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에이핑크
에이핑크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데뷔한 아이돌은 50여 팀에 이른다. 그러나 대중들이 기억하는 아이돌은 몇 없다. 누구나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도전장을 내밀지만 해체를 맞는 아이돌 그룹이 허다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가요, 예능, 드라마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려 3,4년 차에 비로소 성과를 거두는 대기만성형 아이돌들이 떠오르고 있다.

걸스데이가 지상파 1위까지 걸린 시간은 3년, 에이핑크가 지상파 1위까지 걸린 시간은 2년 3개월이다. 앞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정상급 아이돌로 자리 잡은 그룹 카라도 데뷔는 2007년이지만, 지상파 첫 1위는 2009년에 이뤘다. 짧은 주기로 싱글과 미니앨범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추세로 봤을 때 3,4년 차에 이룬 1위는 늦은 감이 있다. 반면 YG엔터테인먼트의 2NE1은 데뷔 한 달 만에 지상파 1위를 차지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EXO)도 데뷔 1년 만에 1위를 달성했다. 대형기획사의 후광과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획사의 아이돌은 꾸준한 도전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승부를 보고 있다.

에이핑크는 대기만성형 아이돌의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2011년 ‘요정돌’ 콘셉트로 데뷔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멤버 정은지가 tvN ‘응답하라 1997’로 인기 대열에 올랐고, 이후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멤버 손나은도 지난해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로 인정받고, 올해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는데 공을 세웠다. 이들은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이 아닌 작은 배역도 성실히 해내 실력을 인정받았다. 본업인 가수활동에서도 지난달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Nonono’로 지상파에서 첫 1위를 달성해 인정받았다. 특히 에이핑크는 1년 2개월 만에 앨범을 발표했지만, 가요계 대세였던 섹시 콘셉트가 아닌 ‘요정돌’이라는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부해 빛을 봤다.

크레용팝의 인기도 꾸준한 도전과 차별화된 콘셉트가 빚어낸 결과다. 이들도 과거에는 평범한 걸그룹 콘셉트로 가요계에 등장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노선을 바꿔 자신들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와 춤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빠빠빠’의 인기로 과거 같은 콘셉트로 발표했던 ‘빙빙’ ‘댄싱퀸’ 등의 뮤직비디오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MBC ‘일밤-진짜사나이’에서 ‘아기병사’로 사랑받고 있는 박형식은 가장 극적인 대기만성형 스타다. 박형식은 2010년에 데뷔해 이미 4년차에 접어든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의 멤버다. 제국의아이들이 데뷔곡 ‘Mazeltov’를 부르며 월화수목금토일을 영어로 읊조리고 있을 때만 해도 아무도 박형식을 주목하지 않았다. 다만 광희가 예능에서 성형사실을 과감히 고백하고,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아갔다. 임시완이 MBC ‘해를 품은 달’로 인기를 얻었으나 그룹의 인기에 그다지 힘이 되진 못했다. 박형식도 올해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시리우스’와 tvN 드라마 ‘나인’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맡으면서 차츰 실력을 쌓았고 MBC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로 드디어 꽃을 폈다. 곧 SBS'상속자들‘에서도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박형식은 단순히 잘 나가는 예능 출연으로 발돋움한 한방스타가 아니다. 작은 자리에서도 열심히 노력했던 이전의 경험이 없었다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기병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본업인 제국의아이들의 성과가 아쉽다.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는 건, 제국의 아이돌은 많은 아이돌이 미니앨범과 싱글로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을 때, 정규 앨범을 2집까지 발표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어느 기획사의 소속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다들 같다. 그러나 만약 크레용팝이 YG에서 데뷔했다면 어땠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코믹한 말춤으로 인기를 얻었듯이 대중들은 ‘역시 YG’라고 말하며 직렬 5기통춤이 지금보다 더 큰 열풍에 휩싸였을지도 모른다. 대기만성 아이돌들은 후광에 기대지 않고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성과를 이뤄냈다. 에이핑크의 1위와 박형식, 크레용팝의 인기가 더욱 값진 이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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