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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N 리뷰] '오이디푸스', 황정민의 눈빛에 모두 숨죽였다

    [TEN 리뷰] '오이디푸스', 황정민의 눈빛에 모두 숨죽였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연극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로 열연하는 배우 황정민. / 제공=샘컴퍼니“내 발아,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눈을 반쯤 감은 배우 황정민이 객석을 가로질러 더듬더듬, 그러나 결연하게 걸어나갈 때 극장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관객들은 그가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숨을 죽인 채 바라봤다. 연극 ‘오이디푸스'(연출 서재형)의 마지막 장면이다.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버려졌지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다.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컴컴한 배경이 극의 분위기를 나타내며, 관객을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자신에게 내려진 비극적 운명을 피하기 위해 강박증을 보이는 오이디푸스(황정민)의 불안한 눈빛으로 출발한다. 이어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며 진실을 알아가는 오이디푸스의 처절한 절규에서 극은 정점을 찍는다.‘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저주와도 같은 신탁. 가까스로 피했다고 여겼지만 그럴수록 비극의 그림자는 더욱 가깝고 짙게 오이디푸스를 감쌌다. 결국 신탁대로 살아왔고, 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울부짖는 오이디푸스의 절절한 외침이 흐른 뒤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는 오이디푸스의 처연한 눈빛이 관객들의 가슴에 박힌다.배우 황정민. / 제공=샘컴퍼니참다못해 자신의 눈을 찌르는 것으로

  • [TEN 리뷰] '라이온 킹', 눈앞에 펼쳐진 동심의 세계

    [TEN 리뷰] '라이온 킹', 눈앞에 펼쳐진 동심의 세계

    [텐아시아=김하진 기자]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 사진제공=디즈니객석 양옆으로 코끼리, 원숭이 등 정글을 누비는 동물들이 지나가며 시선을 끌고, 흥겨운 소리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관객들의 눈빛은 금세 초롱초롱 빛나고, 심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이온 킹'(연출 줄리 테이머)의 첫 장면이다.초연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인터내셔널 투어 ‘라이온 킹’은 지난해 대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지난 9일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 브로드웨이 연극상인 토니 상을 수상한 연출가 줄리 테이머와 오리지널 팀이 그대로 참여해 브로드웨이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전 세계 ‘라이온 킹’ 프로덕션에 활동한 배우들의 과반수가 한국 공연에 합류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개성과 뛰어난 재능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놀고, 덕분에 관객들도 환하게 웃는다.뮤지컬은 원작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른다. 아프리카의 평화로운 왕국 프라이드랜드를 배경으로, 정글의 왕인 사자 무파사의 아들 심바가 태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왕의 동생 스카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파사를 죽이고, 심바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왕국에서 내쫓는다. 혼자가 된 심바는 미어캣 티몬, 멧돼지 품바와 생활하며 성장한다. 고향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다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왕국의 평화를 되찾는 내용이다. 덜어내거나 더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을 홀린다.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 사진제공=디즈니동물 역을 맡은 배우들

  • [TEN 리뷰] '지킬앤하이드', 조승우의 힘…그 무엇보다 강렬한

    [TEN 리뷰] '지킬앤하이드', 조승우의 힘…그 무엇보다 강렬한

    [텐아시아=김하진 기자]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 제공=오디컴퍼니지난 24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배우 조승우가 나지막이 “지금 이 순간”이라고 입을 떼는 순간 객석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찰나의 순간도 놓칠 수 없다는 듯, 관객의 눈과 귀는 무대 위에 홀로 선 그에게 쏠렸다. 지난 13일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연출 데이비드 스완)의 공연 현장이다.2018년 버전의 ‘지킬앤하이드’는 조승우가 지킬·하이드 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막 전부터 주목받았다. 2004년 ‘지킬앤하이드’의 초연을 함께한 그는 당시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0년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지킬앤하이드’를 복귀작으로 선택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그는 이듬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현재까지 출연 횟수는 243회로, 지킬·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 중 가장 많다. 일명 ‘조지킬’로 불리며 조승우 하면 ‘지킬앤하이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다.‘지킬앤하이드’는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가 협업해 뮤지컬로 만들었다.한 인물이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가지 인격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다. 지킬과 하이드는 각각 선(善)과 악(惡)을 상징한다. 지킬은 선량한 의사이며, 하이드는 무자비한 폭력성을 표출하는 또 다른 인물이다. 극은 이 범상치 않은 주인공으로 인해

  • [TEN 공연] 김경호, ‘록의 전설’은 지치지 않는다

    [TEN 공연] 김경호, ‘록의 전설’은 지치지 않는다

    [텐아시아=현지민 기자]가수 김경호가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7 김경호 록 크리스마스 콘서트(ROCK CHRISTMAS CONCERT)’에서 열창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록의 전설’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가수 김경호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줬다.지난 23일 오후 4시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2017 김경호 록 크리스마스 콘서트(ROCK CHRISTMAS CONCERT)’가 열렸다. 이는 매년 연말에 관객들을 설레게 해온 브랜드 공연이다.김경호는 오프닝곡으로 2집 수록곡인 ‘만물의 영장’ ‘Aid & Aid’를 선사했다. 가죽재킷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시작부터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그는 “사랑 덕분에 올 한 해도 김경호 밴드가 무대에 설 수 있었다”며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이번 공연이 가슴 속 깊이 남을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김경호는 샤우팅부터 해드뱅잉까지 멘트도 없이 여러 곡을 쉬지 않고 열창했다.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에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김경호는 엉덩이춤까지 추며 화답했다.이어 김경호는 록발라드로 특유의 감성을 뽐냈다. 6집 수록곡 ‘사랑했지만’에선 김경호와 관객들의 특급 호흡이 빛났다. 김경호가 특유의 감성을 뽐냈고 관객들은 “경호짱” “사랑해” “우윳빛깔 김경호” 등을 외치며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가수 김경호가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7 김경호 록 크리스마스 콘서트(ROCK CHRISTMAS CONCERT)’에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그는 2011년 MBC 노래 경연 프로

  • [TEN 리뷰] '아이러브유', 넌 완벽해 그래도 이젠 달라져

    [TEN 리뷰] '아이러브유', 넌 완벽해 그래도 이젠 달라져

    [텐아시아=김하진 기자]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김찬호(왼쪽), 간미연 / 사진제공=알앤디웍스다른 이의 감정이나 의견을 이해하는 것을 두고 ‘공감’이라고 한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연출 오루피나)는 공감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난다.지난 14일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막을 올린 ‘아이 러브 유’는 1996년 미국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아이 러브 유, 유아 퍼펙트, 나우 체인지(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라는 제목이었지만 2004년 한국으로 가져온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간결하게 ‘아이 러브 유’만 살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2막 19장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20여 개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줄거리는 없지만 주제는 있다. 10~15분 분량의 이야기들은 등장인물, 연령, 국적, 시대, 사건 등이 모두 다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 관통한다.사랑을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권태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가슴 떨리는 핑크빛이 아니라 결혼을 고민하는 상황, 결혼 후 육아에 지쳐 권태기를 맞은 부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매우 현실적이다. 어떤 나이대의 관객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 2011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며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유행어를 적절히 살리고, SNS로 대화하는 시대 현상을 녹여 한층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각색하면서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원작은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 ['쇼미6'콘서트①] "'쇼미6'는 노잼이었다?"

    ['쇼미6'콘서트①] "'쇼미6'는 노잼이었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쇼미더머니 6 콘서트 포스터 / 사진제공=CJ E&M“‘쇼 미 더 머니6’에서는 논란도 별로 없고 래퍼들끼리 헐뜯는 일도 없이 다 친해져서 ‘망했다”노잼’이라는 말이 많았죠. 그런데 저는 우원재 같은 친구가 나타나줘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맙습니다.”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Mnet ‘쇼 미 더 머니6(이하 ‘쇼미6′)’ 콘서트에 참석한 프로듀서 타이거JK의 말이다. 이 말에 우원재와 같은 팀의 프로듀서였던 비지 역시 활짝 웃었고, 이후 ‘쇼 미 더 머니6’를 통해 새롭게 발견되거나 재조명된 래퍼들이 무대에 올라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쇼미6’ 콘서트의 첫 장을 장식한 건 타이거JK·비지 팀이었다. 타이거JK·비지 팀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블랙나인이 자신의 예명인 ‘흑구’를 이용해 함성을 자아냈고 “‘쇼미’를 뒤집어놓은 숫자가 나인”이라는 펀치라인으로 흥을 끌어올렸다. 이어 매니악이 묵직하고 카리스마있는 래핑으로 ‘Killin it’을 시작했고 쿤타가 깜짝 등장해 열기를 고조시켰다.‘쇼미6’ 종영 이후 발표한 음원 ‘시차’가 연일 국내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하며 ‘쇼미6’의 최대 수혜자라는 별명을 얻은 우원재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비니를 쓰고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우원재가 관객들에게 “어떤 거 듣고 싶으세요”라고 묻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차’를 외쳤다. 우원재는 “우리 형하고 같이 할게요”라고 짤막하게 답한 후 비지와 함께 ‘시차’를 포함해 ‘MOVE’를 연이어

  • [TEN 리뷰] '이블데드', 황당하면 어때 웃긴데

    [TEN 리뷰] '이블데드', 황당하면 어때 웃긴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뮤지컬 ‘이블데드’ 공연 장면 / 사진제공= ㈜쇼보트온화한 성격의 애쉬(강동호)가 제멋대로 구는 자신의 손목을 잘라낸다. 이후 좀비로 변한 친구들을 죽이면서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고 해명하는 모습에서는 영락없이 웃음이 터진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거칠고 야한 농담이 난무하지만 소리 지르고 손뼉 칠 수 있는 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다.뮤지컬 ‘이블데드(EVIL DEAD)'(연출 임철형)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2008년 초연 이후 9년 만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편과 2편을 엮었고,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들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웃음으로 풀었다.무대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무대 양옆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를 설치해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더했다. 애쉬와 스캇(조권), 린다(정가희)·셀리(김려원)·셰럴(허순미)이 주인 없는 오두막집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인물들의 소개와 관계 설명이 끝나면 무대는 하얀 연기와 더불어 음침해진다. 셰럴이 살아있는 나무를 보고 오두막을 떠나려고 할 때 ‘이블데드’의 과장된 공포극은 비로소 베일을 벗는다.뮤지컬 ‘이블데드’ 의 한 장면(사진 위), 가수 조권(아래) / 사진제공= ㈜쇼보트미국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한국어를 맛깔나게 살렸다. 비속어와 신조어가 웃음을 유발한다. 다양한 패러디(Parody)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오두막집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셰럴을 필두로 하나둘 좀비로 변한다. 끝까지 홀로 남아 싸우는 애쉬의 처지가 안쓰럽기는커녕 지나치게 위

  • [TEN 리뷰] 마타하리, 압도 당하는 즐거움

    [TEN 리뷰] 마타하리, 압도 당하는 즐거움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차지연,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장면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웅장한 무대에 한 번, 긴박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 두 번, 배우들의 비장함에 압도당한다.뮤지컬 ‘마타하리’가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초연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 공연을 준비한 만큼 완성도와 전체적인 구성이 탄탄해졌다.‘마타하리’는 전쟁의 비극 속 죽음을 불사한 마타하리와 아르망의 사랑 이야기를 조명한다.우선 관객들은 장면마다 달라지는 무대에 시선을 빼앗긴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무대의 웅장함으로 표현했다. 전쟁의 비참함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절히 묘사했다. 무엇보다 장면 전환이 물 흐르듯 암전 없이 이뤄져 몰입을 깨지 않는다. 풍요로운 빛의 도시인 파리가 어둠으로 물드는 전쟁의 참혹함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 분명 ‘마타하리’만의 백미다.재연에는 드라마적인 요소도 강화했는데, 마타하리가 스파이가 된 이유부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삶도 적절히 풀어냈다. 호불호가 갈린 초연의 플래쉬백과 극중극 형식을 걷어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들의 대사만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덕분에 관객들의 몰입은 더 높아졌다.임슬옹,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장면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여기에 아르망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면 대신 거침없는 반항아적 성격을 강화했다. 이로써 냉철하고 완벽한 라두 대령과의 대립도 한층 돋보였다. 마타하리를 사이에 두고 그려내는 삼각관계도 극의 재미를 높인다.지난 18일 무대에 오른 차지연과 임슬옹, 문종원

  • [TEN 리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감동받지 말라

    [TEN 리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감동받지 말라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 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연구실을 옮겨놓은 무대와 푸르스름한 조명은 스산한 기운을 풍기고, 슈트를 갖춰 입은 지킬 박사가 등장하면 긴장감이 맴돈다. 이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데, 웃어도 되는 장면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 고민은 금세 사라진다.일본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그렇다. 선과 악, 두 개의 인격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소재를 가져온 미타니는 기발한 설정을 채워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만들었다. 지난 2015년 국내에 초연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삼연 째다.경험이 쌓인 만큼 무대와 조명, 의상 등 기술적으로 더욱 탄탄해졌다. 반면 극은 원작의 99%를 가져왔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 일치한다. 표현이 까다로운 단어를 교정했을 뿐, 국내 정서에 맞는 분위기로 애써 바꾸지 않았다. 그럼에도 웃음이 터진다는 건 미타니 코키 작품이 지닌 가치다.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 사진제공=㈜티앤비컴퍼니‘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그중 프랭크 와일드 혼이 음악을 만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다. 어두운 이미지가 지배적인 ‘지킬 앤 하이드’는 미타니 코키, 그리고 국내 공연을 진두지휘한 정태영 연출의 손끝을 거쳐 코미디극으로 탈바꿈했다.‘선과 악’이라는 큰 줄기가 같을 뿐, 시작부터 새롭다. ‘

  • [TEN 리뷰] '스페셜 라이어', 거짓말 또 거짓말..쉴 새 없이 터진다

    [TEN 리뷰] '스페셜 라이어', 거짓말 또 거짓말..쉴 새 없이 터진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연극 ‘스페셜 라이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유난히 빠른 호흡에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웃음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난다. 실컷 웃은 뒤 좀처럼 가시지 않는 여운은 덤이다.2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스페셜 라이어'(연출 이현규)가 지난달 23일 개막했다. 1998년 초연 이후 총 3만 5000회 동안 관객을 만났고, 누적 관객수는 500만을 넘어섰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덕분에 ‘연극은 무겁다’는 당시 대중들의 편견을 없애는데 큰 몫을 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아시아 최초의 오픈런 공연이자, 아시아 최장기간 연속 공연, 아시아 최다 공연이란 기록을 갖고 있으며 롱런하는 연극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이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하게 돌아왔다.‘라이어’와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안내상과 우현을 비롯해 이종혁·홍석천·오대환·권혁준·김원식·김광식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 원기준·서현철·안세하·슈·신다은·나르샤·손담비·안홍진·김호영도 특별함에 힘을 보탰다.연극 ‘스페셜 라이어’ 원기준(왼쪽), 슈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이 연극은 제목에서 다 알려주듯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아 어느 순간 눈덩이처럼 커지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과정을 촘촘하게 엮었다. 사건보다 대사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눈과 귀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다음 상황의 거짓말을 놓치게 된다. 끊임없는 신선한 거짓말이 이 작품의 묘미이기 때문에 놓치는 순간 손해다.택시기사 존 스미스의 두 아내가 전화 통화를 하는 아주

  • [TEN 공연] '사랑별곡', 내공이 빚은 묵직한 따스함

    [TEN 공연] '사랑별곡', 내공이 빚은 묵직한 따스함

    [텐아시아=김하진 기자]연극 ‘사랑별곡’에 오른 배우 이순재,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이름을 듣기만 해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두 배우가 만났다. 바로 이순재와 손숙이 그 주인공. 두 사람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서 만나, 한평생을 같이 보낸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단연 최고다. 멀뚱히 허공을 바라보며 짓는 잔잔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무게와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전달되는 깊은 울림이 두 사람의 가치를 증명한다.이순재, 손숙이 이끄는 연극 ‘사랑별곡'(연출 구태환)은 박 씨와 순자의 애틋하면서도 안쓰러운 순애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루하루 미련과 미안함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오랜 세월을 보낸 노부부의 말은 마치 한편의 시(詩)처럼 들린다. 부부싸움에 지친 딸에게 어미는 “괜찮다”고 다독이며 “살다 보면 깎이고 깎여 뭉툭해진다”고 말한다. 죽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잔뜩 심어놓은 남편은 술을 따르며 “내 옹졸한 사랑을 용서하라”고 내뱉는다.통곡도, 오열도, 흐르는 눈물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에는 가슴을 후비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순재와 손숙의 연륜, 관록, 그리고 내공이 빚어낸 마법이다.이순재/사진제공=스토리피박 씨와 그의 절친한 친구 최씨(배상돈)의 대화도 삶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 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더불어 고단한 삶에 지친 딸 영순(김성미), 남편과 사별 후 오랜 세월 시부모를 돌봐온 며느리 명숙(황세원)의 인생까지 끄집어내는데,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작가와 연출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목

  • 세븐틴 콘서트④ 힙합팀, 강렬함 그리고 진솔함

    세븐틴 콘서트④ 힙합팀, 강렬함 그리고 진솔함

    [텐아시아=박수정 기자]세븐틴은 멤버들 스스로 프로듀싱은 물론 작사, 작곡, 퍼포먼스까지 제작하는 ‘자체제작 아이돌’을 표방하고 있다. 힙합, 보컬, 퍼포먼스 세 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독특한 그룹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증명하듯, 매앨범 유닛곡을 수록하고, 콘서트에서도 각 유닛별 무대 섹션으로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데뷔 첫 앙코르 콘서트 ‘라이크 세븐틴-보이즈 위시(LIKE SEVENTEEN-Boys Wish)’에서도 세븐틴 유닛별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스쿱스+버논+민규+원우=힙합팀힙합팀 세트리스트‘페이백(Pay Back)'(에스쿱스), ‘로또'(버논), ‘빌리브 미(Believe Me)’, ‘블랙 스킨헤드(Black Skinhead)’, ‘보스(Boss)’, ‘아 예(Ah Yeah)’, ‘표정관리(With. 호시, 우지)’, ‘끝이 안보여(With. 도겸)’감상평힙합팀은 공연 초반 에스쿱스와 버논의 솔로 무대로 예고편을 선사한 뒤, 공연 중후반에 힙합 무대를 펼치며 공연의 임팩트를 담당했다.에스쿱스의 ‘페이백’은 인트로 VTR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스쿱스는 와일드하고 남성적으로 변해 거친 매력을 발산했다. 매력은 무대로 이어졌다. 가사에 심취해 연기하는 에스쿱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무대 마지막에는 무대 위에서 물이 떨어지고 에스쿱스가 무릎을 꿇은 채로 물에 젖는다. 에스쿱스가 온몸을 던져 노래를 표현했다.버논 ‘로또’ 무대에서는 버논의 스웩을 볼 수 있다. ‘마마 서가대 골디 그리고 가온 / 무대만 서면 감탄 날리는 (중략) 괴물 아닌 괴물 신인 그룹’ 등의 가사에서 세븐틴의 자신감이 발산됐다.힙합팀 무

  • 세븐틴 콘서트③ 퍼포먼스팀, 재미도 있고 감탄도 하고

    세븐틴 콘서트③ 퍼포먼스팀, 재미도 있고 감탄도 하고

    [텐아시아=박수정 기자]세븐틴은 멤버들 스스로 프로듀싱은 물론 작사, 작곡, 퍼포먼스까지 제작하는 ‘자체제작 아이돌’을 표방하고 있다. 힙합, 보컬, 퍼포먼스 세 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독특한 그룹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증명하듯, 매앨범 유닛곡을 수록하고, 콘서트에서도 각 유닛별 무대 섹션으로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데뷔 첫 앙코르 콘서트 ‘라이크 세븐틴-보이즈 위시(LIKE SEVENTEEN-Boys Wish)’에서도 세븐틴 유닛별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시+디노+디에잇+준=퍼포먼스팀퍼포먼스팀 세트리스트솔로 댄스 퍼포먼스, ‘엄지척’, ‘환상속의 그대’, ‘덤덤’, ‘잼잼’, ‘OMG’감상평퍼포먼스팀은 ‘잼잼’와 ‘OMG’ 무대를 소개하면서 “잼(JAM) 있고, 감탄사(OMG)를 말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 말 그대로 퍼포먼스 유닛 섹션 자체가 멋과 맛을 줬다. 퍼포먼스팀은 고난도 퍼포먼스로 숨죽이며 쳐다보게 만드는 매력을 보이면서도 관객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즐거움도 제공했다.먼저 4곳의 돌출무대의 끝에서 솔로 댄스 퍼포먼스가 각각 펼쳐지며 무대를 열었다. 디에잇, 준, 디노, 호시 순으로 등장한 댄스 퍼포먼스는 비보잉 댄스부터 감성 섹시무대까지 저마다 특기를 살린 무대로 퍼포먼스팀의 매력을 드러냈다. ‘환상 속의 그대’에서는 퍼포먼스팀의 익살맞은 표정과 재기발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븐틴식으로 해석한 노래와 퍼포먼스는 어떤 곡을 불러도 세븐틴의 매력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레드벨벳 ‘덤덤’ 무대 커버는 세븐틴의 재기발랄함이 극

  • 세븐틴 콘서트② 보컬팀, 실력+매력 꽉 잡은 만능돌

    세븐틴 콘서트② 보컬팀, 실력+매력 꽉 잡은 만능돌

    [텐아시아=박수정 기자]세븐틴은 멤버들 스스로 프로듀싱은 물론 작사, 작곡, 퍼포먼스까지 제작하는 ‘자체제작 아이돌’을 표방하고 있다. 힙합, 보컬, 퍼포먼스 세 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독특한 그룹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증명하듯, 매앨범 유닛곡을 수록하고, 콘서트에서도 각 유닛별 무대 섹션으로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데뷔 첫 앙코르 콘서트 ‘라이크 세븐틴-보이즈 위시(LIKE SEVENTEEN-Boys Wish)’에서도 세븐틴 유닛별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지+도겸+승관+정한+조슈아=보컬팀보컬팀 세트리스트‘어른이 되면’(보컬팀), ‘마이 에브리씽’(브아솔), ‘초콜릿'(월간 윤종신), ‘나는 나비'(YB), ‘심플’(우지 솔로 자작곡), ‘세이 예스'(도겸, 승관), ‘내귀에 캔디'(도겸, 승관)감상평세븐틴 보컬팀은 도겸의 시원한 성량과 승관의 깊은 감성이 두 기둥을 세운다. 프로듀서 우지에 가운데에 서서 밸런스를 맞춘다. 정한, 우지, 조슈아가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라면, 승관과 도겸은 단단한 목소리를 자랑한다. 다섯 명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콘서트에서 선보인 ‘마이 에브리씽’라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난도 높은 노래에서 다섯 명의 조화를 더욱 느낄 수 있다. 후반부 도겸의 클라이막스와 승관의 애드리브를 통해서 이들의 보컬 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다. 그 뒤를 세 명의 목소리가 든든하게 받쳐줬다.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었다. 보컬팀은 ‘마이 에브리씽’으로 애절한 무대, ‘초콜릿’ 같이 달달한 무대를 보여주다 ‘나는 나비’ 무대에서는 밴드로 변신하기도 했다. ‘나는 나비’ 밴드 무

  • 세븐틴 콘서트① 꿈 이룬 13소년의 진가

    세븐틴 콘서트① 꿈 이룬 13소년의 진가

    [텐아시아=박수정 기자]하나의 콘서트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객석을 꽉 채운 관객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물을 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에게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븐틴은 보란 듯이 콘서트를 해냈다. 약 180분, 26곡의 세트리스트. 지난 해 5월 데뷔해 두 개의 미니앨범을 발표했던 그룹이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콘서트는 13명의 인원, 3개의 유닛이 1팀이 된다는 세븐틴의 진가가 빛났던 순간이었다.세븐틴은 지난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데뷔 첫 앙코르 콘서트 ‘라이크 세븐틴-보이즈 위시(LIKE SEVENTEEN-Boys Wish)’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 해 12월 24~25일 개최한 첫 콘서트의 앙코르 콘서트다. 세븐틴은 지난해 첫 콘서트 당시 800석의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개최해 팬덤의 갈증을 일으켰다. 두 달 만에 3,5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세븐틴의 상승세를 증명했다. 세븐틴은 5분 만에 티켓을 매진시켜 양일간 7,000관객을 모았다.오프닝부터 강렬했다. 대부분 아이돌 무대는 본무대에서 화려하고 웅장하게 등장한다. 반면 세븐틴은 멤버들이 본무대, 돌출무대, 2층 객석에서 각각 등장해 친근감을 선사했다. 교복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만세’로 첫 곡을 선사하면서 학교 책걸상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팬들을 오감만족시켰다. ‘만세’는 평소 음악방송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아닌 콘서트만을 위한 퍼포먼스와 편곡으로 새롭게 바꿔 콘서트를 찾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콘서트는 데뷔 때부터 3개의 유닛을 내세운 세븐틴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