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봤어?]〈금 나와라, 뚝딱!〉얽혀버린 갈등의 미적지근한 폭발
방송화면 캡쳐 이수경(위쪽), 김다현" /><금 나와라 뚝딱!> 방송화면 캡쳐 이수경(위쪽), 김다현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25, 26회 6월 29,30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성은(이수경)은 보석회사에 출근한 몽희(한지혜)에게 디자인 관련 업무 대신 잔심부름만 시키며 자존심을 건드린다. 현준(이태성)은 본격적으로 성은의 과거에 대해 알아보고, 결국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상철의 존재를 알아내 성은을 압박한다. 영애(금보라)는 미나(한보름)의 집안을 알고 난 뒤 흔들리고, 덕희(이혜숙)는 이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현태(박서준)와 몽현(백진희)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한다.



리뷰

이야기는 중반에 들어섰지만, 갈등의 폭발 지점은 예측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갈등의 주요지점들은 자신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라마를 이끌 수 있는 호흡을 놓쳐버렸고, 초기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비밀들은 오히려 가장 맥이 빠지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호흡에서 내포되어 있던 갈등들이 가장 적절하게 터질 수 있는 방식이 고민되어야 할 지금, 미리 내포해 뒀던 갈등들은 더워진 날씨만큼이나 늘어진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맥을 놓쳐버린 듯 보인다.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비밀 중 하나였던 성은(이수경)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 전체의 긴장감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호흡을 놓친 성은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의 성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성은만이 대부분 밝혀진 비밀을 감추려고 고군분투하며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은 이미 비밀이 아니듯, 끝까지 모르고 있었어야 더욱 긴장감이 더할 현준(이태성)조차 진실을 모두 알게 된 상황에서 성은의 고군분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준과 성은의 약점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캐릭터가 덕희(이혜숙)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무기를 제대로 써 먹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덕희가 현태(박서준)와 몽현(백진희)의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을 이 때, 덕희와 운명공동체라 할 수 있는 성은과 현준만 다투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 모든 비밀들이 터졌을 때 결론에 대해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 덕희라면, 결국 덕희가 이 갈등 구조에 개입해야만 성은의 비밀은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빠진 상황에서, 어설프게 터져버린 극의 갈등은 스스로 무기를 저버린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막내 현태와 몽현과 연결된 갈등 또한 불필요하게 길게 이어지면서, 이들의 감정 폭발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질 때를 놓쳤다. 이들의 경우 전형적으로 반응이 이끄는 대로 이야기와 갈등을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셈인데, 굳이 한 명씩 천천히 알게 되고 풀어나가야 할 성질의 갈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갈등은 불필요하게 긴 시간을 들여가며 오히려 이야기가 늘어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한 번에 폭발할수록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가늘고 긴 방식의 갈등 풀이 방법을 택하면서 이들 역시 타이밍을 놓쳤다. 드라마의 초반에 이들 간의 갈등이 충분히 터지고 난 뒤, 성은의 비밀이 중반의 주축이 되어 가늘고 길게 인물들을 압박해 나가야 하지만 드라마는 반대의 방식을 택하면서 극의 불균형하게 흘러가게 됐다. 때문에 갈등이 고조되어야 할 현 시점의 이야기가 오히려 늘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갈등들이 자신이 드라마의 무기로 제대로 쓰여질 타이밍을 하나 둘 놓쳐가고 있는 지점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결국 유나(한지혜)의 재등장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현수(연정훈)의 생모 문제와 겹치며 클라이맥스로 가야 할 유나의 재등장 문제는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갈등 무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유나의 재등장과 이로 시작될 갈등의 절정은 과연 적절한 타이밍에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성은의 문제가 함께 얽혀 들어가야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지금 이야기의 진행 방향은 더욱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결국 미리 배치된 이야기들을 제대로 터뜨려내는지가 주말극의 성패를 가른다면, <금 나와라 뚝딱!>은 현재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패를 쥐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덕희다. 덕희로 인해 성은의 갈등이 힘을 받을 수도 있고, 이후 유나의 재등장과 함께 시작될 현수와의 갈등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덕희가 현태와 몽현의 문제에 매달린 기이한 상황에서는 결국 드라마가 제 자리를 찾아가기는 꽤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금 나와라 뚝딱!>은 남은 이야기들을 제대로 봉합해 낼 수 있을까. 지금의 관전 포인트는 그것이다.



수다 포인트

- 민정의 등장으로 활기를 찾나 싶었던 몽규의 분량은 여전히 안드로메다로…

- 일단 현태는 일이 터지면 그게 누구든 ‘이르는’게 특기인 걸로.

- 초반부터 아방가르드하다고 느꼈던 영애의 의상, 갈수록 과감해 지시는데요? 그런 의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구하실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



글. 민경진(TV리뷰어)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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