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더키 피쳐사진48
러버더키 피쳐사진48


(part2에서 이어짐) 걸 그룹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 대중음악의 꽃이다. 2012년 7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지구촌을 강타하기 전까지 세상은 온통 ‘걸’들 천지였다. 걸 그룹들의 팀 이름이 상큼하고 화려한 꽃, 보석, 과일에 대부분 비유되는 것은 음악보다는 화려한 비주얼에 활동의 중심이 포커싱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사에 기록된 걸 그룹은 무려 500팀이 넘는다. 그 중 걸 밴드의 개체 수는 30여 팀에 불과하다. 이는 걸 그룹을 음악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대중적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걸 밴드는 걸 그룹 장르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되기에 여성 록커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일은 외롭고 험난한 길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현재 10여 팀에 불과한 걸 밴드들은 걸스락의 부흥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걸 그룹의 기세가 등등했던 2010년 자비로 제작한 데뷔EP를 발표하며 지금까지 아이돌과 걸그룹, 남성 록 밴드의 벽을 깨트리기 위해 질주하고 있는 걸 밴드가 있다. 발랄 상큼한 멜로디와 파워풀한 록 사운드를 동시에 구현하는 3인조 러버더키다.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홍대 앞 디딤홀에서 스윙즈와 콜라보레이션 워킹 애프터 유 공연을 하고 있는 멤버들과 새벽까지 진진한 음악이야기를 나눴다. 무대에서 남성밴드에 견줄만한 파워풀한 사운드와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를 펼쳐냈던 이들은 인터뷰 내내 유쾌 발랄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 합정동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발랄함과 멤버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항상 밝고 웃는 성격이 음악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저희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배미) 창단 멤버인 지아와 배미는 경기도 부천시에 소재한 소명여고 밴드부 비시누(인도 음악 여신을 의미) 5기 출신이다. “배미와는 고교시절 스쿨밴드 활동을 함께 한 인연으로 지금껏 밴드 활동을 같이 해오고 있네요. 막내 써니는 원년 멤버인 드럼 배키가 나간 뒤 2011년에 오디션을 봐서 들어왔습니다.”(지아)
러버더키 리드기타 지아 베이스 배미 공연5
러버더키 리드기타 지아 베이스 배미 공연5
현재 서울 노원구 불암, 중원 중학교에서 기타반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리더 지아는 무수한 밴드를 거치며 음악내공을 쌓아왔다. 할아버지가 한문학자고 외가가 의사집안인 유복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지아(본명 송지아)는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처럼 총싸움을 좋아하고 고장 난 비디오를 고치고 로봇 조립을 좋아해 기계랑 친했던 개구쟁이였다. 뛰어다니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소일초등학교 때 부천시 체전에 나가 200m, 800m, 넓이뛰기 3개 종목에 참가했던 육상선수로도 활약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던 지아는 갑자기 신호등에 올라가고 사다리가 바로 놓여있으면 눕혀보는 다소 엉뚱한 아이였다.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사업을 한 여장부 엄마의 친구가 옴니버스 앨범 맥스 1집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마카레나, 오아시스, U2의 노래가 좋아 CD가 닳도록 들었다. 중학교 때는 음악에 푹 빠져 듣고 있다 수업이 끝났는데 이상한 질문을 해 친구들로부터 왕따도 당했단다. 중3학 때 엄마 친구가 선물한 삼익 클래식기타가 신기해 로망스 악보로 기타를 독학으로 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연대 신방과 진학을 목표로 방송반 시험을 봤다. 마지막 시험에서 자신보다 못한 KBS PD 아빠를 둔 아이가 선발되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상의 부조리를 처음 경험했던 것.

그래서 밴드부 오디션을 봤다. 파트 별로 시험을 치렀는데 보컬은 50명 가깝게 응시해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무려 38명이 응시한 기타 시험에서 지아는 최종 2명에 뽑혔다. 같이 시험 본 친구들 다 떨어지고 면접에서 강한 의지를 피력한 지아 혼자만 선발되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던 배미도 밴드부 보컬 시험을 보는 친구를 따라갔다. 악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는 베이스기타가 4줄이라는 것만 알았을 정도. 교회 성가대 활동 때, 찬양 예배시간에 들은 저음으로 깔리는 소리가 좋았던 기억에 베이스에 지원했다. 베이스는 연주를 하는 응시자가 없어 면접으로 배미가 뽑혔다. 당시 2명을 선발했는데 탈락자 중에는 ‘인터넷 5대 얼짱’으로 선발되어 화제를 모은 배우 임지연도 있었다.
러버더키 리드기타 지아 베이스 배미 공연6
러버더키 리드기타 지아 베이스 배미 공연6
베이스겸 보컬 배미(본명 배미혜)는 7세 때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를 갔다. 유치원 시절 재롱잔치의 인기가수였던 그녀는 초등학교 때까지 당대에 인기가 많았던 H.O.T, S.E.S, 재키 같은 아이돌 음악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일본 밴드 자드의 여자보컬을 좋아해 음악을 틀어놓고 살았던 오빠 때문에 중학교 때 일본 밴드음악을 접했다. 나서기 좋아해 교탁 앞에서 마카레나 춤을 췄던 활발한 성격 탓에 친구들 많았다. 인기가 많았던 그녀는 줄 곧 반장, 부반장을 맡았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만 한 모범생 배미는 음악 성적이 좋아 항상 합창단에 소프라노로 차출되었다. 티브이에서 본 조수미가 멋있어 성악가의 꿈을 키웠지만 목소리가 잘 쉬는 허스키 음색 때문에 포기했다.

소사중에 다녔던 지아와 부일중에 다녔던 배미는 중3때 부천에 소재한 한국 속셈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소사중과 부일중은 인접한 학교들인지라 양측 학생들은 늘 견제하고 학교 1진들 끼리 싸움까지 했던 라이벌 관계였다. “당시 학원 친구들이 매일 늦게 수업 중에 들어오면서 밝게 웃는 저에 대해 지아가 이상한 애라고 말했다고 들었어요. 소사중에 왕따스러운 아이와 제가 닮았다고 말한 지아를 같은 학교 밴드부에서 다시 만나니 재수 없었어요.(웃음)”(배미) 부천 소명여고 밴드부 비시누 5기로 선발된 지아와 배미를 포함한 6명은 직속 선배들이 한 사람씩 맨투맨으로 연습을 시켰다.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3개월 동안 맹연습했다. 학교 축제 때 강당에서 첫 공연을 했다. 실력이 늘어가면서 2학년 때 부천시 복사골 청소년문화제에 출전해 박진영의 ‘허니’를 불러 장려상을 수상했다. 당시 소명여고와 부천여고는 라이벌이었다. 부천여고에는 과거 유관순밴드가 있었고 지아와 배미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퓨리(여신 이름)가 있었다. “당시 부천시내 고등학교 밴드 연합 ‘그루브’에서 치열하게 음악을 했어요. 우물 안 개구리시절이죠. 라이벌 밴드는 다 남자밴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퓨리도 음악을 못했고 저희도 못했어요. 저희 비시누는 얼굴로 먹었죠(웃음).”(지아)
러버더키 1기 멤버=로디스커뮤니케이션즈 제공
러버더키 1기 멤버=로디스커뮤니케이션즈 제공
2002년 낙원상가에 악기부품 사러 간 배미가 우연하게 김준성 프로듀서를 만났다. ‘여자밴드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지아를 소개했다. 그리고 서울 청담고에 다니다가 아현산업정보고 실용음악과로 전학했던 드럼 배키(본명 배은정)이 가세해 3인조 여고생 걸 밴드를 결성했다. 김준성 프로듀서는 ‘사랑스런 고무 오리’란 귀여운 뜻을 지닌 러버더키로 밴드 명을 지어주었다. 세 명의 멤버는 지아의 집에 모여 초록색 개구리 모형의 카세트에 노래를 녹음하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창작곡을 만들어갔다. 개구리 카세트로 만든 첫 창작곡은 ‘윙윙’. 혼자 놀지 말고 날아보자는 개구쟁이 같은 내용의 곡이다. 처음 배미가 멜로디 조금을 만들어왔는데 멤버들이 함께 완성을 했다.

첫 무대는 홍대 앞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 학교 수업을 끝내고 교복을 입은 채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관객들은 그녀들이 고등학생인지 몰랐다. 코스프레 개념으로 무대의상 콘셉트를 잡아 교복을 입은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멤버들이 공연 중에 “저희가 몇 살일 것 같냐?”고 물어보면 “25살이요”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소녀들은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데뷔음반 계약을 앞둔 2003년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는 중대 사건이 터졌다. 밴드를 결성 주도했던 프로듀서 김준성이 갑자기 자살을 했던 것. 공식 데뷔를 꿈꾸며 매일 같이 연습을 해왔던 어린 마음들은 엄청난 상처를 입고 멘붕 상태에 빠졌다. 심성이 약하고 감성적이었던 김준성은 금전적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준성오빠와 공방에 가서 핑크색 일렉트릭 기타 하나를 제작했어요. 새벽에 돌아가셨는데 그날 밤에 통화했었어요. 그런데 지아야 잘 살아 미안해 그러시는 거예요. 그리곤 아끼시던 기타를 지금 저희를 돌봐주시는 성환오빠를 통해 보내오셨어요. 모의고사를 끝내고 나서 정다운밴드의 다운 오빠가 준성오빠의 자살 소식을 전해줬어요. 어린 마음에 거의 미칠 것 같았습니다.” (part4로 계속)

러버더키 프로필
1기 지아(본명 송지아) 한신대 경제학과 중퇴, 서울재즈아카데미 기타과 졸업, 배미(본명 배미혜) 안양대 영문학과 재학, 배키(본명 배은정)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졸업
2기 써니(본명 김성희) 수원과학대 실용음악과 졸업, 숭실대 실용음악과 재학

2002년 3인조 걸 밴드 러더버키 결성, 소명여고 스쿨밴드 비시누 복사골 청소년음악제 장려상(지아, 배미)
2003년 혼성밴드 슬러쉬 퍼피 KTF 록 페스티발 심사위원위 1위 선정(지아)
2010년 통영 프린지 락페스티벌 TIMF Rising Star상 수상, 수원 삼성 그랑 블루 공식 서포터즈 밴드 선정
2011년 KT&G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콘테스트 3기 우승, 수원 삼성 그랑 블루 공식 서포터즈 밴드 선정

현재 활동 중인 걸 밴드
3인조 러버더키, 4인조 스윗리벤지, 2인조 스윙즈, 5인조 여자밴드, 4인조 아리밴드, 4인조동덕여대 걸밴드 엑스타시, 5인조 프라이드, 4인조 로즈 마리, 3인조 마네퀸, 동덕여대 밴드 앵그리 만다린. 5인조 심홍, 3인조 피싱 걸즈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로디스커뮤니케이션즈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