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드라마스페셜〉,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내게 와 문젯거리가 되었다”
방송화면 캡쳐 곽동연(위), 최태준" />KBS2 <드라마스페셜> 방송화면 캡쳐 곽동연(위), 최태준

KBS2 <드라마스페셜-방학특선 4부작 ‘사춘기 메들리’> 1화 2013년 7월 10일 오후 11시 10분

다섯 줄 요약
정우(곽동연)는 반에서 존재감이 없는 학생이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수없이 전학을 다니면서 ‘엮이지 않으면 피곤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꾸 일이 생긴다. 어쩌다보니 전설의 주먹 역호(최태준)와 대결을 하게 되었고, 반장(이세영)과 사귀게 되었다. 전국노래자랑에도 나가게 되었다. 곧 서울로 전학갈 것이므로 이 모든 것을 피할 수 있으리라 안심하던 그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내가 그동안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앞으로 전학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너를 졸업시키마.”

리뷰
이름을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두 달 동안이나 옆자리에 앉았는데 몰랐던 짝 이름, 임덕원.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전설의 주먹과 대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놀림거리가 되어 보라는 심보로 부른 이름, 양아영. 다른 친구들처럼 반장 또는 전교1등이라고 불렀더라면 그와 사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이 괜히 학급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사춘기 메들리’는 자아를 성찰하고 또래 집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춘기의 특성을 이름이라는 소재로 보여주었다. 이름은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찾는 힌트가 되듯이,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게 해 주는 열쇠가 된다. 서로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짝, 반장, 전학생 등 일반 명사가 아닌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사춘기 메들리’는 이러한 사춘기의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해 냈다. 여느 청춘 드라마처럼 풋풋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갔다. 표현 방법도 경쾌했다. 원작인 웹툰의 느낌을 잘 살려서 곳곳에 만화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들어간 이런 장면들은 보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우는 본의 아니게 전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유명한 학생이 되었다. 이제 전교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세 가지-전설의 주먹과의 대결, 반장과의 사귐, 전국노래자랑 출전-를 그는 어떻게 헤쳐 나갈지. 순수하면서도 유쾌 상쾌 발랄할 것 같은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수다 포인트
- 아버지(아들 인생 꼬이게 한 장본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먼저 아들과 상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임덕원(선생님을 짝사랑한 학생): 저도 몰랐습니다. 자꾸 이쁜 여자만 보면 선생님(장나라)과 닮은 거 같더라고요.
- 최정우(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학생): 투명인간 시절이 그립습니다. 에효…

글. 김진희(TV리뷰어)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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