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 오브 스틸’ 스틸
영화 ‘맨 오브 스틸’ 스틸


영화 ‘맨 오브 스틸’ 스틸

착하고 순박한 에이미 아담스는 앞으로 잊어도 좋다. ‘맨 오브 스틸’과 ‘마스터’에서 ‘카리스마녀’로 등장해 연기의 참맛을 전파한다.

영화 ‘마스터’ 스틸
영화 ‘마스터’ 스틸
영화 ‘마스터’ 스틸

늦깎이 스타의 등장! 사실 여배우에게 ‘대기만성형’이란 수식을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으레 40대의 남자 배우를 재평가할 때 자주 쓰는 찬사다. 하지만 곧 불혹의 나이를 앞둔 에이미에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다. 여배우가 30대 중반까지 할리우드의 메인 스트림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킴 베이싱어, 샤론 스톤 류의 글래머 스타들은 끈적거리는 살색 영화에서 과도한 노출을 무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일단 연기보단 몸의 굴곡에 초점을 맞춘 섹시 스타로 등극한 후, 그 다음에 슬슬 옷깃을 동여매고 지적인 배우로 환골탈태를 시도한다. 때로는 참 애처로워 보이지만, 분명 여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방식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들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것이 모든 여배우들의 공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사실 에이미의 첫 경력은 비슷했다. 오직 미모만 평가받던 시기를 거쳤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서 디캐프리오의 아름다운 환상녀로 등장한 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가 인디 영화 ‘준벅’(2005)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오르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외모나 연기력 면에서 다분히 니콜 키드먼 급의 배우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주목한 것은 디즈니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마법에 걸린 사랑’(2007)부터였다. 러블리한 지젤을 연기한 그녀는 디즈니의 만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처럼 깜찍한 공주 드레스가 어울렸다.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겼지만, 이 영화의 흥행으로 그녀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미스 페티그루’ 스틸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미스 페티그루’ 스틸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미스 페티그루’ 스틸

그녀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로코퀸으로 발돋움했지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디즈니의 맞춤형 스타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입심 좋은 코미디 여배우의 계보를 잇거나 성인물에서 노출로 몸값을 올리지도 않았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2008)에선 클럽 가수 델리시아로 등장해 스콧 피츠제럴드조차 탐냈을 만한 1930년대식 고전미를 뽐낸다. 이런 식으로 사교계의 여왕 캐릭터만 고수했다면 그녀는 제2의 니콜 키드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녀가 선택한 영화들은 화려한 영화가 아니었다. 대부분 인디 영화의 조연들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다우트’, ‘줄리&줄리아’, ‘파이터’를 고른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한 수녀, 요리 레시피에 푹 빠진 뉴요커 요리 블로거, 선머슴 같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 모두 캐릭터가 완전히 달랐다. 적어도 세 가지 성과는 분명했다.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순수한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또한 메릴 스트립, 멜리사 레오 같은 레전드들에게 어깨 너머 연기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아카데미 후보에 계속 노미네이트되면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계속 배우로 존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4번이나 오른 배우가 캐스팅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줄리&줄리아’ ‘파이터’ 스틸
영화 ‘줄리&줄리아’ ‘파이터’ 스틸
영화 ‘줄리&줄리아’ ‘파이터’ 스틸

에이미의 이런 선택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좋은 영화라면, 결코 주연을 고집하지 않는다. 딸 아비아나를 출산 후 3개월 만에 현장으로 바로 돌아온 ‘온 더 로드’에서 흐트러진 붉은 머리의 제인을 연기한다. 비고 모텐슨과 마타니를 마시는 그녀의 모습은 강렬했다. 남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말하며, 구강 섹스의 동작을 취하는 그녀에게 공주의 모습은 없었다. 특히 ‘마스터’에서 페기로 잠깐 등장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를 압도하는 것은 진정 최고다. 그녀는 남편 랭케스터에게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속삭이며 거울 앞에서 오르가슴을 돕는다. 능수능란한 위로의 터치지만 어딘가 자상함과는 거리가 있다. 에이미는 소리 한 번 크게 지르지 않지만 냉혹한 레이디 맥베스처럼 수컷들의 영혼을 지배한다. ‘맨 오브 스틸’만 봐도 그녀의 존재감은 의외로 확실하다. 사실 30대 후반의 여배우에게 수퍼맨의 연인 루이스를 맡기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새로운 수퍼맨 헨리 카빌은 83년생이니, 에이미가 무려 아홉 살이나 많다. 이런 연상녀 커플을 만드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수퍼맨 리턴즈’의 케이트 보스워스처럼 20대 초반의 금발 미녀를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의 선택은 에이미였다. 그나마 에이미의 노련함 덕분에 수퍼맨이 누나 품에 평온히 안기는 인상을 준다. 향후 속편이 나오면 ‘언니즘’ 수퍼맨이라고 불리지 않을까? 최근 에이미는 스파이크 존즈의 SF로맨스 ‘허’나 데이빗 O. 러셀의 스릴러 ‘아메리칸 허슬’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그녀는 여전히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빛나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을 뿐이다.

글. 전종혁 대중문화평론가 hubul2@naver.com
편집. 기명균 kiki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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