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봤어?]〈금나와라 뚝딱〉, 사랑이면 모든 것이 뚝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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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2013년 6월 22~23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현수(연정훈)는 몽희(한지혜)와 성은(이수경)의 과거 관계를 모두 눈치 채고, 이를 빌미로 성은에게 몽희를 디자인실에 받아 줄 것을 제안한다. 강경하게 버티던 몽희도 결국 현수의 설득에 디자인실로 첫 출근을 한다. 미나(한보름)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안의 숨겨진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덕희(이혜숙)는 몽현(백진희)에게 현태(박서준)의 곁을 떠나라고 하고, 이를 안 현태는 덕희에게 화를 낸다. 현준(이태성)은 성은(이수경)의 석연치 않은 행동들에 본격적인 의심을 시작한다.



리뷰

<금 나와라 뚝딱!>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바로 ‘돈(자본)’과 ‘계급’이다. 형식적인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자본으로 나뉘어진 계급은 더욱 단단하게 자리잡은 이 시대에 <금 나와라 뚝딱!>은 그 돈으로 가름된 계급을 뛰어넘어보려 까치발을 딛는 사람들과, 그 위에서 계급을 지키고 보존시키려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계급들 사이에서 고통 받으면서도 결국은 주류로 편입하려 발버둥을 치는 캐릭터들과 계급 안에서도 핍박 받는 아웃사이더로 자신의 삶을 근근히 유지해나가는 캐릭터들은 비교적 생동감 있게 드라마 안에서 살아 숨쉬었다. 심덕(최명길)이 자식들을 통해 성취하려는 세속적 욕망은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비난할 수는 없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품고 있는 그것이었고, 자신의 계급적 성취를 끝까지 지키고 확정시켜 나가려는 순상(한진희)과 덕희(이혜숙), 현준(이태성)과 성은(이수경)의 욕망 또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들의 욕망이 어그러진 방식으로 터지는 순간, 극은 충분히 생기를 얻을 수 있을 듯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금 나와라 뚝딱!>은 계급과 자본으로 가늠된 이 사회에서 발버둥치는 캐릭터들의 솔직한 욕망 대신, 그 모든 욕망을 ‘사랑’이라는 단 한가지의 가치로 전복하려는 시도를 하며 극 자체의 메시지를 흔들고 있다. <금 나와라 뚝딱!>의 세계에서 ‘결혼’이나 ‘사랑’은 계급을 유지하려는, 혹은 뛰어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계약’ 관계였다. 즉, 이들에게는 사회적 계약과 그를 통한 부의 보존이 가장 우선하는 것이다. 때문에 몽현(백진희)은 심덕의 욕망에 의해 현태(박서준)와의 결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선택 후에도 남편의 외도나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등으로 고통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계급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계약 관계였기에 쉽게 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정략에 의한 결혼을 했던 유나(한지혜)와 현수(연정훈) 역시 결혼 생활 내내 계약 관계 속에서 고통 받았다. 유일하게 그 계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듯 보였던 현준과 성은 조차 보석회사 사주의 아들과 보석 디자이너라는 정략적 관계가 깔려 있는 듯 보였다. 순상과 덕희 조차,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금 나와라 뚝딱!>은 갑자기 이 모든 계급적 관계를 단번에 ‘사랑’으로 치환하며 극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 몽현과 현태 사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미나(한보름)는 현실적으로 현태 보다 더 높은 자본적 계급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첩의 딸’ 혹은 ‘사랑’이라는 명분을 들며 이야기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유일하게 계급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계급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고자 ‘사랑’이라는 명분을 세웠던 현태는 결국 ‘미나’의 존재가 더 큰 계급을 취득하고 있음으로써 그 명분이 흐려진 것이다. 몽현 또한 스스로 계약을 위해 택한 결혼에서 ‘사랑’이라는 명분까지 요구하며 캐릭터가 흔들리고 있다. 몽희(한지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현수 또한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유나를 택했던 상황에서, 섣부르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캐릭터를 흔들고 있다. 결국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임을 부인할 수 없었던 현준과 성은의 관계까지도, 결국 성은이 현준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명분을 대며 초반 캐릭터의 여운을 흐리게 하고 있다.

물론 <금 나와라 뚝딱!>은 결국 자본으로 재편된 계급 속에서도 각자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구성된 세계의 룰을 너무나도 가볍게 뒤흔들어 버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방식이다. 드라마에 비밀이 늘어난 만큼 흔들리는 중심은 결국 ‘갖고 있는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그리고 이 사이를 뛰어 넘으려는 어떠한 ‘선’을 통해 맞춰야 한다. 비밀 자체에 매몰이 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몽희도, 유나도, 갑작스럽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전을 이뤄버린 현준과 성은, 현태와 몽현도 그 어떤 납득할 만한 결말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드라마는 계급과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깨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처럼 계약을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히 치환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왔던 것들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야 볼 수 있는 인물의 본질을 만나면서 계약을 깨고 변해가야 하는 것이다. 계약이 결국 사랑으로 치환되어 모든 것을 아울러버린다면, 이 드라마의 현재 갈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캐릭터들의 모습처럼 결국은 계약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이 기나긴 50부작의 이야기가 필요하지도 않은 셈이다.

이제 반환점을 돈 지금, 맨 처음 이 드라마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재점검이 필요한 때다. 결국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이들의 사랑이자 행복이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가는 과정에서 그저 ‘당연하게’ 모두가 ‘계약’과 동시에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 드라마가 구축해 놓은 세계의 룰은 제목처럼 그저 ‘뚝딱!’하고 변해 버릴 수도 있는 허술한 것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첩에도 급이 있다’… 아, 그래요?

- ‘너 같은 맹물이 낄 자리가 아니야’ 몽현이 정도의 ‘깡’이 맹물이라면, 일반인들은 그냥 맹물도 못되는 공기인가요;;

- 우리 현준이는 어쩌다 분량이… 분량이…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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