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주의보〉가 공주보다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
포스터"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포스터

SBS의 기세가 심상찮다. 한동안 드라마 침체기를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SBS가 수목극과 일일극에서 우위를 점하며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특히 ‘못난이’가 ‘공주’보다 조금씩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SBS 일일극 <못난이 주의보> 제작발표회 당시만 하더라도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와의 경쟁에서 난전이 예상됐다. 후자가 막장 코드로 흥행보증 작가로 입지를 굳힌 임성한의 작품이기에 더 그랬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 밖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한 <못난이 주의보> 17회는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데 이어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막장코드에 매몰된 공주가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도 크지만, <못난이 주의보>가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그만큼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을 터. 13일 오후 경기도 일산 SBS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못난이가 공주보다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첫 번째 이유 // 힐링을 주는 착한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가 공주보다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
방송화면 캡처" /><못난이 주의보> 방송화면 캡처

<못난이 주의보>는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다. 막장과 신파로 점철된 일일드라마의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감동을 전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우여곡절 끝에 가장이 된 한 남자의 대가없는 희생이 낳은 가족애의 감동은 막장드라마에 지친 대중의 가슴에 신선한 물결로 가 닿고 있다.

Q. 착한 드라마는 평이 주를 이룬다. 촬영 시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가.
신윤섭 PD: 일일드라마의 구태에서 벗어나 가족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로 인해 한 방울의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도록 하는 감동을 전하자고 했는데, 시청자들께서 생각보다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999년부터 연출을 시작해 어느덧 14년차를 맞았다. 근데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친구들은 만나지 못했었다. 이들이 지닌 깨끗한 마음이 드라마를 통해 잘 표현된 것 같다.

Q.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나.
최태준: 세상 살기가 힘들다보니 요즘 지치고 상처받은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힐링을 제공해 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대본을 받으면서 우리 스스로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주인공 준수(임주환)와 못난이들의 따뜻함과 순수함이 그 원동력인 것 같다.
임주환: 요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잘 돼가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했다. 어느 분은 회사원인데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가정에 충실하게 됐다면서 메일도 보내오셨다. 그럴 때마다 무척 보람을 느낀다.

두 번째 이유 // 일일드라마야, 미니시리즈야?

〈못난이 주의보〉가 공주보다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
방송화면 캡처" /><못난이 주의보> 방송화면 캡처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신윤섭 PD는 “미니시리즈 같은 일일드라마를 찍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출에 집중한 만큼 촬영장 분위기는 급박했지만 그럴수록 배우와 제작진의 호흡은 밀도를 더했다는 후문. 일일드라마답지 않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면 구성은 극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재미를 선사한다.

Q. 확실히 보통의 일일드라마와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임주환: 방송시간에 비해 촬영분량이 많다. 굉장히 속도감 있게 찍고 있는데도 배우와 제작진들의 열정과 좋은 연출이 합쳐져 촬영현장이 물 흐르듯 잘 돌아가고 있다.

Q. 6개월가량의 긴 호흡이라 어려움도 있을 텐데.
임주환: 개인적으로 체력적인 부분보다는 그 외적인 것들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하루에 25~30개의 신을 소화하면서 넘치는 대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아,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하도 뛰어다니는 신이 많아서인지 게시판에 “작가는 준수에게 자전거를 지급하라”는 글도 올라왔다(웃음).

세 번째 이유 // 젊은 배우들의 찰진 호흡

〈못난이 주의보〉가 공주보다 잘나가는 세 가지 이유
기자간담회 최태준, 강소라, 임주환(왼쪽부터)" /><못난이 주의보> 기자간담회 최태준, 강소라, 임주환(왼쪽부터)


<못난이 주의보>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연배우들이 모두 젊다는 것이었다. 회차로는 120화, 시간으로는 6개월 정도의 비교적 긴 호흡을 끌고 나가야 하기에 ‘신인 배우들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 될수록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며 배우들은 점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Q. 점차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강소라: 임주환이 특히 그렇다. 점점 준수에 빙의돼 가는 게 보인다(웃음). 개그도 재미없어지고 감도 떨어졌다(웃음).

Q. 6개월 동안 감정선을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겠다.
임주환: 현재 준수는 거의 매일 감정을 터뜨리고 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계속 해서 울컥하는 식이다(웃음). 계속해서 이렇게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남은 100회는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걱정이지만, 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Q. 20회까지 촬영해오면서 서로의 장단점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됐을 듯한데.
최태준: 임주환은 감정 연기가 정말 좋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집중이 안 될 때 확 감정이 잡힌다. 강소라는 집중력이 좋다. 컷 소리와 함께 강소라와 극 중 인물 도희를 자유롭게 오간다. 강소라를 보면서 각성할 때가 많다.
임주환: 최태준은 자신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배우다.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감정을 딱 잡고 있고, 그걸 그대로 표현해 낸다. 강별의 연기도 배울 점이 많다. 함께 연기하면서 나의 리액션을 이끌어내는 좋은 연기를 하는 친구라고 느꼈다. 젊은 친구들의 순수함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소라: 최태준은 정말 자기감정에 확신이 있다.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도 있다. 임주환은 배역에 색깔을 입히는 능력이 있다. 가끔 준수의 행동이 지나치게 착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그리고 난 촬영이 끝나면 다시 강소라로 돌아오는데 임주환은 계속 준수로 남아 있다(웃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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