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의 끝장토론〉, “나는 중앙에 똑바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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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지난 2월, 그는 MBC 기자와 간판 앵커로 활약한 ‘27년 언론인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직서에 찍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가 다음 활동 무대로 점찍은 장소는 다름 아닌 ‘예능’이었다. 물론 그의 입담과 재치는 MBC 앵커시절 촌철살인의 클로징멘트를 날릴 적에 이미 증명된 터라, tvN ‘위켄드 업데이트(Weekend Update)’ 앵커를 맡은 그의 모습엔 위화감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토론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9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을 앞둔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최일구의 끝장토론>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언론인 타이틀을 내려놓은 최일구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번에 바뀐 것은 사회자뿐만이 아니다. 종전에는 오후 11시에 전파를 타는 심야프로그램이었지만, <최일구의 끝장토론>으로 넘어오면서 오후 9시 30분으로 편성을 바꿔 프라임 타임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대해 홍보팀 담당자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우리 측에서도 나름대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 답해 이번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서울 서교동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자리에 선 최일구는 “인생의 제2막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려 합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MBC 재직 시절, 최일구는 단순히 재미난 입담만 과시했던 것이 아니라 소신 있는 발언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이유로 MBC 사퇴 이후 여러 언론사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MBC 사태’에 대한 질문에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MBC는 내게 있어서 마음의 고향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하려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다음으로 토론 프로그램을 택한 것일까. 그는 “나는 이제 언론인이 아니라 방송인에 더 가깝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엔 그가 쌓아온 언론인으로서의 커리어가 투영되고 있고, 그게 그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는 “다만 내가 가진 ‘전문적인 이미지와 위트’라는 두 가지 패를 활용할 수 있는 무대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며 자신이 토론 프로그램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 제작진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본인이 해 봤고, 잘 할 수 있는 포맷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그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1년 MBC C&I가 기획 및 제작한 리얼라이브 소셜 TV <손바닥 TV>를 진행하며 ‘최일구의 소셜데스크’ 진행을 맡았다. 그 때 익힌 현장감과 전문적인 이미지를 결합시킨 결과물이 바로 <최일구의 끝장토론>인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토론 프로그램은 나름의 정체성이 확실하기에 다른 방송과는 여러모로 분명히 다르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한 회 방송분에서 <손바닥 TV> 형식의 현장취재 영상과 토론의 비중이 4:6 정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제한된 방송시간 중에 심층적인 토론을 담지 못하고 그저 ‘보여주기’식 구성이 된다면 알맹이 없는 쇼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일구의 진행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 는 대본이 있고 거기에 적절한 연기를 얹는 꽁트에 가까웠다면, 토론의 진행은 이와 다르게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매번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각종 사회이슈들이 습관적으로 정치 혹은 이념의 문제로 비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가 정치적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관심을 끈다. 일각에선 MBC 사퇴 이전부터 진보적 성향을 내비쳤다는 이유로 그의 방송계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했다. 최일구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동일한 내용의 질문이 들어오자, “나는 중앙에 똑바로 서있다. 한쪽 다리가 짧지 않은 이상에야 모두가 그렇지 않겠느냐”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최일구의 끝장토론>에 출연하는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준석· 한겨레신문 송채경화 기자가 보수·진보의 균형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스탠딩 코미디언 크리스 록(Chris Rock)처럼 정치 풍자쇼를 하고 싶다” 최일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온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최일구의 끝장토론>은 이러한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제2막을 열기위한 최일구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쉽지 않은 여정의 닻이 올랐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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