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19~20회 6월 8~9일 밤 8시 45분 방영


다섯 줄 요약

성은(이수경)은 몽희(한지혜)가 부주의하게 세워 둔 현수(연정훈)네 빌라 앞의 트럭을 보고 의심을 품고, 결국 몽희가 유나의 대행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하지만 몽희가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성은은 이를 내색하지 않는다. 우연히 성은의 디자인실에서 몽희가 디자인공모전에 접수한 접수증을 발견하게 된 현수는 몽희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해 분노한다. 몽현(백진희)에 대해 마음을 연 현태(박서준)는 미나(한보름)를 정리하려 하지만, 자살 협박까지 하는 미나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리뷰

극 초반 이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문법과 주말드라마의 문법을 동시에 소화해 내고 있다는 것이 장점처럼 보였다. 기본적으로 인물 구성이나 내포하는 메시지가 주말드라마의 그것이기는 하되, 주축이 되는 젊은 세 커플의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만큼 밝고 통통 튀는 에피소드로 구성되면서 중장년 시청층을 겨냥하게 되는 주말드라마답지 않게 젊은 층의 반향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비교적 장년층에 숨겨진 비밀들로 극을 이끌어 가는 주말드라마의 전형성과 달리 부모 세대의 욕망으로 인해 오히려 젊은 주인공들이 감추고 살아야 하는 비밀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이로 인해 <금 나와라 뚝딱!>은 두 문법이 공존하며 새로운 방식의 극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극의 40%가 지나간 지금 <금 나와라 뚝딱!>은 20회를 통해 그려냈던 미니시리즈 중심의 화법을 깨고 원래 드라마가 갖고 있던 주말드라마의 속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로맨틱 코미디 물에 가깝게 남녀 주인공들이 가까워지는 과정과 에피소드를 그려냈다면, 몽희의 유나 대행이 완전히 끝나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초반부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 드라마 속 거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허상 속에 있는 셈이었다. 가벼우면서도 드라마에 활력이 도는 에피소드들이었지만, 실상 몽희는 유나 대역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쌍둥이 언니가 살아온 인생을 대신 살고 있었고, 현수 역시 덕희(이혜숙)에 의해 꾸려진 인생을 살고 있었다. 몽현은 심덕(최명길)의 욕심에 떠밀려 이미 다른 여자가 있는 현태와 무리한, 하지만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화려한 결혼을 진행했다. 하지만 몽희가 유나 대역을 그만두고 돌아간 자신의 자리에서 현실을 깨닫고, 현수 역시 몽희가 일시적으로 메웠던 아내 유나의 빈자리와 어머니의 누명을 벗겨야 한다는 상황을 깨닫는다. 현태를 가벼운 바람둥이로만 보고, 어렵지 않게 생각했던 결혼 생활이 만만치 않은 미나의 존재로 인해 암초를 맞이하게 된 몽현이나 이런 몽현에게 조건 좋은 혼처와의 결혼을 강요했던 심덕 역시 허상 뒤에 숨겨졌던 진실을 이제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각 인물들이 화려하고 가벼운 허상 뒤에 숨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드라마는 급격히 다른 톤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세 커플이 보여줬던 허상에 쌓인 환경 속 연애 대신 본격적으로 현실로 돌아온 인물들의 각자의 인생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아직 갈 길이 먼 주말드라마에는 무리 없는 설정이며, 또 남은 길을 모두 인물들의 사랑 놀음으로만 끌고 갈 수 없는 <금 나와라 뚝딱!>이 택한 당연한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이야기 전체가 방향 전환이 되고 톤이 달라지면서 느껴지는 이물감이 꽤 강하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신처럼 느낄만큼 캐릭터들의 방향 전환이 다소 급격하게 이루어졌고,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전환되면서 생겨나는 갈등들이 다소 당황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초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의외의 포인트에서 재미와 갈등을 이끌어냈던 드라마가 오히려 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이물감을 만들어 내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반환점을 앞에 두고 <금 나와라 뚝딱!>은 크게 방향을 선회했다. ‘몽희의 유나 대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극은 몽희의 또 다른 삶으로 이동했고, 성은의 비밀을 감지한 현준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것 외에도 성은의 비밀을 밝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몽현과 현태 또한 그리 만만할 수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 나가야만 하는 상태다. 남은 것은 이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잘 설득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캐릭터가 희생당할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 과연 <금 나와라 뚝딱!>은 어떻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설득해 낼 것인 가. 앞으로 이들에게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수다 포인트
- 현수가 몽희에게 뒤통수 맞았다고 느낀 것처럼, 잠시 이 드라마가 미니인줄 알았다가 이제야 주말드라마였다는 것을 깨닫고 씁쓸해진 1인.
- 이제 은근히 재미있었던 ‘몽유나’ 캐릭터는 볼 수 없는 건가요?
- 현태와 몽현의 제대로 된 첫 ‘스킨십’. 하지만 미나리는 참 질긴 나물인가 봅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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