하나?
레인맨: 우리 모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어왔다. 공연을 할 때에도 장르 가리지 않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리믹스하곤 한다. 가령 오아시스의 ‘Wonderwall’을 리믹스할 때도 있다. 툴은 아직 안 해봤는데, 해보면 재밌겠는 걸?

Q. 한국 첫 공연을 무사히 마쳤는데 소감이 어떤가? 해외에서도 많은 공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팬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자한: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한국 팬들은 손을 올리거나 점프를 하는 타이밍이 딱딱 맞는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는 타이밍이 각기 달라서 움직임이 산발적인데 한국 팬들은 다 같이 움직여서 놀랐다. 클라이맥스가 왔을 때 모두가 하나가 돼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드라마틱했다.
야스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즐길 때 중요한 것이 ‘오픈 마인드’다. 가슴을 열고 즐겨야 하는데 한국 팬들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되는 것 같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현장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현장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현장

Q. 크루엘라는 2007년에 시카고에서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한과 야스민은 자매 사이인데 어떻게 레인맨을 만나게 됐나? 크루엘라를 궁금해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자한: 나와 레인맨은 16세 때 처음 만났다. 당시 레인맨은 메탈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우리는 대단한 록 팬이라서 매주 메탈 쇼를 보러 다니곤 했다. 어느 날 레인맨의 집에서 댄스파티를 열렸는데 레이맨이 자기 방에서 컴퓨터로 음악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더라. 내가 관심을 가지니 레인맨이 노래를 만들어 넣어보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녹음을 하게 됐다. 그렇게 취미처럼 시작을 했는데 주위 친구들이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서 더욱 열심히 했다. 크루엘라의 음악이 점점 구체화된 다음 또 한 명의 보컬이 필요해서 당시 다른 밴드에서 보컬을 하던 야스민을 영입했다. 야스민이 본인의 밴드를 그만 두고 크루엘라에 전념하게 된 것이 2007년이다.

Q. 크루엘라는 팀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
자한: 큰 계기는 없다. 2007년에 노래를 하나 완성한 후 팀 이름이 필요했는데 바로 ‘크루엘라’라는 이름이 스펠링까지 떠올랐다. 한 번 들으면 까먹지 않을 이름이어서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됐다.

Q. 셋 다 록음악을 시작을 해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넘어간 것이다. 록과 다른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만의 매력이 있다면?
레인맨: 우리는 원래 엄청난 록 팬이었다. 그 중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펑크록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팀발랜드, 데드마우스 등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넘어가게 됐다.
자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장점이라면 음악이론을 다 알지 못해도 귀로 들을 줄 아는 감각이 있으면 시도해볼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다. 또 밴드처럼 여러 명이 모여서 합주를 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신디사이저로 만든 소리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겹겹이 쌓아서 만들 수 있는 음악이다. 화성학을 몰라도 재능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Q. ‘UMF’와 같은 대형 페스티벌을 할 때는 관객들의 흥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 리스트를 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야스민: 얼마나 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프로잭, 캘빈 해리스와 같은 스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셋 리스트를 짤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친숙한 음악을 들려주려 한다. 그래서 오늘 같은 경우는 스크릴렉스의 ‘Breathe’를 중간에 리믹스하기도 했다. 시작은 언제나 우리의 곡 ‘Alive’다!

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자한, 레인맨, 야스민(왼쪽부터)

Q. 스크릴렉스 외에 즐겨서 리믹스 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좋아하는 DJ들이 궁금하다.
일동: 스크릴렉스, 아민 반 뷰렌, 나이프 파티 등 굉장히 많다. 이들은 강렬하게 몰아치는 비트감이 최고다. 그 외에 이탈리아 출신인 오르간 도너스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니키 로메로와 함께 작업한 신곡은 6월 말쯤에 나올 예정이다.

Q. 결성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부터 빌보드 댄스차트에서 정상에 오른느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유가 뭘까?
레인맨: 우리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중에서도 덥스텝, 드럼 앤 베이스, 프로그레시브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얼굴 없는 DJ로 클럽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 반면, 우리는 비주얼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우리는 얼굴 없는 DJ들도 매우 존경한다. 무엇보다도 크루엘라에는 아름다운 여성 멤버가 두 명이나 있다. 난 못 생겼지만.
자한: 아이, 왜 그러셔? 사람들이 우리 퍼포먼스를 좋아해주는 것 같다.

Q. 올해 하반기에 나오는 첫 정규앨범에 대해 소개해달라.
야스민: 지금 작업 중인데 9월에 나온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 지 1년 정도 지났다. 이제까지 우리가 해온 드럼 앤 베이스, 더티 일렉트로, 프렌치 하우스, 프로그레시브, 덥스텝 등 모든 것을 다 뽑아낸 앨범이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꼭 들어 달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 UMF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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