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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나와 음악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었다. 작년에 발매된 EP 〈Bloom〉의 첫 곡 ‘Green Light’를 들은 후부터 궁금함이 커졌다. 박재범과 천연덕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비트를 타는 지나의 소화력, 그녀이기에 가능했던 ‘2Hot’은 당시 아이돌 여가수 진영의 노래 중 ‘베스트’라 할 만한 결과물이었다. 이후 지나를 볼 때마다 노래와 춤 실력이 몸매에 가려진다는 생각도 들더라. 물론 아이돌 가수에게 있어서 몸매란 필수조건이자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녀가 음악적 변신을 시도할 때 언론의 초점이 다른 곳을 향하는 것은 못내 답답했다. 그런 그녀가 작곡 공부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섹시 디바’라 불리는 여성 댄스가수가 굳이 곡을 쓸 필요가 있을까? 그런 물음에 대해서는 마돈나, 엄정화 등이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하면서 보다 개성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길고 굵게’ 가는 뮤지션들에게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법. 지난 4일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지나를 만났다. 최신작 〈Beautiful Kisses〉의 공식 활동을 막 마친 그녀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화보를 촬영할 때 뜨겁던 눈빛이 음악이야기를 꺼내자 밝게 빛났다.

Q. 최근 작곡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나: 작곡 공부라고 하면 부끄럽다. 그냥 반주 트랙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멜로디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걸 스마트폰, 아이패드에 녹음하는 게 습관이 됐다. 나와 손발이 맞는 작곡가들과 상의하면서 곡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 그림이 점점 선명하지는 게 즐겁다. 전문적으로 작곡을 하려고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멜로디, 가사에 조금이라도 내 경험을 담아보고 싶다.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Q. 작곡가가 주는 곡을 잘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가수로서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아닌가? 굳이 곡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지나: 직접 곡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 노래에 자기 자신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입는 것은 결과물 자체가 다르니까. 노래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가수의 경우 대개 가이드 보컬이 부른 것을 그대로 따라 녹음하곤 하는데 난 이제껏 녹음을 할 때 가이드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직접 가이드를 따보고 나에게 맞는 노래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그리고 작사가와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 맞는 발음을 찾아서 가사를 고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듣는 분들은 결과물만 보고 판단할 것이다. 내가 음악에 큰 신경을 쓴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몇 시간 씩 음악 이야기만 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INTERVIEW] 지나
[INTERVIEW] 지나

Q. 본인의 앨범에서 직접 가사에 참여한 것은 ‘BANANA’가 처음이었나?
지나: 맞다. 버벌진트 오빠와 함께 가사를 썼다. 오빠랑은 여러 번 작업했는데 독특하고 센 가사가 나와 잘 맞는다. 그런데 한글가사를 쓴 것은 ‘BANANA’가 처음이지만 그 전부터 영어로 가사를 썼다. 첫 싱글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부터 ‘꺼져 줄게 잘 살아’ ‘Black & White’ ‘Supa Solo’와 같은 곡들은 내가 원래 영어로 써놓은 가사를 살리면서 다른 작사가들이 한글가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쓴 영어가사들은 작년에 발표한 인터내셔널 앨범 〈Oui〉에 실렸다. 어떻게 보면 데뷔 때부터 가사 작업에 계속 참여해온 셈이다. 그런 식으로 해 와서 그런지 난 남이 내 음악을 다 만들어주면 불안하다.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랄까?

Q. 지나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기에 팝송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지나: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까지 유행하는 음악들은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 중에서도 딕시 칙스, 샤니아 트웨인과 같은 컨트리 음악을 특히 좋아했다. 컨트리는 멜로디가 심플해서 편하게 듣게 된다. 요새는 내가 살던 밴쿠버 출신 가수들이 뜨고 있다. 저스틴 비버는 우리 동네 사람이었고, 에이브릴 라빈은 강 건너 편에 살았다. 칼리 레이 잽슨도 캐나다 출신이다. 최근 긱스가 리메이크한 ‘Officially Missing You’도 캐나다 가수 타미아의 노래다. 그런 캐나다 출신 가수들은 아무래도 관심을 갖고 찾아 듣게 된다. 그 외에 한국 가요 프로그램은 비디오로 빌려다 본 기억이 난다.

Q.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지나: 십대 때부터 교회, 학교의 여러 무대에서 노래를 하곤 했다. 열다섯, 열여섯일 때 내가 노래하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뱃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기분이랄까?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가사도 써보고 곡도 만들어봤다.

Q. 과거 앨범들을 돌아보면 두 번째 EP 〈Top Girl〉의 경우 하나의 아이콘으로 나아간다는 가사를 담고 있었다.
지나: 전작 ‘Black & White’에서 붐업된 인기를 더욱 키워나가는 타이밍이었다. 회사의 욕심이 담긴 앨범이기도 했다. 꽤 고생했다. 처음에 내가 쓴 ‘Top Girl’의 영어가사는 밝은 느낌이었는데 곡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가사를 무려 열 번 넘게 바꿨다. 그래서 노래할 때 마음을 담아 외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난 계속 하고 있으니까.

[INTERVIEW] 지나
[INTERVIEW] 지나
Q. 개인적으로 지나의 음악을 접할 때 겉으로 보이는 글래머러스한 몸매, 퍼포먼스를 주로 보다가 EP 〈Bloom〉을 듣고 음악에 집중하게 됐다. 특히 ‘2Hot’은 지나의 매력이 총집결된, 지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래였던 것 같다. 그 앨범이 성장의 기점이 아니었나?
지나: 내가 꽤 고집을 부린 앨범이다. 그 이후에 점점 고집을 못 부리게 됐지만.(웃음) ‘2Hot’은 상당히 도발적인 노래였지만 나로서는 편하고 재밌게 작업했다. 그런데 그 앨범이 너무 세다는 지적이 있어서 회사에서는 조금 부드럽게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Oops!’로 컴백하게 됐다.

Q. ‘Oops!’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2Hot’의 섹시한 이미지를 계속 가지고 가고 싶지는 않았나? 현재 가요계에서 지나가 가지는 독보적인 면이다.
지나: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 솔로가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발전의 과정이라고 본다.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Q. 지나는 특히 듀엣 곡이 많았다. 첫 싱글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을 비와 함께 노래한 것을 시작으로 용준형, 박재범, 허각, 휘성 등과 듀엣을 했다. 각각의 가수들마다 매치되는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지나: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에서 비 오빠와의 피처링은 녹음실에서 함께 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처음이라서 감동적이었다. ‘꺼져줄게 잘 살아’를 함께 부른 준형이는 동생인데도 신경을 많이 써주고 무대에도 함께 해줘서 무척 고마웠다. 재범은 나와 동갑이고 같은 해외파라서 소통이 편했고 직접 써온 영어가사도 ‘Green Light’와 잘 맞았다. 각이 오빠는 감성이 풍부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줬다. 휘성 오빠는 듀엣뿐만 아니라 내 노래 가사를 많이 써줘서 거의 가족이다. 스튜디오에서는 무섭지만.(웃음)

Q. 댄스 곡 외에 ‘여름별’, ‘같은 생각’과 같은 어쿠스틱 곡도 지나와 꽤 어울린다.
지나: 목소리를 통해 이게 지나라는 것을 들려줄 수 있는 곡들이다. 내 목소리가 메이저 코드의 밝은 노래들과 잘 어울린다. 박화요비, 거미 선배님들과 같은 애절한 곡, 우는 슬픔은 표현이 어렵다. 나와는 반대의 감성이랄까?

Q. 지금 돌이켜봤을 때 특히 애착이 가는 앨범과 곡이 있다면?
지나: ‘2Hot’이다. 데뷔앨범 ‘꺼져 줄게 잘 살아’는 가수 준비를 하면서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낸 앨범이었다. 이후 1등도 해보고, 1등을 해보지 못하기도 했다. ‘2Hot’은 내가 데뷔 후 겪어온 경험들을 풀어낸 앨범이다. 복합적인 감정 상태에서 준비한 앨범이었다. 욕심도 많이 냈고, 부담도 컸다. 새로운 작곡가들과 손을 맞추기도 했고. 생각보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앨범이다.

Q. 지나와 가장 많이 작업한 김도훈 작곡가의 장점을 꼽는다면?
지나: 내 성격을 잘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웃음) 그런데 김도훈 작곡가님은 날 너무 쉽게 이해시킨다.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고 직접적으로 지적한다. “야 넌 이걸 못해. 이런 식으로 해봐”라고 말이다. 나에게는 음악적 은인 중 한 분이다.

Q. 자신의 노래와 춤 실력이 몸매에 가려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불만은 없는지?
지나: 그렇지는 않다. 현재 나이에서 내가 가진 매력은 지금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의 내 매력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나도 언젠간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될 테니 말이다. 지금은 보이는 게 다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듣는 게 전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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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요계 선배들 중에 존경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지나: 윤미래, 박정현, 애즈원 선배님들을 존경한다. 공통적으로 해외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인데 이 분들의 서투른 한글 표현이 나에게는 참 와 닿았다. ‘나의 하루’를 들으면 모두가 박정현의 노래라는 것을 알지 않나? 물론 지금은 한글 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시지만 말이다. 어릴 때 한국말이 서툴렀는데 이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데뷔 후 박정현 선배님을 실제로 만났을 때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캐나다에 살 때 박정현 선배님의 테이프를 사서 들었었다. 김완선, 엄정화 선배님들은 계속해서 자기 계발을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 전 결혼한 백지영 선배님이 가장 부럽다.(웃음) 나도 결혼 생각이 들 나이니까.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항상 열려 있다.

Q. 같은 소속사의 포미닛은 록밴드 칵스와 콜라보를 하기도 했고, 최근 컴백한 이효리는 여러 반경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다. 본인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지나: 범키 오빠와 듀엣을 해보고 싶다. 오빠의 목소리를 너무 좋아한다. 오빠의 R&B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Q. 범키 외에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면?
지나: 요새는 내가 감성적이 돼서 예전 곡들을 다시 찾아 듣는다. 보이즈 투 맨, TLC, 욜란다 아담스 등.

Q. 최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비의 합류가 확정되면서 기존의 비스트, 포미닛 등과 함께 강화된 진용을 꾸리게 됐다. 회사를 대표하는 여가수로서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수 있겠다.
지나: 비 오빠가 들어오신 게 너무 기쁘다. 일단 보고 배울게 너무 많다. 그런데 비 오빠에게 기대기보다는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오빠가 “지나 다 컸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굳이 아티스트 욕심을 내기보다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섹시한 퍼포먼스가 싫은데 억지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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