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이재성 연출가(왼쪽부터), 극단 사조 대표 유승봉, 배우 이순재, 정영숙, 장용, 오미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이재성 연출가(왼쪽부터), 극단 사조 대표 유승봉, 배우 이순재, 정영숙, 장용, 오미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네 배우의 연기 경력을 다 합하면 210년이 넘어요. 이들의 연기를 생생하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죠.”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연출을 맡은 이재성 연출이 27일 오후 서울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열린 ‘사랑해요 당신’의 프레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초연과 9월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야기 구성이 바뀐 건 없다. 세 시즌에 연속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더 잘 맞고, 캐릭터 분석의 밀도가 높다”고 밝혔다.

‘사랑해요 당신’은 치매에 걸린 아내 주윤애와 그런 아내를 돌보는 남편 한상우의 이야기다. 노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훑으며 가족의 소중함, 부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베테랑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 장용과 오미연 등이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구성이 탄탄하고 베테랑 배우들의 흠 없는 연기로 입소문을 탔고, 이번엔 극장 규모를 2배 키워 416석의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로 무대를 옮겼다. 최근 인터파크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배우 이순재.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순재.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세 시즌 연속 출연하는 배우들의 애정과 각오도 남다르다. 이순재는 “지난해 동숭동 대학로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했다. 그동안 여러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서 치매를 소재로 다뤘다. 그만큼 치매가 일상화됐다. 다시 공연을 하게 된 것도 관객들의 요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작품은 치매를 통해, 이 세상에 의지할 건 부부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남성 관객이 공연을 다 보고 나가면서 아내 손을 잡고 ‘앞으로 잘할게’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정영숙 역시 “지난해 성황리에 공연이 끝나서 감사했다. ‘사랑해요 당신’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장용은 “지난해 공연장과 다르게 무대 세트가 많이 바뀌었다. 신인 같은 기분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며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미연은 “배우여서 다행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연기를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한다. 부모와 나의 미래를 떠올리면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면서 간절함을 담아 연기한다. 캐릭터도 새롭게 구성했다. 지난 공연을 관람한 이들도 다시 와서 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순재는 ‘사랑해요 당신’이 주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대학로에서 중년 관객을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노인들이 주인공인 연극이 별로 없었다. 이 작품이 중년 이상의 관객을 끄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배우 신구가 활약하는 연극 ‘장수상회’부터 ‘앙리 할아버지와 나’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의미에서 강북에 이어 이번엔 강남에서 공연한다.(웃음) 더 다듬고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우 이순재(왼쪽), 정영숙.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순재(왼쪽), 정영숙.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오미연(왼쪽), 장용.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오미연(왼쪽), 장용.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중년 관객에겐 이미 인정받은 ‘사랑해요 당신’.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어떤 점으로 흥미를 끌 수 있을까.

정영숙은 “오히려 청소년이 더 크게 공감한다. 이 작품이 교육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감수성이 민감한 친구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엄마, 아빠를 더 생각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제작사인 극단 사조 유승봉 대표는 “사실 이 작품을 기획할 때 교육의 목적은 없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자식의 관계, 부부의 관계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풀어내며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성 연출가는 “연기 경력을 합치면 210년이 넘는 이순재·장용·정영숙·오미연의 연기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강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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