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대중음악계의 키워드는 ‘만개’다. 상반기에는 음반 발매부터 공연, 페스티벌까지 대중음악계가 풍성했다. 수많은 가수들이 컴백하는 가운데 ‘돌아온 가왕’ 조용필은 〈Hello〉 열풍으로 음반시장 호황을 이끌었고, 이문세는 단독공연에 5만 명을 동원하며 열기를 더했다. ‘젠틀맨’으로 돌아온 싸이의 해외반응을 비롯해 일본에서의 한류 공연 시장은 안정적이었으며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폭발적인 증가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쏜살같이 흐른 상반기 대중음악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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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이문세 등 중견의 반란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 이슈는 8할이 조용필이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대중음악계 이슈의 패러다임은 ‘케이팝 한류’를 중심으로 다뤄져왔다. 이를 깬 것이 바로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이다. 지난 4월 16일 정오에 공개된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는 17일 자정을 기점으로 네이버뮤직, 벅스뮤직 등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에서 싸이의 ‘젠틀맨’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10년 만에 19집으로 돌아온 거장의 힘은 대단했다. 싸이를 비롯해 아이돌그룹,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노래들이 모두 조용필의 밑에 있었다. 가요계의 판도와 관계없이 노래의 힘이 순수하게 빛을 발한 것이다. 조용필은 ‘바운스’ ‘헬로’ ‘충전이 필요해’ 등 젊은 화법을 받아들인 경쾌한 음악으로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구가했다. 23년 만에 TV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으며 앨범 누적 판매량은 20만 장을 돌파해 역시 상반기 정상을 달리고 있다. 〈Hello〉는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 올해 안에 30만 장 돌파도 유력하다.

콘서트시장에서는 이문세가 있었다. 지난 6월 1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문세의 데뷔 30주년 공연 ‘대한민국 이문세’에는 5만 여명의 관객이 몰리며 성황리에 치러졌다. 공연은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주경기장 옆쪽에 마련된 길이 100미터, 높이 30미터의 배 모양 무대의 위용이 눈을 압도했다. 이문세는 1998년 4월에 시작된 브랜드 공연 ‘독창회’를 통해 10년 동안 약 300회의 공연을 열며 4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8분의1인 5만여 명이 이날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주최 측 무붕에 따르면 초대권도 돌리지 않고, 기업의 협찬도 일절 받지 않았다. 순수하게 팬들의 사랑으로 채워진 숫자였다. 한편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공연이 거의 정시에 시작하고, 관객 귀가 후에도 감사의 문자를 보내는 등 공연 기획사 무붕 측의 서비스 역시 돋보였다.

이승철, 이승열, YB, 크라잉넛(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승철, 이승열, YB, 크라잉넛(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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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뮤지션들의 컴백
조용필, 이문세를 중심으로 중견 가수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것이 상반기 특징이다. 이승철은 4년 만의 11집 〈My Love〉를 발표하고 광화문 쇼케이스 약 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들국화와 봄여름가을겨울은 신곡을 발표하고 공연으로 팬들과 만났다. 또한 한국 하드록의 시초로 꼽히는 전설의 밴드 무당,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 한국 프로테스트 포크의 거장 양병집, 동물원 출신의 김창기, 하나음악에 몸담았던 싱어송라이터 이무하, 메탈에서 뉴웨이브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 H2O, 메탈밴드 크라티아, 윤도현이 리더로 있는 YB, 이한철이 이끄는 불독밴션, ‘조선펑크’의 파수꾼 크라잉넛 등이 새 앨범을 발표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컴백이 줄을 이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강세는 주목할 만하다. 선우정아, 정란 등 새로운 얼굴들이 출중한 앨범을 발표해 주목받았으며 손지연, 오지은, 한희정, 박새별, 루시아 등 기존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보다 진일보한 음악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성 뮤지션 중에는 이승열, 김바다, 임헌일 등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승열은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평단의 찬사가 이어졌다. 또한 작년에 이어 김태춘, 씨없는 수박 김대중과 같은 블루스 계열의 뮤지션들이 인디 신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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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오디션가수 다시 강세
작년에 주춤했던 아이돌 그룹들이 일제히 컴백하며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뤘다. 1월 1일에 4집으로 돌아온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신화, 김재중, 샤이니, 투피엠(2PM), 씨엘, 인피니트, 비원에이포(B1A4) 등이 상반기 대거 컴백했다. 작년의 아이돌그룹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변신도 이어졌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소녀시대와 샤이니는 기존의 전형적인 아이돌 댄스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길고 복잡한 곡 전개를 들려주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줬다. 씨스타, 포미닛, 시크릿, 티아라, 애프터스쿨, 레인보우, 달샤벳 등 걸그룹 컴백도 이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변신을 꾀하기 위해 음악보다는 자극적인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가운데 걸그룹 크레용 팝은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차별화된 이미지로 일부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한편 로이킴, 김예림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다시금 주목을 끌며 작년 버스커버스커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조 아이돌’ 이효리의 변신은 올 상반기 가요계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이효리는 기존의 섹시 코드를 벗고 자작곡을 통해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하는 한편 김태춘, 빈지노, 고고보이스 등 활동반경이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하며 음악적인 욕심을 내비쳤다. 이달 15일에는 생애 첫 음악페스티벌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밴드와 함께 역동적인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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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무붕, 루이엔터테인먼트 플럭서스뮤직, 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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