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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조커'를 삼킨 와킨 피닉스의 비감 어린 연기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조커'를 삼킨 와킨 피닉스의 비감 어린 연기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조커'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 글에는 ' 조커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히스 레저 분)는 자신의 양 입가로 번지듯 남겨진 흉터에 대해 여러 버전의 서사로 설명한다. 개중에 무엇이 허구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턱이 없지만 훅 밀려오는 서사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날건달이었어. 하루는 평소보다 더 미쳐 날뛰...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귀가 쫑긋거리는 옛날 옛적에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귀가 쫑긋거리는 옛날 옛적에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틸컷./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 이 글에는 ' 원스 어폰 어 타임 … 인 할리우드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채면 레퍼토리는 늘 하나였다. 바로 '똥 된장'이다. 서당 훈장이던 외할머니의 아버지, 즉 외증조부는 여자라는 이유로 글자를 단 한 자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렇게 총명한 맏딸...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미드 90', 톡톡 튀어 오르는 소년기의 빛깔이 아릿하다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미드 90', 톡톡 튀어 오르는 소년기의 빛깔이 아릿하다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미드 90' 스틸컷./ 사진제공=오드(AUD) 나는 유년기를 책으로 보냈다. 몸으로 노는 것보다 말로, 글로 노는 것이 즐거웠다. 책 읽기는 나에게 놀이였다.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에 접어들어선 동화를 접고 소설의 세계에 발걸음했다. 종례가 끝나면 학교 도서관으로 쏜살같이 달려갔고,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손바닥만한 '삼중당 문고판'을 사기도 했다. 삼중당 문고의 책들 중에는 제목에 한자가 듬성듬성 박혀 있...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벌새', 새록새록 돋아나는 감정들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벌새', 새록새록 돋아나는 감정들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벌새' 스틸컷. * 이 글에는 ' 벌새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1994년 봄, 스무 살의 나는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글을 쓰고자 모인 이들 속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다. 여름, 태어나서 이사가 잦았던 6년이란 시간을 걷어내면 스무 살까지 살았던 창신동에서 다른 동네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찜통더위 아래 부모님과 갔던 신설동 가구 거리에서 북한의 김일성 사망 호외를 받았다. 도통 실감이 나...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미세스 다웃파이어', 여전히 삶에 깃들어 있는 당신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미세스 다웃파이어', 여전히 삶에 깃들어 있는 당신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포스터. * 이 글에는 ' 미세스 다웃파이어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올해는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1993)로 정했다. 8월 11일 로빈 윌리엄스의 추모일에 볼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로빈 윌리엄스를 애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로빈은 코미디 부분의 반짝이는 폭풍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웃음은 그를 지탱하는 번개였다”고. 로빈 윌리엄스의 웃음...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돈 워리', 감정의 요철을 드러내는 와킨 피닉스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돈 워리', 감정의 요철을 드러내는 와킨 피닉스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돈 워리' 포스터. * 이 글에는 ' 돈 워리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글래디에이터'(2000)의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 분)는 강렬한 빛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졸렬한 어둠이었던 황제 코모두스에게 끌렸다. 보다 정확히는 욕망으로 일그러진 코모두스를 연기한 배우에게 마음이 당겼다. 뿜어내는 감정마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배우의 이름은 절로 각인되었다. 와킨 피닉스. 알바...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토이 스토리 4', 스쳐가는 겉말까지 물들이는 뭉클한 속말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토이 스토리 4', 스쳐가는 겉말까지 물들이는 뭉클한 속말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컷. * 이 글에는 ' 토이 스토리 4'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적갈색 커버 30권과 파랑색 커버 30권으로 구성된 1983년판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어린 시절 보고 또 보고 거듭거듭 보던 동화책이다. 나에게는 성경이나 불경, 코란에 준하는 존재 가치가 있었다. 그 책들로 세상을 그리고 읽었기 때문이다. 전집 안에서도 가장 아끼는 책을 꼽자면, 5권 엘리너 파...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기생충', 땅속까지 뼛속까지 파고드는 봉준호의 우화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기생충', 땅속까지 뼛속까지 파고드는 봉준호의 우화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기생충' 스틸컷. * 이 글에는 ' 기생충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어릴 적 면목동 반지하 집에서 1년여 간 살았던 적이 있다. 벽지에는 곰팡이가 얼룩얼룩 번졌고, 방바닥은 축축했던 그 집에서 약골이었던 여동생은 줄곧 아팠다.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와 놀이가 넘쳐나던 면목동 시절을 이따금 되새겼지만, 반지하 집만큼은 제외였다. 그런데 내가 겨우겨우 되삼켰던 기억을 영화 '기생충'이 게워냈다. ...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로지', 막다른 골목에서 오도카니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로지', 막다른 골목에서 오도카니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로지' 스틸컷. * 이 글에는 ' 로지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동동거리다. '로지'를 보는 내내 심장에 찰싹 들러붙던 단어다. 마치 '동동거리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휘휘 풀어놓은 것만 같은 영화다. 아일랜드 더블린. 로지(사라 그린 분)와 존(모 던퍼드 분) 부부는 집주인이 집을 내놓는 바람에 7년간 정붙이고 살았던 임대주택에서 4남매를 데리고 우르르 쫓겨난다. 이사를 갈 집을 구...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논-픽션', 말(言)과 말(言)이 닿다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논-픽션', 말(言)과 말(言)이 닿다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논-픽션' 스틸컷. * 이 글에는 ' 논 – 픽션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첫 상업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던 작가로부터. 오래간만의 통화인지라 내가 잘 지내냐며 안부부터 챙기자 그는 단박에 말했다. “나? 오빠는 행복하지.” 낙천적이고 곰살궂고 독특한 그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통화를 끝내자 잊고 지냈던, 해묵은 그 시절에 일순간 생기가 돌기 시작했...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어벤져스: 엔드게임', To Be Continued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어벤져스: 엔드게임', To Be Continued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 이 글에는 ' 어벤져스 : 엔드게임 ' 의 스포일러가 가득 있습니다 . 누군가에게는 아이언맨이, 누군가에겐 캡틴 아메리카가, 누군가에겐 헐크가 첫 히어로였다. 누군가에겐 토르가, 누군가에겐 블랙 위도우가, 누군가에겐 호크아이가 최고의 히어로였다. 어느 즈음부터는 순서도 순위도 큰 의미가 없었다. 어벤져스인 그들만 어울린 것이 아니라 관객인 우리도 함께였던 까닭...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러브리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러브리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러브리스' 스틸컷. * 이 글에는 ' 러브리스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세묜, 워트카(보드카), 톨스토이. 1983년판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19권 러시아 동화집에 실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인공과 그가 마시던 술, 그리고 이 작품의 작가다. 내가 러시아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만든 단어들이다. 특히 벌이가 옹색한 구두장이 세묜이 밀린 외상값을 받으러 마을에 갔다가 허탕을 ...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헬보이', 성큼 자라는 뿔 면도를 해야 하는 지옥소년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헬보이', 성큼 자라는 뿔 면도를 해야 하는 지옥소년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헬보이' 스틸컷. * 이 글에는 ' 헬보이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반쪽이'라는 전래 동화가 있다. 어릴 적 보았던 동화라서 기억도 흐릿하지만 흑백 삽화 속 반쪽이는 참으로 기이하고 구슬퍼 보였다. 옛날 옛적에 아이가 간절했던 어느 부부에게 삼형제가 점지된다. 평범한 첫째 둘째와 달리 막내는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하나씩으로 태어나 반쪽이로 불린다. 그렇지만 반쪽이는 고비가 닥쳐도 힘과 기...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어스', 그림자 속으로 삭 배어들다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어스', 그림자 속으로 삭 배어들다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어스' 스틸컷. * 이 글에는 ' 어스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내가 스릴러나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극도의 몰입에서 야기되는 쾌감 때문이다. 그 묘미를 일깨워준 작품은 1980년대 미국의 TV 시리즈 '환상 특급(The Twilight Zone)’이다. 1959년부터 1964년까지 방영된 동명의 오리지널 작품을 리메이크한 시리즈였다.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에피소드의 끝에는 반...

  •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라스트 미션', 카메라의 앞과 뒤에서 지긋이

    [영화: 1인칭 관찰자 시점] '라스트 미션', 카메라의 앞과 뒤에서 지긋이

    [텐아시아=박미영 작가] 영화 '라스트 미션' 스틸컷. * 이 글에는 ' 라스트 미션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나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영화는 '퍼펙트 월드'(1993)다. 그즈음 고3이었던 나의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배우였다. 그렇지만 케빈 코스트너 때문에 갔던 극장에서 카메라 앞의 배우가 아니라 카메라 뒤의 감독에 사로잡혔다. 듬직한 시선의 주체가 못내 궁금했다. 버치(케빈 코스트너)를 쫓던 노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