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는 유독 별명이 많은 록 밴드다. ‘탈진 록큰롤’, ‘록큰롤 불한당’, ‘지옥의 급행열차’, ‘록 왕’, ‘스페이스 개러지 록밴드’ 등등. ‘은하수 특급’이란 이름처럼 거침없이 질주하는 매력적이고 파워풀한 음악은 기본이고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는 한마디로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지한 음악 태도와 유쾌하고 순수한 성품까지 이들은 결점을 찾아내기 힘든 국내 최고의 파워 밴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K-ROCK의 존재감을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로 제대로 큰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영국 투어까지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록의 본고장 팬들에게 K-POP은 아이돌과 싸이가 전부가 아님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지난해 뉴욕타임즈에 의해 북미 최대 음악 쇼케이스 페스티발 ‘2012 SXSW’ 하이라이트 10개 팀에 선정되었던 이들은 3년 연속으로 초청을 받았다. 이후 4월 11일까지 미 중서부 14개주 전역 25여 개 도시 투어를 진행한 이들은 휴식도 없이 5월에 20개국 약 360여 명의 뮤지션들과 5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참가한 영국 ‘리버풀 사운드 시티 2013 페스티벌’ 무대에 참여해 폭발적인 무대로 연장 공연을 이끌어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최근 갤럭시 익스프레스 멤버들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났다. 자연스럽게 해외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화제로 삼았다. “4팀이 영국에 갔는데 우리끼리 신이나 모두 무대에 올라가 잼을 하고 놀았던 마지막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발 야외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음식을 뷔페로 준비해 완전 잔치 집 분위기였는데 음악이고 뭐고 낮 1시 공연인데도 영국 사람들도 달아올라 난리가 났었습니다. 미치광이 한국밴드들이 와서 너무 즐겁다고 하더군요.(박종현)” “성당을 개조해서 만든 에어 스튜디오에서 한 팀당 3시간씩 녹음을 했어요. 천정이 엄청 높고 마이크가 달려있는 게 신기했습니다.(김희권)” “미국 투어는 욕심이 과해 스쳐가는 바람처럼 맛보기 공연만 하고 온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엔 뉴욕이나 LA의 음악 신에 푹 몸을 담구고 그 쪽 음악을 경험할 생각입니다.(이주현)”

영국투어 중 갤럭시 익스프레스.  (사진제공. ‘딩손’(위), ‘HOSPITAL PHOTOGRAPH’(아래) )
영국투어 중 갤럭시 익스프레스. (사진제공. ‘딩손’(위), ‘HOSPITAL PHOTOGRAPH’(아래) )
영국투어 중 갤럭시 익스프레스. (사진제공. ‘딩손’(위), ‘HOSPITAL PHOTOGRAPH’(아래) )

해외공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을까? 이들은 귀국하자마자 안방 시청자들을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금기’를 주제로 대결이 펼쳐진 케이블 방송 엠넷의 밴드 서바이벌 ‘MUST 밴드의 시대’에 출연한 이들은 신중현사단의 전설적 여성보컬리스트 김정미의 대표곡 ‘바람’을 부르면서 해외 록 밴드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타를 부수고 관객석으로 뛰어드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객석과 안방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기타를 부셔버리는’ 장면이 국내 TV방송 사상 최초의 퍼포먼스로 기록될 모멘트라는 점이다. 사실 팝 음악에 대한 열등감이 극에 달했던 60-70년대에 국내 대중은 지미 헨드릭스, 딥 퍼플과 레인보우의 리치 블랙 모어, 더 후의 피트 타운센트 같은 세계적 기타리스트들이 공연 때 기타를 부셔버리는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지 못했었다.

최근에는 아마츄어증폭기의 ‘한받’, 스트레칭 저니, 아폴로18의 베이스 김대인 등 많은 인디밴드들도 클럽공연에서 즉흥적으로 기타를 부스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연출한다. 하지만 지상파를 포함해 안방 브라운관에서 그 같은 장면을 방영한 사례는 내 기억으론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처음이다. 한국 록 음악사에 기록될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인 리드보컬 박종현은 “방송에선 처음인데 2009년 지산 록 페스티발 공연에서 마지막 곡 ‘바이바이 플레닛’ 부를 때 기타를 깬 적이 있습니다. 에피폰 레스폴 기타로 기억하는데 얼마나 단단하던지 아무리 내리쳐도 깨지지 않아 결국 거꾸로 들고 깼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방송에서는 ‘인디’ 기타에서 예전에 협찬했던 기타입니다. 방송 전에 엠넷에 제 의도를 알렸는데 의외로 적극적으로 수용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과거 60-70년대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젊은 층에 생성된 히피즘과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가 있었기에 외국 기타리스트들의 행위는 저항적 의미로 수용되었지만 2013년 현재 방송에서 행한 퍼포먼스는 무슨 의미로 시도한 것인지 궁금했다. “방송 미션곡이 금기에 대한 모든 것이었어요. 솔직히 저희들은 TV의 대결 구도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일단 나가게 되었으니 한 번 팍 부시는 것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금지라는 족쇄로부터 억압당했던 70년대 한국 록 밴드들의 선배 록커을 대신해 한풀이를 했다고 봐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희에게 지대한 음악적 영감을 제공한 커트 코베인과 지미 헨드릭스에 대한 존경심도 깔려 있습니다.”

이주현(베이스, 보컬), 박종현(기타, 리드보컬), 김희권(드럼, 코러스 보컬)으로 구성된 3인조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도발적이고 파격적이다. 리더 이주현은 인디밴드 1세대다. 1996년 3인조 펑크밴드 <자살매미>를 결성한 그는 닭 머리에 가죽잠바를 착용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야심차게 라이브 클럽 <드럭>의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음악표현이 너무 거칠고 심하다’는 이유로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오기가 생긴 그는 펑크 록밴드 럭스의 베이스 멤버로 들어갔고 이후 삼천펑크, 게토밤스등 여러 밴드를 거치며 착실하게 음악내공을 쌓아갔다. 2005년 바세린 출신 드러머 윤홍구와 의기투합해 강력하면서도 원초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는 구상을 했다.
[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인디10] 방송에서 기타 부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우주유람기(part1)
리드보컬 박종현은 1998년 춘천 강원고 재학시절 스쿨밴드 KGI를 결성해 활동했다. 2005년 3인조 밴드 모글리에서 기타와 보컬을 담당했던 그는 라이브클럽 스컹크 헬을 주 무대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의 군 입대와 유학으로 홀로 남았던 그는 ‘기타 모글리’란 이름으로 클럽 바다비 무대 바닥 위에서 처절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바로 그 모습을 보고 반한 이주현의 제안으로 2006년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결성되었다. 2007년 4월 첫 미니앨범 〈TO THE GALAXY〉를 발표하고 2번째 한정특별반 녹음직전, 드러머 윤홍구가 손에 부상을 입었다. 그래서 액시드 퓨전재즈밴드 thumb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클래식 타악 전공을 위해 입시를 준비했던 박종현의 고향친구 김희권이 ‘두 달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밴드에 합류했다. 김희권은 “처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시끄럽고 갑자기 박자도 바뀌고 해서 별로였다. 그러다 레드 제플린을 알게 되고 스컹크 헬 공연 때 다른 하드록, 펑크밴드의 공연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2007년 4월에 발표한 데뷔EP 〈To The Galaxy〉는 로우파이로 녹음한 약점이 있지만 에너지 충만한 음악들을 선보였다. 이후 홍대 앞의 크고 작은 라이브 클럽은 물론 EBS 〈스페이스 공감〉, ‘광명음악벨리’, ‘인디뮤직 페스타’ 등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찬사를 이끌어낸 이들은 7개월 후 두 번째 특별 한정반 〈RAMBLE AROUND〉를 발표했다. 원 테이크 녹음으로 진행된 이 음반은 드럼 김희권이 처음으로 참여해 라이브 질감의 거친 광기를 슈게이징 사운드에 담아냈다. 2장의 CD로 구성되어 총 26곡을 담은 2008년 정규 1집 ‘Noise On Fire’는 질주하는 노이즈의 향연으로 스페이스 개러지 록큰롤 밴드란 별명을 획득했다.(part2에서 계속)

갤럭시 익스프레스 프로필
이주현(베이스, 보컬), 박종현(기타, 보컬), 김희권(드럼, 코러스 보컬)
1996년 3인조 펑크밴드 <자살매미> 결성(이주현)
2005년 3인조 밴드 <모글리>멤버 (박종현)
2006년 3인조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결성
2007년 드럼 김희권 영입 2기 라인업
2008년 Mnet KM 뮤직페스티벌 올해의 발견상 수상
2009년 1집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 다큐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주연
2011년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수상
2012년 뉴욕타임즈 선정 <2012 SXSW> 하이라이트 베스트 10,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특별출연, 다큐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2: WILD DAYS> 주연,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초청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HOSPITAL PHOTOGRAPH, 딩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