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병’ 손진영, '구멍병사'의 소탈한 병영일기
손진영 이병" /><진짜 사나이> 손진영 이병

손진영, MBC가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 출신 중 독보적으로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이다. 데뷔 전 연극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으며, 가난한 형편에 지원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다만 기도로 아들의 인생을 응원해주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한 때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동생의 끈질긴 권유 탓에 <위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렇게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승부수를 던졌던 <위탄>으로 주목받았지만, 또 다른 좌절은 있었다. 백청강이나 이태권 등 다른 <위탄> 동료들에 비해 자신을 찾아주는 이가 없었던 현실 속에 초라해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지금, 2편의 드라마를 거쳐 예능계의 다크호스가 된 손진영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 자신도 마음껏 꿔보지 못한 꿈 속에 있다는 그는 ‘죽어가던 영혼, 썩어가던 육체’를 거둬준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제작진에게 거듭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자신을 이야기하고 <위탄> 동료들을 추억하고 또 MBC와의 여러 인연을 곱씹을 때 사뭇 비장하기까지한 그의 표정은 술 자리에서 고생담을 털어놓는 동네 오빠, 동생처럼 친숙해보였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웃음을 머금은 장난기로 진지하게 무르익는 분위기에 기분 좋은 찬물을 끼얹는다. 도저히 손 쓸 길 없는 구멍병사이지만 왠지 모를 사랑스러움을 지닌 ‘진짜 사나이’ 속 손진영 이병은 딱 손진영 본연의 모습이었다.

Q. MBC 공채 느낌마저 난다. <위탄>이 발굴했고, <빛과 그림자>와 <7급 공무원> 등 MBC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이제는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일밤>마저 점령하지 않았나. 그 사이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트로 활동한 것 까지 포함하면 공채 못지 않다.
손진영 : MBC가 거둬준 것이나 다름없다. 죽어가는 영혼, 썩어가던 육체를 말이다. 자신감 결여가 아니라, 실은 (연예계에) 워낙 잘 하시는 분도, 멋있는 분도 많아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반짝 주목받은 <위탄> 출신이다 보니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지금은 그저 맡겨진 것에 열심히 하려고 할 뿐이다.

Q. ‘진짜 사나이’ 제작진과 미팅에서 어떤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나.
손진영 : 김민종 PD님은 나를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프로그램 자체도 모 아니면 도 였다는 것이 또 제작진의 생각이었고. 고정 예능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백지 상태의 신인이기에 내게 어떤 기대가 크진 않았을 것이다. 내 경우에도 무조건 올인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스스로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그 때 PD님이 ‘그저 진영 씨가 여태까지 못 보여준 솔직함을 보여 달라. 우리는 아무 것도 터치하지 않겠다. 마음대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강요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 말이 위안이 됐다. 사실 노련하지 못한 나는, 표정에 내 감정이 솔직하게 다 드러나는 편이다.

Q. 첫 예능 고정이라는 것은 굉장한 기회이기도 했지만, 막상 군대를 다시 갈 생각을 하면 아찔했을 텐데, 언제 가장 후회가 됐나.
손진영 : 가기 전날이다(웃음). 군대란 공간은 트라우마가 많은 곳이다. 군 생활을 경험 했기에 거기에서 오는 희로애락을 다 아는 상황이라 가기 전날은 정말 마음이 심란하더라. 하지만 함께 군대로 갈 형들을 생각하니 걱정들이 한 순간 사라졌다. 김수로 형은 평소 존경하던 배우였고, 서경석 형도 좋아하던 개그맨이었다. 류수영 형은 어떤가. <썸머타임>을 참 재미있게 보았다(웃음). 아무튼 내게는 모두 굉장한 존재들이었는데 그들과 함께 하게 되다니. 그 생각만으로 다시 나를 다잡을 수 있었다.

[INTERVIEW] ‘이병’ 손진영, &#039;구멍병사&#039;의 소탈한 병영일기
손진영 이병" /><진짜 사나이> 손진영 이병

Q. 샘 해밍턴은 군대 가기 전 손진영이 ‘걱정마라. 내가 다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막상 군대로 가보니 자기보다 더 한 구멍병사였다며 한탄하더라.
손진영 : 괜한 허세를 부렸던 것 같다(웃음). 그 형은 정말 머리가 좋다. 괜히 고려대가 아니다. 한국어를 한국인보다 잘 구사하지 않나. 당시에는 내가 형을 너무 과소평가 했다.

Q. ‘진짜 사나이’ 촬영장은 어떤가. 정말 카메라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던데.
손진영 : 카메라는 처음부터 의식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 개인은 사회 초년생처럼 모르는 것을 배워간다는 자세로 솔직하게 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의기소침해 있지 말자. 자연스럽게 자유를 만끽하자, 이런 생각으로 임했다. 그러다보니 카메라 스태프들도 다 군인 같다. 편집된 부분들도 많은데 다 방송이 된다면 100% 리얼 군인 스토리다.

Q. 일각에서는 군대의 훈훈한 모습만이 부각된다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손진영 : 군대라는 공간이 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또 내가 군대에 있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긴 하더라. 서로 많이 배려해준다. 그건 비단 연예인인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실제 그 곳에 있는 다른 병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연히 상상초월의 무궁무진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일단 몸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10시까지 깨어있는데, 그 사이에 열 받고 짜증나다가도 행복하고 다시 짜증이 솟구치는 등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이 생긴다. 순간순간마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성격인데 그때마다 챙겨주는 것은 형님들이다. ‘표정 왜 그래. 안 좋은 일 있어? 힘들어? 내가 책임져줄게’라며 다독여주고 마음을 만져준다. 서로의 마음을 읽는 존재들이 큰 힘이 된다.

Q. 카메라 사각지대는 정말 없나.
손진영 : 없다. 용변 보러 갈 때 말고는(웃음). 아, 흡연하는 공간도 사각지대이긴 하다.

Q. 한 달의 3주를 일반인으로 지내다 한 주를 군인으로 지내는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겠다.
손진영 : 차라리 지금처럼 나와 있는 시간을 휴가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그래야 다시 군대에 들어가도 적응이 금방 되고. 그러니 밖에서 형들을 만나면 휴가 나온 동기들을 만난 느낌이다.

Q. 구멍 병사를 탈출해야겠다는 야망은 없나. 실은, 정말 없어보여서 질문하는 거다(웃음).
손진영 : 나도 몰랐던 내 성격인데, 나는 야망이 없다(웃음). 그렇지만 모니터 하면서 느낀 게 있는 터라 내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워낙에 호불호가 강하고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Q. 공감한다. 응급처치요원 근무는 혼을 불어넣고 하더라.
손진영 : 정말 소중하고 위대한 업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은 예비군 훈련을 가도 체험하는 업무인데, 다들 장난스럽게 하곤한다. 그 업무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경석 형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순간 눈물이 왈칵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응급처치라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Q. 눈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트위터에 쓴 글들을 봐도 꽤 감성적인 성격같다.
손진영 : 나는 나를 잘 모른다. 그런 말들을 듣고 ‘나도 그런 부분이 있구나’라고 깨달아가는 것 같다. 감성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은 정말 많다. ‘진짜 사나이’하면서도 매회 울먹울먹 한다. 형들이 땅을 기어 다니는 등, 힘들어하면 특히 그렇다. 아, 그리고 경석이 형과 큰 돌을 뺄 때도 울 뻔 했다. 내 자신이 돌 하나에 미치지 못하는 존재구나 하며 서글퍼졌다.

[INTERVIEW] ‘이병’ 손진영, &#039;구멍병사&#039;의 소탈한 병영일기
손진영 이병" /><진짜 사나이> 손진영 이병

Q. 심지어 당시 상관이 그 돌을 다시 파묻으라고 지시했다.
손진영 : 그 때는 오열하려 했다(웃음).

Q. 박형식(제국의 아이돌 멤버) 이병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같은 구멍병사인데 뭔가 반응이 달랐다. 기분이 묘했을 것 같다.
손진영 : 슬펐다. 역시 비주얼은 중요하구나 깨달았달까(웃음). 그렇지만 형식이는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잘 생겼고 또 착하다. 그리고 사실 군대라는 공간에는 구멍이 더 많다. 그 구멍들이 고참들의 손에서 A급으로 변해가는 곳이 바로 군대다.

Q. 갈비뼈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군인들이 병문안을 다녀가기도 했다.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나보다.
손진영 :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아직은 내가 신인이라 힘도 없고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좋은 형이 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인연이다.

Q. 다른 <위탄> 출신들과는 연락하고 지내나. 과거 인터뷰에서는 백청강, 이태권에 비해 자신을 찾아주지 않아 좌절했던 시간도 있었다고 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겠다.
손진영 : 그 때는 <위탄> 끝난 직후였는데 그 친구들이 많이 위로해줬다. 아무리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나를 챙겨줬던 이들이다. 그때 받았던 위로를 지금 내가 갚아야하지 않겠나. 실은 마음이 아프다. 왜 <위탄>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를까라는 생각에…

Q. 그래도 <위탄> 출신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손진영 : 절대적으로 주변의 도움 탓이다. 어머니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기도, 또 김태원 선생님과 동생들 등 주변 모든 분들의 마음이 다 합쳐져 오늘이 왔다. 또 1,400여명의 내 팬들(웃음). 부모님 세대들이 많은데 그 분들을 보면서 나도 위로받고 또 그분들도 나를 통해 위로받는다. 그 모든 분들이 지금의 이 순간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입버릇처럼 내게 문자 투표 해주신 분들을 모두 모아 감사하다고 말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연예계 생활의 주요한 목표다.

Q. 목표를 꼭 이루기 바란다. 끝으로 ‘진짜 사나이’ 멤버들을 한줄평 해달라. 트위터에 쓴 글처럼 오글거리게(웃음).
손진영 : 흠…김수로 형은 나를 살아았게 만들어준 형. 수영 형은 사랑표현 방법을 알려준 형, 경석 형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준 형이다. 샘 형은 동생 같은, 그러나 형 같은 형. 또 장혁 형은 힘든 순간에도 사람을 버리지 않는 형. 형식이는 얼굴만 봐도 힐링이 되는 아우. 그리고 미르! 미르는 제일로 그리운 동생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부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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