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
음반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
음반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많은 사람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MP3 파일을 내려받아 음악을 듣고 있다. LP가 추억 속의 물건이 된 것처럼 CD로 만든 음반도 이제 추억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듣는 것보다 소장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게 되면서 CD도 새로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새로운 문화의 중심에는 아이돌이 있다. 아이돌 가수의 음반은 이제 일종의 캐릭터 상품(아이돌 굿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해 소비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상품으로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팬덤의 힘으로 좌우되는 음반시장에서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특이한 디자인의 음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플라스틱 케이스라는 CD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앨범의 콘셉트의 맞게 다양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실제로 음반을 구매하면 아이돌 멤버 중 한 명이 담긴 사진과 사인이 명함크기로 들어 있는 랜덤카드가 들어있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흔히 아이돌 가수를 두고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퍼포먼스와 함께 봐야 시너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제 음반도 사각의 틀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하게 누리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텐아시아는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앨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반 디자인 ‘BEST 5’를 꼽았다.

1. 신화 정규 11집 THE CLASSIC

신화 정규 11집 앨범
신화 정규 11집 앨범
신화 정규 11집 앨범

5월에 발매된 신화 정규 11집 앨범은 4만장 한정판과 완판 기념으로 발매된 일반반 ‘Thanks Edition’이 있다. 그 중 한정판의 앨범을 보면 상당히 부피가 큰 철제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뚜겅을 열면 100페이지에 달하는 화보집이 꽉 차게 담겨 있다. 흔히 음반 속에 함께 들어 있는 화보는 재킷 사진으로 가사집과 함께 작은 크기에 수록돼있다. 그러나 신화 11집의 재킷 사진은 파격적인 A4 크기로 더 크고 선명한 사진을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만족시킨다. 철제박스의 크기가 보관하는 데에 불편함을 줄지도 모르지만, 팬들에게는 오히려 큰 크기가 특별한 소장가치를 준다. 게다가 예약판매 첫날 매진된 한정판이라는 자부심이 특별함을 더한다. 신화의 정규 11집 음반 디자인은 음반이 펼치는 간단한 책의 형태여야 하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2. EXO 정규 1집 XOXO (KISS&HUG) & 리패키지

엑소 1집 앨범(위쪽)과 리패키지 앨범
엑소 1집 앨범(위쪽)과 리패키지 앨범
엑소 1집 앨범(위쪽)과 리패키지 앨범

지난 6월 발매된 엑소(EXO)의 정규 1집은 음반의 외양만 보면 앨범이 아니라 보통의 공책으로 보인다. 교복을 입고 찍은 앨범 재킷 사진의 콘셉트와 맞아 떨어지는 디자인이다. 음반의 내용도 색다르다. 마치 음악 공책인 것처럼 가사는 오선지에 멤버들의 필체로 적혀있다. 스타의 필체까지 고스란히 적혀 있는 음반에 팬이라면 끌리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크기도 공책이기 때문에 보관에도 용이하다.

8월 발매된 1집 리패키지 앨범은 실제 사진 앨범처럼 만들어졌다. 멤버들의 필체는 이번에도 담겨 있고, 화보 사진에는 모두 쉽게 찢을 수 있는 절취선이 있어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만 따로 휴대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팬을 위한 맞춤 앨범이다.

3. f(x) 정규 2집 ‘Pink Tape’

f(x) 2집 앨범
f(x) 2집 앨범
f(x) 2집 앨범

지난 7월 출시된 에프엑스 정규 2집 ‘Pink Tape’도 앨범의 콘셉트와 음반 디자인이 혼연일체를 이룬 대표적인 앨범이다. 앨범의 이름인 ‘Pink Tape’에 맞게 음반도 핑크색 VHS 모양을 본떴다. 가사집과 CD의 보관 상태는 평범하지만 한 번 보면 안을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가사집 내부의 글씨체는 VHS 모양과 어울리며 복고 냄새를 물씬 풍기는 픽셀 폰트를 사용했다. 10대 소녀의 마음을 표방하는 에프엑스답게 앨범 재킷 사진에 떠오르는 그룹 엑소의 카이도 깜짝 등장한다.

4. 비스트 정규 2집 ‘Hard to love, How to love’

비스트 2집 앨범
비스트 2집 앨범
비스트 2집 앨범

비스트는 그동안 끊임없이 음반 디자인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미니앨범 5집 ‘Midnight Sun’에는 가면까지 달려있었다. 정규 2집 ‘Hard to love, How to love’의 앨범은 얼핏 보면 평범한 상자로 보인다. 그러나 안을 열어보면 팬들을 위한 깨알 같은 선물들로 가득 찼다. 멤버별로 개인 사진과 조립해서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간이 액자가 들어있어서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이 든 자신만의 액자를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액자로 아쉽다면 앨범의 뚜껑이 투명하여서 앨범을 보관할 때 가장 위쪽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놔둠으로써 앨범 자체를 액자로 활용할 수도 있다.

5. 안녕바다 정규 3집 ‘난그대와바다를가르네’

안녕바다 3집 앨범
안녕바다 3집 앨범
안녕바다 3집 앨범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고 해서 음반 디자인이 뒤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7월 발표된 안녕바다의 정규 3집 ‘난그대와바다를가르네’는 특별한 케이스나 깨알 같은 선물은 없지만 앨범의 표지부터 감성을 자극하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멤버 나무는 인터뷰에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인 쓸쓸함을 재킷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다. CD의 소장가치도 살리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녕바다의 3집에 실린 일러스트는 안녕바다의 공연에서 전시되기도 하면서 음반 디자인이 다방면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줬다. CD에 천으로 라벨을 붙인 것도 특이한 점인데 이는 러브홀릭, 클래지콰이 등 이들의 소속사 플럭서스 뮤직 소속 가수의 음반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특징으로 일종의 소속 레이블을 상징하는 장치다.

가수 최고은의 경우도 2010년 발매한 첫 EP ‘36.5℃’를 본인이 직접 나무판으로 판화를 찍어 손수 제작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가수만의 개성이 듬뿍 담겨있는 음반 디자인은 가수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

글, 사진.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