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나인〉, 〈SNL 코리아〉, JTBC 〈썰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N 〈나인〉, 〈SNL 코리아〉, JTBC 〈썰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N 〈나인〉, 〈SNL 코리아〉, JTBC 〈썰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숫자에 불과한 건 나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청률은 더 이상 프로그램들의 우열을 예전처럼 명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 단가를 결정하는 시청률이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시청률 집계 방식의 변화가 더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케이블?종편 등 채널의 다양화는 지상파 채널의 영향력 약화를 불러왔다.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젊은 층의 ‘탈TV’ 현상을 유발했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청률과 영향력의 상관관계는 더욱 헐거워졌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나인> 얘기부터 하고, 그 주 의 호스트가 일요일 아침마다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오르지만,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 아래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믿지마!시청률]‘시청률이 숫자에 불과하다?’ 케이블의 반란
" />JTBC <썰전>

JTBC <썰전> / 목요일 밤 11시 방송 / 시청률=1.7%
고전을 면치 못하던 종편채널에 희망을 던져준 예능프로그램. ‘하드코어 뉴스 깨기’와 ‘예능심판자들’ 두 코너로, 한 주간의 시사와 예능에 대해 ‘썰’을 푼다. 그간 시도는 많았지만 성공 사례가 없었던 ‘시사예능’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의 조합은 딱딱한 토론 프로그램 대신 재미와 정보를 겸비한 방송을 만들어냈다. 지상파 방송을 중단했던 김구라는 <썰전>을 통해 복귀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구라와 함께 두 코너에 모두 출연하는 강용석 역시 ‘아나운서 발언’과 ‘무한 고소’로 추락했던 이미지를 털어내고 ‘똑똑하면서도 호감이 가는 방송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3.5%), KBS2 <해피 투게더>(8%)에 비해 시청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핫한 예능을 꼽을 때 빠져서는 안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썰전>이다.

tvN 〈SNL 코리아〉 방송화면
tvN 〈SNL 코리아〉 방송화면
tvN 〈SNL 코리아〉 방송화면

tvN / 토요일 밤 11시 방송 / 시청률=2.8%
조금 과장하자면, 는 2013년 한국 사회의 트렌드가 총집합되어있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달라지는 호스트가 신동엽, 김슬기, 안영미, 박재범 등 고정 크루와 함께 콩트를 꾸민다. 한국 방송계에서 금기시되던 성(性)적 코드를 개그에 적극 활용해 ‘19금 열풍’을 주도했고, ‘여의도 텔레토비’로 과감하게 정치권을 풍자했다. 정치인이 콩트 속에서 묘사되는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쓴다는 건 그만큼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증거. 개국공신 장진 감독이 떠난 후 풍자가 옅어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응교’, ‘그 겨울 바람이 분단다’ 등 재기발랄한 패러디로 여전히 매주 방송이 끝날 때마다 이슈를 만들고 있다. 동시간대 MBC에서는 전통의 <세바퀴>(11%)가 방영되고, KBS에서는 <인간의 조건>(8.4%)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 등의 반응을 보면 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믿지마!시청률]‘시청률이 숫자에 불과하다?’ 케이블의 반란
방송화면" />tvN <나인> 방송화면

tvN <나인> / 월요일, 화요일 밤 11시 방송 / 시청률=1.9%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인>이다. <나인>은 케이블 드라마라는 핸디캡 때문에, 방송 초기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무시무시한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늦게 <나인>을 ‘정주행’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종영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난 요즘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나인>을 보는 사람들이 꽤 보일 정도다.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9개의 향 이야기는, 쏟아진 양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던 타임슬립 드라마의 ‘완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진욱은 거의 혼자서 극을 이끌다시피 하며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조윤희 역시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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