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방송화면
‘꽃보다 할배’ 방송화면
‘꽃보다 할배’ 방송화면

tvN ‘꽃보다 할배’ 7회 2013년 8월 16일 오후 8시 50분

다섯줄 요약

마지막 여행지인 루체른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이순재는 백일섭과 단 둘이 나서겠다고 선언한다. 덕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이서진은 평소 먹고 싶었던 것도 먹고 사고 싶었던 것도 사면서 그동안의 ‘짐꾼 모드’에서 잠시 탈출하게 된다. 한편 여행책자를 정독하고 현지인의 도움을 얻어 이순재와 백일섭은 순조로운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저녁을 먹기로 한 한국식당을 쉽게 찾지 못하다 우여곡절 끝에 식당을 찾지만 휴업으로 식당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른 한식당을 찾아 무사히 저녁을 넘긴 이순재와 백일섭은 이서진을 불러 하루를 마감한다. 여행 마지막 날, 이서진과 이순재는 단 둘이 루체른 관광에 나서고 뒤늦게 호텔에서 나선 백일섭과 합류하여 8박 9일 동안의 유럽여행을 마무리한다.

리뷰

여행은 낯선 공간에 놓여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면 낯선 공간의 시간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마주하는 경험이다. 이는 곧 내가 살아왔던 시간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 경험의 형태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시간의 낯섦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도 제각각이다. 이순재는 끊임없이 관찰의 촉을 늦추지 않는 방식을 통해 백일섭은 관망하는 여유의 숨을 들이쉬고 내쉼을 통해 여행이라는 낯선 시간에 익숙해져 간다.

여행 마지막 날, 이순재와 이서진의 동행은 유달리도 조용했다. 그들의 발걸음은-적어도 백일섭의 눈에는-정처없이 떠돌았고, 그들은 대단한 유적을 발견하는 대신 현지인들의 소소한 일상에 파묻히려 했다. 그동안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그 안에는 단연 나영석 피디의 ’1박 2일’도 있었고, 화려함과 수다스러움이 넘치는 내용들도 많았다. 이런 상황 가운데 말없이 걷는 이순재와 이서진의 여행 장면은 비단 화려함이 없어도 여행이 주는 리듬에 몸을 내어맡길 수 있는 것임을 문득 깨닫게 했다.

네 명의 ‘할배’들의 열흘 가까이 되는 유럽 여행, 그 대장정이 일단락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대만’ 여행 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남성들과 여행이 판 치는 예능판에서 대중이 ‘꽃보다 할배’에게 보낸 환호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되는 시점이다. 예능이라는 장르에서는 조금 빗겨간, 그러나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의, 연륜이 있는 연기자들의 여행은 자못 보는 나를 돌아보게 하면서도 여행을 즐기는 그들의 감정 또한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여행은 젊음이고, 행복이고, 즐거움 그 자체라고 말하는 그들의 고백 속에 훗날 인생을 되돌아 볼 때의 진심과 닮아있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하다.

수다포인트

-’말은 못 알아들어도 침은 넘어간다’던 백일섭 할배의 언어장벽을 넘어선 미각!

-유럽여행 8일 동안 자기 혼자만을 위해 결정을 내릴 기회가 없었던 이서진, 맥도nal드와 버거왕의 기로에 서다! (전 항상 기로에 서는데 말입죠;;)

-여든의 나이에도 끝없는 학구열의 끝을 보여준 이순재 할배, 당신이 진정한 학자’갑’입니다.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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