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39~40회 8월 17,18일 밤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자신이 유나(한지혜)와 쌍둥이라는 것과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몽희(한지혜)는 혼란에 빠진다. 몽희를 잊을 수 없는 현수(연정훈)는 결국 이탈리아로 떠난다. 몽희는 유나의 태도에 대해 충고를 하고, 유나는 이에 충격을 받는다. 현수가 떠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유나는 시집살이를 자처하고, 몽희는 유나의 권유에 따라 집을 나와 생활하기로 한다. 한편 몽현(백진희)은 임신을 하고, 이에 영애(금보라)와 순상(한진희)은 기뻐한다.

리뷰
그 동안 ‘금 나와라 뚝딱!’은 가족극이라는 틀 안에서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갈등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입양아와 정략 결혼. 그리고 겹겹이 숨겨진 가족의 비밀들은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지난 39회와 40회는 그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혈연’과 ‘비혈연’으로 가르며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드러냈다. 물론 그것은 드라마가 의도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깊이 깔려있는 이 정서는 그 동안 ‘금 나와라 뚝딱!’이 보여준 올드한 대사만큼이나 올드한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부분인 듯 보였다.

무엇보다 몽희(한지혜)가 입양아라는 것이 가족들에게 공개된 직후, 가족들의 태도와 유나(한지혜)의 태도는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철저히 ‘혈연’ 관계에 의존하는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 동안 심덕(최명길)은 절친한 친구의 딸이었다는 설정을 깔고도 입양아인 몽희에 대한 무의식적인 감정을 드러내왔다. 여기에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몽현(백진희)의 태도는 ‘금 나와라 뚝딱!’이 그 동안 가족이라는 관계의 틀을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부분이었다. 몽현은 자신을 대신해 대학을 중퇴하고 학자금을 댄 몽희에 대해 “(언니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로 학교 그만두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국 심덕이나 몽현 등을 비롯 가족들에게 입양아인 몽희의 존재는 철저히 혈연 밖의 존재로 가족이기는 하되 ‘진성’ 가족일 수는 없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진성 가족이 아니기에 심덕은 몽희에게 무의식적인 ‘키우고 길러준 데’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희생을 방조했고, 몽현은 반대로 진성 가족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희생을 몽희에게는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드라마가 가진 ‘혈연 중심의 가족 관계’에 대한 깊은 무의식의 반영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순상(한진희)의 집안 역시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순상은 얼핏 사업을 위한 정략을 통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을 낳은 덕희(이혜숙)와 영애(금보라)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 아들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이들 역시 ‘혈연 중심의 가족 관계’에 목을 메고 있는 듯 보인다. 더욱이 집안에서 나간 현태(박서준)가 손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알리자 모든 것을 제쳐 두고도 ‘핏줄’을 우선 챙기는 모습은 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결국 혈연 중심의 관계에서 조금도 나아갈 수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때문에 순상의 집안에서 유나(한지혜)와 성은(이수경)은 집안의 위기 상황에 따라 언제건 내쳐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미약한 존재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 자체가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점은 이미 마지막에 다다른 현재 논외로 하더라도 ‘금 나와라 뚝딱!’이 갖고 있는 정서와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방식에는 분명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언제나 겉돌 수밖에 없었던 유나의 삶에 대해 몽희는 ‘사랑 받을 짓’을 하라며 충고를 건네지만, 혈연 관계로 묶여있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이들은 철저히 ‘사랑 받을 짓’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현수나 현태는 덕희에게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외면 받았고, 순상은 ‘자식이라 해도 가차 없다’라고 공언하면서도 자식이기에 계속 기회를 준다. 이는 결국 드라마 속 세계를 창조한 작가가 갖고 있는 ‘혈연 중심’의 근시대적 가족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가치관은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잔존하는 것이며,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허상과 금을 쫓는 시대에서 진짜 행복을 찾겠다던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결국은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로 흐르게 된다면 이 역시도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0회를 남겨둔 이 시점에서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공허한 메시지로 남지만을 않기를 바랄 뿐이다.

수다 포인트
- 같은 틀에서 찍힌 붕어빵도 저리 같지는 않을텐데… 완벽하게 일치하는 몽희네 세 모녀. 단언컨데, DNA는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 무서웠던 순상은 점점 그렇게 언제고 ‘뤼얼리?’를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캐릭터가 되어가고…

글. 민경진(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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