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봤어?]<정글의 법칙>, 반가워요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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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 2회 5월 24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병만족은 야생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수풀로 둘러싸인 집을 짓기로 한다. 나무를 모으고 돌을 골라내고, 모두 분담하여 일을 한 끝에 그럴싸한 위장 하우스가 완성된다. 정준은 무단 반입한 견과류를 내 놓음으로써 제작진으로부터 라면스프를 얻고, 병만족은 정글 새우탕으로 저녁을 때운다. 족장 김병만은 계속해서 발명품을, 신입부족 안정환은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던 하루가 저문다. 둘째 날, 강에서와 정글에서의 사냥 모두 실패한 병만족은 굶주림에 점점 지쳐간다.

리뷰
김병만과 안정환이 동갑내기 친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떠오른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추성훈. 동갑인 김병만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던 추성훈은 김병만이 물고기를 잡으면 자신은 더 큰 물고기를 잡으려는 대결 구도를 보여 주었다. 둘다 운동 선수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는지, 안정환도 추성훈과 같은 캐릭터일 것이라 예상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며 빠른 포기 결정력을 가진 그에게 허를 찔리기 전까지는.

안정환이 정글에서 보여 준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우선 그는 자신과 김병만의 포지션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김병만이 넝쿨로 통발을 만들 때 안정환은 박정철을 데리고 빨래 건조대를 만들었다. 김병만이 강에서 먹을 것을 사냥할 때 안정환은 이부자리, 불 피울 준비를 했다. ‘김병만이 하는 걸 난 더 잘해야지’가 아니라 ‘김병만이 하는 것과 난 다른 걸 해야지’라는 그의 행동은 정글에 묘한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오죽하면 다른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병만족장조차 “정환아, 나도 그거 봤어. 되게 커”라고 응석 어린 말투를 보였겠는가. 또한 첫 회에 보여 주었던 그의 깨알 유머는 계속 이어져 “그냥 택시 부르자” 라던가, “우진아, 슈퍼 가서 라면 두 개만 사 와. 음료수도 사오고, 남은 건 너 써” 등 정글임을 무시한 뜬금없는 말로 병만족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너무 말이 없어서 중앙에라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병만족장의 걱정을 사던 그가 어느덧 축구 선후배 관계를 이용해 노우진과 줄곧 상황을 엮어 나가는 능수능란함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주역. 안정환 이름 앞에 붙는 이 타이틀에서 승부욕을 기대했던 건 헛된 바람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김병만은 또 한 명의 친구를, 우리는 또 한 명의 예능 늦둥이를 만났으니까.

수다 포인트
- 병만족장이 통발 만들 때 흘러나오던 BGM. 향수를 느꼈다면 당신은 30대 이상.
- 자유시간이니까 쉬라고 하면서 자신은 계속 일하는 병만족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족원에게 공감했다면 당신은 직장인.
- 정글의 법칙 때문에 몸 만드느라 스키니가 맞지 않는다고 울상 짓는 오지은. 정글도 안 가는데 스키니가 안 맞는 자신의 허벅지를 보며 좌절했다면 당신은 나. (응?)

글. 김진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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