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아걸 단체3
브아걸 단체3
“데뷔 때 가인이가 열아홉 살이었는데 이제는 스물일곱 살이 됐어요. 너도 이제 늙었구나.”(나르샤)

나이 이야기를 꺼내자 브라운 아이드 걸스(이하 브아걸) 멤버들이 크게 웃는다. 2006년에 데뷔해 이제 8년차. 무려 정규 5집을 발표한 걸그룹이다. 브아걸을 걸그룹으로 봐야 하는지는 아직도 이견이 분분하다. 데뷔 초기에는 나름 실력파로 분류돼 빅마마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걸그룹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사이 브아걸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2009년 기록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브라카다브라’를 통해 기존의 나이 어린 걸그룹과는 격이 다르다는 찬사를 받았다. 새 앨범 ‘Black Box’를 발표한 브아걸을 8일 소속사 내가네트워크에서 만났다.

브아걸 멤버들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어린 걸그룹처럼 부끄러워하거나 내숭을 떠는 법이 없다. 걸그룹 최초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SNL 코리아’ 이야기가 나왔다. “찍고 나니 조금 약한 것 같았어요. 욕을 더 찰 지게 했어야 하는데”(미료)

작년 연말에는 걸그룹 최초로 19금 콘서트도 했다. 이제 표현의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걸그룹이라는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좋은 것 같아요. 해가 바뀌는 시기에 ‘SNL 코리아’와 19금 콘서트를 차례로 했어요. 이제 슬슬 편해진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브아걸은 이제 아이돌그룹 계에서 최고 선배 중 하나다. 방송국 대기실에 가면 인사를 받기에 바쁘다.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다이어트 식단을 먹을 때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 “후배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 받기가 민망할 정도예요.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서.(웃음)”(나르샤) “경쟁하는 상대이긴 한데 후배들을 보면 짠한 게 있어요.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생각을 하면 말이죠. 그런데 남자 아이돌그룹들은 다들 왜 그리 훈훈한지! 누가 좋냐고요? 비스트가 남자다워서 괜찮더라고요.”(제아)
제아가인
제아가인
수많은 걸그룹이 등장했지만, 제2의 브아걸은 보이지 않는다. 워낙에 포지션이 특별해서일까? 특히 ‘아브라카다브라’ 정도의 임팩트를 줬던 걸그룹의 노래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잘하는 후배들 너무 많아요. 아브라카다브라를 이길 수 없지만(웃음). 다들 예쁘고 잘 하잖아요.”(나르샤)

최고의 스태프들이 합작한 ‘아브라카다브라’는 걸그룹의 음악을 논할 때 대표적인 웰메이드 곡으로 꼽히는 노래. 브라운 아이드 걸스로서도 넘어야 할 벽이다. “3박자가 딱 맞은 곡이죠. 그런 노래는 우리도 다시 받기 힘들 거예요. ‘아브라카다브라’가 히트를 친 후 비슷한 차기작을 콘셉트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빨리 포기한 거죠. 그 뒤에 비슷한 곡이 없어서 그런지 ‘아브라카다브라’가 명곡으로 남은 것 같아요. 오래 남는 곡이 된 거죠.”(가인)

새 앨범은 작곡가 윤일상의 진두지휘 아래 김이나, 프라이머리, 최자, 에이팀, 캔디 사운드 등 베테랑 프로덕션팀이 참여했다. 제아, 미료도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Kill Bill’은 동명의 영화처럼 복수를 모티브로 한 곡이다. 타이틀곡은 세지만 다른 수록곡들은 감상하기에 편안하다. “브아걸이 친근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한층 편안해 보이려고 노력했어요.”(제아) “이전의 앨범들보다 편하게 작업했어요. 예전에는 힘을 많이 줬죠. 이번에는 부담감을 덜었다고 할까요.(나르샤)

새 앨범에서는 의상 노출도 적은 편이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방송국에서 의상 지적을 안 당했어요. 우리는 다른 걸그룹에 비해 노출을 많이 하지 않는데도 야하다는 평가가 많아 억울했어요.”(가인) “이번에는 더워 보일 정도로 가리고 나와요. 그래도 섹시하다고 하더라고요.”(제아)
나르샤미료
나르샤미료
브아걸은 대기만성 형 걸그룹이다. 2006년 데뷔 초기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매 앨범을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어나갔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 막강한 팬덤을 가진 걸그룹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꿀리지 않았다. 이제는 관록도 붙었다. “오래 가는 비결이요? 애초에 실패를 맛본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발전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조바심 내지 않고 진득하게 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비결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데로 잘 해나갔으면 해요.”

“절 빼고 언니 셋이서 유닛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브아걸33’(나르샤, 미료, 제아는 서른세 살) 어때요?”(가인) “셋이서 하려면 멋진 거 하고 싶지 않아! 귀엽게 하고 싶어. 오렌지 캬라멜 같은 거”(제아)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내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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