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가의 서][프리토크] 왜 여자들은 이종과 사랑에 빠지는가
방송화면 스틸" /><구가의서> 방송화면 스틸

이종과의 사랑, 생각보다 그 역사는 유구하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질리도록 보았던 디즈니의 만화 <미녀와 야수>도, 또 잊을만하면 나오는 뱀파이어 시리즈도, 가까이는 지난 해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늑대소년>도 모두 이종과 사랑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현재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 속 신수로 불리는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가 여심을 간질이고 있다. 언제부터 여자들이 현실(?) 속 재벌남과 실장님들까지 제쳐두고 이종과의 어렵고도 고단한 사랑의 행군에 목을 매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찾아, 텐아시아의 싱글 여기자 5명이 허심탄회한 토크를 시작했다. 무슨 죄를 진 것인지, 싱글녀의 토크에 단 한 명의 남기자(만 26세)가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는데,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허공에 대고 외치다 사라졌다. 그래도 그는 “이종보다는 인간 여자가 더 좋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에서 새삼 알 수 있듯, 실제로도 대다수 영화나 소설에서 인간 남자들보다는 인간 여자들이 이종과의 로맨스 속 주인공이 된다. 대체 왜 여자들은 이종에 빠지고 만 것일까?

10. 이종과의 사랑, 이래서 특별하다!

장서윤 : 이종과의 로맨스라고 하니 SBS 개국특집 외화시리즈 <미녀와 야수>가 문득 생각나더군. 당시에 굉장히 핫한 외화였어.

정시우 : 맞아요. 선배. 저도 본 기억이 나는데, 질질 짜게 만들지 않고 담백한 러브 스토리였어요. 그러고 보면 이종과의 로맨스의 역사는 참 오래 전부터 시작됐죠? 뱀파이어만 해도.

김광국 : 영문과 시간에 배우는데, 뱀파이어는 1600년대부터 나오죠.

박수정 : 헉?!

배선영 : 뭐, 잠깐만 생각해봐도 <가위손>부터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늑대소년, 그리고 한국에서도 작년에 송중기 <늑대소년>이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죠. 심지어는 이제 좀비랑도 사랑(<웜바디스>)에 빠져요. 대체 이종과의 사랑은 뭐가 더 특별하길래 이러는 걸까요?

박수정 : 아무래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점이 큰 듯해요. 그것 자체가 곧 판타지가 되기 때문에 흥미가 가는거죠. 그리고 사실 저는 그런 이종 캐릭터에 큰 흥미가 있다기보다는 (쑥스러워하며) 송중기가 늑대라서 좋아했던 것이 커요. 다른 늑대였다면 싫었을지도 몰라요.

정시우 : 그리고 이종이라는 형태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요. <가위손>의 조니뎁만 해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캐릭터니 나서서 지켜줘야 할 것 같잖아요. 이종과의 로맨스에서 늘 타인에게 배척당하는 캐릭터를 지켜주는 것은 그러고보니 여자네요.

박수정 : 그렇지만 처음에는 여자가 지켜주다가도 결국은 이종 남자가 여자를 지키게 되죠. 잘 키워서 나를 지켜주는 남자로 만드는 재미가 있달까(웃음).

장서윤 : 모성본능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게, 이종캐릭터들은 다들 사연이 있어. 일반 인간과는 다른 그들만의 사연이 벗겨지면서 여자 주인공의 모성본능을 자극하고, 또 비주얼적으로는 인간과 다른 매력이 있는 캐릭터지.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은 날렵하면서 창백하다거나, 이미지적으로 더 매력적인 부분들이 존재하지.

정시우 : 그런 점 덕분에 여자 관객들은 마음껏 상상을 해보면서 볼 수 있게 되고. 뭐, 장르 자체가 판타지니까.

박수정 : 아주 식상하지만, 보통 남자가 여자를 꼬드길 때 깡패들을 동원해서 구해주면서 여자를 낚아채는 설정이 있잖아요. 이런 설정들의 가장 과장된 형태가 또 이종과의 판타지 멜로 아닐까요? 존재만으로도 압도해버린다니. 이종이라는 이유로 어떤 과한 설정도 다 용납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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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테일러 로트너(왼쪽)와 로버트 패틴슨" /><트와일라잇> 시리즈 테일러 로트너(왼쪽)와 로버트 패틴슨

10. 여자들이 빠진 이종이란, 결국 여성 판타지가 집약된 형태

배선영 : 그런데 또 그런 막강한 능력을 가진 이종들이 순정까지 가졌다는 거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일편단심. 그러니 여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심지어 <늑대소년> 송중기는 일편단심 민들레에 몇 십년 뒤에 찾아갔는데 늙지도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미녀와 야수>와 같이 과거에는 판타지 멜로 속의 이종들이 비주얼 적으로 더 야수 같아 보이려는 면도 있었는데 이제는 <구가의 서> 이승기도 눈만 녹색으로 변하는 등, 꽃미남스러운 설정은 가져가요.

정시우 : 심지어 더 예쁘게 변하죠.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의 눈빛이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면 청순하기까지 하니까.

배선영 : 그런데 광국이도 한 마디 하지 그래.

김광국 : … 듣고 있기가 참 힘드네요(웃음). 뭐, 일단 이종 캐릭터들은 기존 인간 남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들, 또 여성들이 꿈꾸는 모든 것들이 집약된 형태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것들을 여주인공이 ‘자기만’ 발견한다는 것도 중요한 코드죠. (소심하게…)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래요.

장서윤 : 그건 중요한 포인트였어. 여주인공만이 발견하는 이종의 매력이 둘 만의 비밀이 돼서 로맨스가 시작되는 거지.

배선영 : 나만의 것이 되는 거죠. 우리의 이종들은 여주인공 앞에서만 온순해져요. <구가의 서>의 최강치도 팔찌를 빼면 신수로 변하는데, 여울(수지) 앞에서는 인간으로 남아있다던가.

김광국 : (용기를 내어) 여자들은 애완동물 같은 남자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해요. 돈 벌어오는 애완동물?

정시우 : 오 절대 아니야! 돈 벌어오는 애완동물이라니, 여자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고. 그저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나한테만 특별한 존재를 원하는 거지. 모두에게 귀여운 펫보다는 다른 이들에게는 사납고 특별하지만 나에게만 특별한 존재라는 점에 여자들이 끌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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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늑대소년> 스틸

10. 왜 여자만? 남자들에게 이종이란?

배선영 : 참, 그러고 보면 유독 이종 남자와 인간 여자와의 로맨스가 많아요. 남자들이 이종과 사랑에 빠진 케이스는 없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미호 정도?

박수정 : 전 세계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코드가 있어서 그런 듯도 해요. 사실 캣우먼 같은 류도 있긴 한데, 남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하는 듯해요. 남자들은 능력 있는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배선영 : 구미호나 캣우먼 류의 여자 이종 캐릭터들은 남자 이종에 비해서 부정적으로 그려진다는 점도 독특해요. 반면, 남자 이종은 인간에게 없는 순수함을 갖춘 캐릭터로 매력이 극대화되잖아. 광국은 어때? 여자 이종, 끌리지 않아?

김광국 : 저는 인간 여자가 더 좋아요. 그리고 여자들은 너무 원하는 게 많아요. 그런 건 절대 현실에서 구현될 수가 없어. 아마 여자들이 원하는 게 많다보니 인간이 이루지 못하고 이종이 이루게 된 것 아닐까요? 환상을 구현시켜주는 인물인 동시에 도피처가 되는 거죠.

장서윤 : <나인>의 송재정 작가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인데, 순수한 사랑은 결국은 불가능하다는 거야. 여자들 역시 사람을 만날 때 외모, 재력, 성격 같이 종합적인 것을 다 보는데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것은 모순된 심리라는 거지. 공감이 됐어. 여자들 역시도 순수하기만한 사랑에 뛰어들고 싶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찾고 있잖아. 그래서 송재정 작가는 드라마나 영화가 순수한 사랑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라더군.

김광국 : 사회적으로 남자들의 지위가 떨어지고 여성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과거에는 남자들을 대변할 수 있었던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들이 더 이상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게 돼버린 시대에 ‘이종’은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남성상을 만든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드네요. 이종과의 로맨스에 늘 등장하는 길들이기 코드 역시도 남성보다 여성이 우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 같기도 하고요.

배선영 : 또 이종과의 로맨스를 쟁취한 여성들은 다 특별한 점이 있었어. <미녀와 야수>의 벨은 그 시대와 어울리지 않게 책을 좋아하는 여성이었고,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늑대소년> 박보영도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여학생, 또 <구가의 서> 여울이도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상과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는 인물이잖아. 이것 역시도 여자들의 판타지를 이입한 것이라고 봐. ‘나는 특별해’라는. 자, 그럼 토크는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종 남자’를 꼽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종!구가의 서][프리토크] 왜 여자들은 이종과 사랑에 빠지는가
스틸" /><가위손> 스틸

10.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종 캐릭터는?!

박수정 : 저는 송중기! 잘 생겼으니까요. 박보영 말도 잘 듣고!

배선영 : 늑대소년이 아니라 그냥 송중기를 좋아한다는 거지?

정시우 : <가위손>의 조니뎁!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눈을 계속 만들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불안전한 인간이라서 매력적이었던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가장 사귀고 싶지 않은 캐릭터이긴 하네요. 요즘 이종들은 생활도 같이 할 수 있는데, <가위손>은 사랑하는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죠. 하긴 그런 아슬아슬함이 더 재미있기도 했고.

배선영 : 가질 수 없기에 더 갖고 싶은 그런 건가요?(웃음)

장서윤 : 나는 이종보다는 내적인 욕망이 강한…(한참 고민하다) 아니다. 나도 그냥 조니뎁.

김광국 : (모두의 기대에 찬 눈빛을 부담스러워하며) 저…저는 <슈렉>의 피오나? 보통 여자들이 자기 것을 포기하지 못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데, 자신의 미모를 포함 모든 것을 버리고 슈렉의 손을 잡잖아요.

일동 : 역시 남자는 저래. 다 버리고 자기를 따라 오래. 아니, 왜 다 버려야 돼?

김광국 : 아, 오늘 정말 힘이 드네요.

배선영 : 마지막이 저인가요? 저는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 다른 이종들은 자기가 인간이 되는데, <트와일라잇>의 경우는 여주인공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잖아요. 결국 부에 영원한 생명까지 주는 이종남자니까. 이거 기사 나가면 욕 많이 먹겠네요(웃음).

정리.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BC 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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